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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Aug 24. 2020

운전도 유튜브로?


  “엄마, 나도 운전학원 등록해줘”라며 딸은 호기롭게 얘기했다. 그러면서 딸은 유튜브를 보며 운전을 배웠다. 유튜브를 통해 운전을 배우는 것이 가능할까?



 올해 대학생이 된 딸은 친구들이 운전면허 따는 것을 보고, 자신도 운전하고 싶다고 했다. 딸은 친구들하고 나눈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내가 뭐라 했는지 알아? 아빠를 닮으면 운전을 잘할 것이고, 엄마를 닮았으면 사고 없이 잘 끌고 다닌다고 했어. 나도 한 번에 면허 따지 않을까?”라며 나에게 얘기했다.

“엄마 운전이 뭐 어때서? 무사고 10년이면 훌륭하지? 안 그래?”하며 나는 딸에게 얘기했다.     


 

 신랑은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병원 갈 일이 많아지자 슬슬 면허 얘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 자전거 타다가 차와 사고 날 뻔 한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차에 대한 공포감을 느껴서 운전은 나하고 거리가 먼 것이었다. 결혼 초 작은어머니들이 면허를 따고 연습하는 것을 보았다. 작은어머니들은 운전이 쉽고 재미있다고 하셨지만 별나라 얘기 같았으며, 작은아버님의 술 상무 역할도 하는 것을 느꼈기에 먼 나라 얘기로 여겨졌다. 시어머니는 이런 나에게 면허 따서 신랑과 교대 운전을 하라고 하셨다. 나보다는 당신 아들 혼자 운전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나는 차가 무섭다고 말씀드렸고, 어머니는 더는 내게 강요하지 않으셨다.     



  이랬던 내가 자발적으로 운전학원에 등록했다. 지금은 학교 공부가 통합교과로 바뀌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사회, 과학은 연결고리가 없는 개별 과목이었다. 대학에서 지리를 전공했던 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학습지수업했다. 이런 수업 방식은 엄마들에게 점차 인기가 많아졌으며, 가르치는 아이의 성적도 오르게 되었다. 수업이 점차 늘다 보니 양손 가득 책과 수업자료를 갖게 다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운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주행까지 한 번에 패스했다. 엄마 시대에는 여자가 운전을 하는 일이 드물었으며, 친정에서는 겁이 많았던 남동생이 관례인 거처럼 면허를 따며, 남자의 필수코스처럼 얘기했다. 신랑과 도로연수를 하면서, 부부 사이의 운전연습이 싸움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딸은 학원을 등록하며 나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엄마, 액셀이 어느 쪽이지? 엄마 커브를 어떻게 돌아야 해?”라고 시작하여 면허 따고, 도로 연수까지였다. 딸은 겁이 많았는데, 나는 절박에 대해 얘기하며 딸을 다독였다. 나는 동네에 운전학원이 없어 다른 지역에서 했는데, 딸은 동네에서 배웠다. 딸은 학원 등록과 동시에 유튜브를 통하여 선행 공부도 했다. 그 결과 딸은 나처럼 주행까지 한 번에 패스했다. 도로 연수에서 매끄럽지 못함을 느낀 딸은 나와 자신의 연습시간을 비교하며, 부족한 부분은 영상으로 공부하며 문제점을 파악해서 실행에 옮겼다. 직접 타봐야 알 수 있던 시대와는 많이 다르다. 나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Naver나 Daum을 뒤지는데, 딸은 맛집은 블로그로 다른 정보는 유튜브로 찾는다. 우리 세대와는 전혀 다른 방법이며, 가끔 이런 것에 세대 차이를 느낀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도 나는 더딘 편인데, 딸은 필요한 정보만 걸러 정리까지 해서 얘기하는 것을 보면 나도 이제 한물간 세대라는 생각도 든다.      



  신랑이 운전을 배운 것은 군대였다. 운전병으로 발탁되며 배워서 학원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르다. 지금의 군대와는 많이 달라서 깡으로 버텼다고 한다. 나를 만났을 시점에는 수동으로 된 차와 냉장고라 불릴만한 휴대전화도 갖고 있었는데, B.B가 전부였던 나에게 신랑은 백마 탄 왕자님으로 보였다. 이런 경력을 가진 신랑은 당연히 운전 베트랑이고, 지도가 머릿속에 내장되어 있으며, 내비게이션 없이 못 가는 나와는 다르다. 딸의 첫 도로 연수에는 보조석에서 마음을 졸이면서 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딸 바보가 된 아빠도 도로연수 때는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하며 운전이 이상하다 싶으면  딸의 운전대를 같이 잡아주곤 한다. 나는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애잔했다.     



  우리 집 면허에는 여러 세대가 혼재되어 있으며 따로국밥이 아닌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이리저리 얽혀있는 듯하다. 20년 전만 해도 차가 집집마다 있는 세대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필요에 따라 한 집에 몇 대가 있기도 하다. 그에 따라 면허는 남자뿐 아니라 여자, 혹은 나이 많이 드신 분에게도 오픈되어 있다. 세상이 하나씩 변해가면 누구나 적응하기 쉽지만, 한 번에 확 바뀌기에 적응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세상 속도에 주눅 들지 말고, 딸처럼 필요한 것만 걸러 나에게 적용하면 뒤쳐진 세대는 아닐 듯하며, 나만의 만족과 자신감으로 무장을 하고 느린 걸음이라도 꾸준히 걸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젊은 세대와 이야기를 하려면,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아 그런 게 있구나’라는 정도는 알아두어야 한다. 그것이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이며, 대화할 때 내용의 속도만 조절하면 다른 세대 간의 융합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식의 운전 연습까지, 나와 딸은 서로의 속도를 줄이면서 조금씩 익숙해져 갔으며 서로를 보완해주었다. 나도 가끔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영상이 주는 빠른 설명 때문에 유튜브를 이용하곤 한다. 내가 대학 시절 컴퓨터로 리포터나 쓰던 시대에서 손 안의 작은 컴퓨터인 휴대전화까지는 실로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로 보는 운전면허 필기시험, 답안지 제출 후 바로 채점, 기능 첫 시간에 간단한 설명 후 바로 운전해보라는 학원, 기능이나 주행시험의 채점방식 등 그 밑바탕에는 세상의 변화와 속도가 들어있다. 이런 세상에 낙오될 것인지, 흐르는 물살을 타 볼 것인지는 본인의 마음과 자세에 달린 듯하다.     



딸, 오늘은 어디로 드라이브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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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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