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by 꼬마마녀 심명숙

거울 나라의 앨리스


심명숙

푸석한 적요에 실실거리다가
빗의 채근에
물끄러미 거울에 접속한다

반짝이는 생을
앞면으로 내세운 거울은
축축해진 내 뒷모습까지
마구잡이로 구긴다

다정한 빗 손질에
허리가 숨을 고르고
짓무른 뒷면도 품으며
계산적인 거울과 대면한다

풋내 나는 거울 손짓에
라떼빛 조도를 드리우고
유연한 향을 일구며
앨리스는 뜨겁게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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