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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Nov 09. 2020

줄을 서시오

책을 쓰는 기본 뼈대는?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이 너무 멋있어 보인다.

교관은 빨간 모자를 눌러쓴 채 기준을 중심으로 행과 열을 잘 맞추어 서라고 하며, 대열이 어그러지면 호루라기를 계속 분다. 빨간 모자와 책을 쓰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처음 블로그에 시를 올릴 때는 ‘나의 시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좋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작시 도용 문제가 걱정이었다. 그때는 브런치 작가도, 시인도 아니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여러 블로그를 검색하다가 어느 작가님이 하시는 한 권의 책 쓰기 프로젝트를 봤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정보를 접할 때 방식은 그 시점에서 정보를 최대한 모아놓는다. 그렇게 얻은 몇 가지 정보를 잘 조합하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정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은 몇 개월의 과정과 3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였다. 블로그 초창기에는 시 밖에 써보지 않았고, 글쓰기 실력도 없었고, 쓰고 싶은 소재도 없어서 일반 책을 내는 것은 무리였다. 그다음으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시집이었는데, 시의 개수도 되지 않았고, 시인 등단에 도전해보지 않고 시집 출간으로 시인이 되는 것은 조금 더 보류하고 싶었다. 이때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은 나와는 거리가 멀은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그러다가 급류를 타지 않고, 천천히 물살을 즐길 생각을 해서, 브런치 작가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결혼 전 신랑을 만나기 전부터 시를 써왔고, 신랑을 만나고 계속 써서 신랑과 같이 시 100개, 200개 등의 자축파티를 하기도 했다. 그때 쓴 시로 제본을 해서 첫 자작시집을 만들어 신랑과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시를 계속 쓰고 싶다는 나의 얘기에, 신랑은 시집을 낼 정도가 되면 300만 원 들여 시집을 내준다고 얘기하곤 했었다.      



아가씨 시절, 제본한 나의 자작시집




  지난 10월 브런치 축제가 열렸을 때, 어떤 드레스의 옷을 입고 가서, 어떤 춤을 추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이었다. 교관은 교관이 되기 위한 과정을 더 익히는 것처럼, 브런치에서 알려주는 출판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모두 익혔다. 그리고 빨간 모자를 쓰고 교관이 되어, 단상 위에 올라갔다.      



  빨간 모자를 쓰고 처음 한 일은 무엇을 소재로 삼느냐 하는 것과, 계획, 방식이었다. 소재는 블로그 4달 만에 상위 1% 진입과 인생 브랜딩 한 이야기, 요리 초보에서 요리를 즐기는 사람, 길에서 느껴지는 생각과 시로 하기로 했다. 블로그 쪽은 브런치에 쓴 글이 하나도 없었기에, 한 달 넘게 글을 꾸준히 글을 썼다. 요리 쪽은 브런치에 매거진을 계속 발행하고 있어서 그걸 묶기로 했고, 마음 블링 마법 책은 글의 개수가 부족했기에 몇 개를 더 써서 묶기로 했다.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 도전 북

 


 조교가 단상 위에 올라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뭘까? 교육을 받고 있는 군인들의 행과 열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본을 맞추어 놓고 교육을 시키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럼 책의 행과 열을 어떻게 맞추는 것이 좋을까? 한 권의 책을 쓴다면, 행은 무엇에 해당할까? 서점에 갔을 때 책을 고르는 방식을 생각하면, 한 권의 책을 쓰기가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제일 먼저 제목을 보고 그다음은 목차, 내용 순으로 본다. 책을 쓸 때는 약간은 거꾸로 하는 것이 편하다. 소재를 정했으면, 대략적인 목차를 정하고, 글을 하나씩 쓰고, 마지막에 제목을 정할 수도 있다.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이 있다면, 제목을 일 순위로 정할 수도 있다.     



   글을 다 쓰고 나면, 이제 빨간 모자 조교가 호루라기를 불 시간이다. 블로그 쪽은 단기간에 써서 목차, 글을 퇴고하며 같은 내용이나, 비슷한 내용의 글을 빼는 것이 적었다. 하지만 요리 쪽은 글 하나 발행할 때 퇴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에서 벗어난 것도 제법 있었다. 이때 조교의 역할은 틀어진 행과 열에 호루라기를 계속 불며 퇴고를 하면 된다.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부분에 해당하는 글도 따로 써서 넣거나, 시작 글이나 마지막 글에 추가로 넣어주면 된다.      



  소재, 목차, 글 하나당 제목을 정했음에도, 막상 하나씩 글을 쓸 때는 막힐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벽한 글, 완벽한 문장이 완성되는 일은 없다. 생각나는 대로 쓰고, 퇴고에서 +. - 를 해주어 문장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 완벽한 문장을 쓸 수는 없다. 문장을 쓰다가 어떤 한 부분에서 막혀 시간만 무한정 흘려보낸 경험은 누구나 있다. 문장 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이 덫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완벽한 문장이 단번에 완성되는 일은 거의 없다. 퇴고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며,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은 퇴고를 거듭할수록 문장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마케터의 문장, 가나가와 아키노리, 김경은 옮김, p118)     

 


 퇴고하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팩트 체크다. 글에 일반적인 내용을 적을 때는 그것이 사실에 맞는지 한 번 더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빨간 모자의 지휘로 행과 열을 맞추어 놓았다면, 이제는 그 책이 빛날 수 있게 제목에 빨간 모자를 씌워 훈련장 어디에서 봐도 빨간 모자가 눈에 확 들어오게 해 주면 된다.      



  블로그 초창기만 해도,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브런치에서 하는 여러 도전을 즐기면서 내 나라 이야기로 와 닿았다. 내 나라에서의 멋진 무도회를 개최하고, 즐기는 데는 빨간 모자 교관이 필요한 법이다. 빨간 모자만 꾹 눌러쓰고, 호루라기를 잘 불 줄 안다면,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서 즐긴 무도회에서 3권의 북을 발간했지만, 써보고 싶은 소재가 몇 가지 더 생겼다. 하나씩 또 해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책을 쓰는 것이 작가에게 열린 문이었으면, 지금은 자가 출판, 전자책 출간 등을 하는 경우도 있어, 작가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한 권의 책을 써보고 싶다면, 소재, 목차, 글을 생각해서 쓰고, 행과 열만 잘 맞추면 된다. 출간이라는 무도회를 즐기려면, 무도회의 성격, 옷, 구두, 가방까지 코디를 잘하면, 신데렐라는 시간에 상관없이 언제나 무도회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쓰는 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지 않을까?




*대문사진 출처 ㅡ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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