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이 LTE급이 될 수 있을까? LTE란 Long Term Evolution에서 앞글자만 따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LTE는 4세대 이동통신이라 볼 수 있으며, 3세대보다 빠른 전송 속도를 가지고 있다.
“엄마, 떡볶이는 먹고 싶은데… 매워”라고 말하는 아이 말에 떡볶이를 물에 씻어서 먹였다. 아이가 커가며, 떡볶이도, 김치도 씻지 않고 먹을 수 있게 되면서 매운맛, 얼큰한 맛 등으로 어른의 맛 세계로 메뉴를 넓혀갔다. 아이가 어릴 때는 싱겁거나 부드러운 음식 위주여서, 신랑은 맛이 없다고 했었다. 이동통신 기술이 2G에서 3G로 변해 가는 것처럼 요리 메뉴는 아이의 성장 따라 빠른 속도, 메뉴를 가지게 되었다.
결혼 초에는 꼬막을 삶아 양념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다였다. 지금은 콩나물밥, 굴밥까지 섭렵한 아이이기에 꼬막무침을 1차로 먹고, 2차는 꼬막에 새싹채소나 상추, 깻잎 등을 잘라 넣어 꼬막 비빔밥 식으로 먹기도 한다. 꼬막으로 두 가지의 메뉴를 즐길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꼬막 비빔밥도 꼬막에 넣는 양념을 고추장, 간장, 초고추장 중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꼬막을 삶아 먹는 것도, 결혼 후에 생겨난 메뉴다. 결혼 전 비린 맛에 싫어 생선을 잘 안 먹기도 했지만,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온 꼬막무침은 좋아했었다. 친정엄마는 생선을 굽거나 조리하는 것 외에 해산물 요리를 하지 않아서, 이런 것을 해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해산물을 좋아했던 신랑이기에, 결혼 후 처음에는 꼬막을 삶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좋았다. 그러다 양념장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꼬막 위에 양념장을 얹어 먹기도 했다.
이제 꼬막에 대해 알아볼까요? 꼬막은 11~3월까지 제철로, 아미노산이 풍부해서 겨우내 지친 입맛을 돕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꼬막은 신선하지 않은 것을 삶으면, 꼬리꼬리 한 냄새가 날 수 있어 잘 골라 사야 한다. 꼬막은 껍질이 깨지지 않고, 물결무늬가 선명하며, 깨끗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꼬막을 물에 잘 씻어주신 후 바로 삶지 마시고, 꼬막에 남아있는 마지막 불순물을 제거해 주세요. 씻은 꼬막에 굵은소금 2숟가락, 숟가락 2개 같이 넣어 주신 후, 꼬막이 담겨 있는 볼 전체를 검정 봉지로 씌워 최소 30분~2시간 이상 해감해주세요. 꼬막은 쇠붙이를 싫어해서 숟가락을 같이 넣으시면 이물질을 잘 토해내요. 검정 비닐봉지를 씌우는 이유는 바닷속이나 뻘처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해감하면서 간혹 위로 물을 뿜기도 하는데, 주변으로 물이 튀는 걸 막아줘요. 이렇게 해감하는 방법은 갯벌체험을 가서 얻은 조개를 해감할 때도 사용하시면 돼요.
이제 해감 된 꼬막을 냄비에 넣고 삶아주세요. 꼬막 살이 탱탱하게 삶기 위하여 식초 한 숟가락을 넣고, 한쪽으로만 잘 저어주세요. 식초가 꼬막의 마지막 해감과 살을 탱글탱글하게 해 주고, 한쪽으로 저어주시면 꼬막을 쉽게 까주게 해요. 꼬막의 입이 벌어지고, 양에 따라서 3분에서 5분 정도 지나면 다 익은 거예요.
이제 삶아진 꼬막을 찬물에 얼른 한 번만 헹궈주세요. 남
은 열기에 꼬막이 더 익는 것 방지도 하고, 여러 번 찬물에 씻으면, 꼬막 고유의 맛이 달아나요.
만능 양념장에 고추나 부추 등을 추가로 더 썰어서, 꼬막에 양념을 발라서 반찬으로 드시면 돼요. 간장 양념이 싫으시면, 초고추장에 찍어 드시면 돼요.(만능양념장은 글 마지막에 링크 있어요.)
tip) 꼬막을 삶은 물이 깨끗하면, 간장 양념에 꼬막 삶은 물 한 숟가락 정도 넣어 양념하면 훨씬 더 맛있어요.
(삶은 물이 지저분하면, 넣지 마세요)
한 끼는 꼬막무침으로 반찬 해서 드시고, 다른 한 끼는 꼬막과 새싹이나 상추, 깻잎 등을 넣으신 후 참기름 한 숟가락 넣고, 1) 고추장 양념 2) 만능 양념장 3) 초고추장 4) 고추장 + 만능 양념장으로 넣으신 후 비벼 드시면 돼요. 한국인의 입맛은 김치이기에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서 비벼 드셔도 돼요.
따끈한 밥 한 숟가락에 꼬막무침을 한 입 먹으면, 탱탱하게 씹히는 꼬막살에 간장의 짭조름도 배어 나오는 것 같아 얼른 다음 숟가락을 부르는 맛이 되곤 한다. 다음 숟가락은 꼬막무침과 김의 조화도 좋고, 한국인답게 꼬막무침과 배추김치, 파김치의 조합도 좋다.
결혼 전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별로 없었지만, 신랑을 만나 여러 맛을 즐기게 되었다. 가끔 만약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여러 맛, 맛을 조합하는 방법, 맛을 즐기는 법을 알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꼬막을 LTE급으로 하는 것은 어렵지만, 아이가 해달라면 꼬막이 나오는 철에는 자주 해 먹는 편이다. 꼬막이 해감하는 동안, 잠시 책을 보거나, 차 한잔에 마음의 여유도 부려본다. 해감 되는 꼬막 따라 내 마음 불순물도 없어져서 다른 일도 LTE급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삶아진 꼬막에 양념을 바를 때는 아이나, 신랑의 손을 일부러 빌리며, LTE급으로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또 다른 대화의 장을 만들며, 꼬막을 한두 개씩 집어먹고 있으면, 어느새 맛있는 꼬막무침이 완성된다. 아이가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LTE급으로 할 때도 있지만, 신랑이 좋아하는 잡채는 가끔 아날로그식으로 하기도 한다. 잡채는 시간, 손, 정성이 그만큼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 초에는 아날로그식에 스파크가 더 튀었지만, 엄마가 되고 나서는 아이 말에 LTE급으로 집중했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큰 지금은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 아닌 아날로그 쪽에 더 기운 형태를 이루고 있다. 낙엽이 어느덧 다 지고, 겨울이 성큼 다가온 지금, 아미노산이 풍부한 꼬막무침으로 단백질 보강을 하는 것도 겨울을 잘 버틸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다. 추운 겨울에도 LTE는 언제든지 잘 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