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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Sep 14. 2020

코로나 시대의 개파는?

부모와 개파를


  개파는 개강파티의 준말이다. 가끔 축약어를 쓰는 딸이라, 개파도 딸이 지어낸 말인 줄 알았다. 혹시나 싶어 네이버에 서치 해보니 개파에 대해 잘 나와 있었다.     



  “엄마, 엄마 우리 개파하자. 친구들과 개파도 못하는 딸이 슬프지 않아?”라며 딸은 나에게 개파를 해야하는 정당성을 주장했다.

“개파가 뭔데? 상황이 이러니까 어쩔 수 없지...”라며 나는 딸의 말을 슬쩍 피하려고 했다.     



  개파라는 단어는 신조어이다. 아이가 고등학생 일 때는 학주(학생주임)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으며, 아이로부터 배운 단어는 여러 개가 있다.     

TMI  : 너무 많은 정보,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될 정보(too much information)

ㄹ o : 레알? 진짜

o ㅈ: 인정

낄낄 빠빠 :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것

o o : 응


최근 코로나로 인해 생긴 신조어도 등장했다.

 -. 살천지 : 살 + 신천지 합성어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외부활동을 적게 해서 살이 찐 것

  -. 확찐자 : 확진자에서 진을 찐으로 바꿔서 살이 찐자를 뜻하는 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안에서만 생활을 하다 보니 활동량이 급감해 살이 확 찐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신조어. (출처 : 네이버 오픈사전)

  -. 돌밥돌밥 : 돌아서면 밥/ 밥 차리고 돌면 다시 밥. 2020년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초중고교의 잇따른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시행으로 자녀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부들의 상황을 반영한 말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돌밥돌밥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딸은 서울보다는 지방인 집에 내려와서 지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였고, 코로나로 zoom 수업을 했기에 1학기를 집에서 보냈다. 8월 초에 코로나가 조금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기에, 2학기에는 서울에서 다닐 생각을 했다. 2학기 등록을 하던 시점에 또다시 서울에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고, 2학기도 zoom 수업으로 확정되었다. 정신없었던 1학기에 비해 2학기 zoom 수업은 녹화 강의보다는 서로 얼굴을 대면하는 강의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딸에 의하면, 남자아이들은 세수만 한 상태로 수업을 듣는 경우도 많으며, 여자 아이들은 그래도 화장을 한다며, 딸도 쉬는 시간이면 방에서 나와 음료수 한잔을 먹은 뒤 열심히 분단장을 하고 다시 zoom 수업을 들으러 간다. 교수님이 사용하는 마이크의 상태에 따른 버퍼 수준도 얘기해 주곤 한다. 어떤 강의는 교수님의 말보다 사진이 느리게 움직인다는 말을 하곤 한다. 강의 듣는 쪽의 얼굴도 보이는 학생에게 자주 질문하는 교수님 수업은 아직 수강정정기간이라 그 수업을 바꾸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딸의 대학 친구는 OT에서 만난 친구 1명뿐이며, 과 친구들을 알지 못한다. 2학기는 그 친구와 시간표를 비슷하게 짜서 수업 들으며 심심하지 않을 거 같다고 했다. 다른 것은 해보았지만, 개파는 못해 봤다며, 개파를 하고 싶다고 했다. 딸의 말에 나의 개파도 생각났다. 선배들과 밥 한 끼 먹으며, 선배들 앞이라 쭈볏쭈볏 신입생 새내기라 인사하며, 밥을 어디로 먹는지 모르게 먹으면서도, 리포트 A+받는 법, 학점 잘 주는 수업, 학교생활 등 여러 가지 조언을 들으며, 새롭게 시작되는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선배뿐 아니라 과 동기들과도 개파를 하기에 같이 수업을 안 들어도 최소한 누가 자기 과인지는 알았다. 내년에 코로나가 더 진정되어서 정식으로 개파를 하게 될지는 알 수가 없지만, 풋풋한 1학년 새내기의 개파하고는 다를 거 같다.     


 

  딸이 원하는 개파를 집에서 해주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의 개파는 나의 바람인 돌밥돌밥도 피하며, 딸의 개파 두 가지를 만족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딸보고 배달어플을 뒤져보라 했더니, 월남쌈도 배달이 된다고 하였고, 딸이 좋아하는 메뉴라 이것으로 결정지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월남쌈도 가서 먹어야 했는데, 육수, 야채, 고기, 소스, 라이스페이퍼 등 여러 가지를 보내준다고 하였다. 코로나가 배달 문화까지 바꾸어 놓은 듯하다. 요새는 커피도 배달이 된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신조어도 여러 개 생기고, 생활패턴도, 배달 문화 등 여러 가지가 많이 바꾸는 듯하다.     

  


<집으로 배달된 월남쌈 재료>



   월남쌈을 즐기는 방법은 매장에서 먹는 방식으로 즐긴다. 처음에는 라이스페이퍼에 고기 한 점과 야채를 같이 놓고, 월남쌈 소스를 얹어 먹거나, 라이스페이퍼 없이 고기와 야채를 즐긴다. 2차는 숙주나물과 쌀국수를 넣고 끓여, 쌀국수를 즐기며, 3차는 보내준 계란과 다진 야채로 볶음밥까지 해서 먹는다. 이렇게 1,2,3차로 먹고 나면 매장에서 먹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으며, 매장보다는 조금 더 편한 모습으로 맛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집에서 해 먹어야 하므로, 설거지 거리가 나오기는 한다. 월남쌈을 집에서 할 경우에는 야채와 고기를 일일이 따로 준비해야 하기에, 장마로 인해 오른 야채 값이나, 육수나, 월남쌈 소스까지 생각한다면 집에서 설거지하는 정도야 쿨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다.     



  딸과 월남쌈으로 개파를 하며, zoom 수업을 들어서 쉬는 시간에 다른 교실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것, 집에서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 방에 다른 식구가 들어오며 벌어지는 해프닝, zoom에 비치는 얼짱 각도, 2학기 수강 과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코로나가 아니면, 딸과 이런 개파도 없을 것이며, 딸 수업의 자잘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울타리에 이상하게 매달린 호박을 보았다. 울타리에서 자라는 호박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울타리에 끼이게 되면서, 울타리에 닿은 면 한쪽은 내주었지만, 다른 면들은 자유로운 모습으로 성장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도 울타리처럼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살찐자, 확찐짜, 돌밥돌밥 등에 주눅들지 말고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이라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팬더믹으로 인해 바뀌어 버린 일상에 많이 답답하고 힘든 생활이긴 하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잘 적응해 나가면 팬더믹 시대를 잘 이겨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딸이 2020년을 기억할 때, 부모와 한 개파도 딸의 추억에 따듯하게 남아있기를 바라본다.



딸, 올해 개파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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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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