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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Sep 09. 2020

무도회

무도회     




괘종시계가 하얗게 12시에 닿으면

댕댕거리는 시침과 분침을 붙잡아

레몬은 드레스를 입고 7cm 힐에 총총거린다     



피부에 와 닿는 전율에

바지춤을 애태우던 회중시계를 보며

녹차는 턱시도를 입고 에나멜 구두에 부글거린다     



털털한 녹차는 늑대 가면을 쓰고

무도회를 아우르는 오픈남이 되며

새침한 레몬은 사슴 가면을 쓰고

시간 갈증에 오픈녀가 된다     



나비넥타이를 푼 늑대는 콩콩거리고

힐을 벗어던진 사슴은 울부짖으며

500mL 페트병 안에서 수중 밀당을 하며

레몬 녹차로 노란 갈증도 촉촉이 발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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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총하다 - 들어선 모양이 빽빽하다

* 레몬 녹차 – 레몬에 녹차를 탄 음료






* 시인 등단 작품


<시 심사평>


레몬과 녹차의 이미지 형상을 통하여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레몬과 녹차를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녹차는 턱시도를 입고 에나멜

구두에 부글거린다.'에서는 무도회를 주최하는 녹차의 남성적인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으며, 또한 동화를 보는 듯한 판타지적 요소들도 잘 녹아있다. 이미지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 방식은 시어의 다양성 차원에서 출발된다. 이와 같은 시어들의 구성을 본다면

각 이미지의 밀도를 높여 화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심상들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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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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