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함이 번지는 시간
오후의 주황빛을 나는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그 빛이 번지기 시작하면,
어디에 있든, 어떤 순간이든
조금씩 찬란함이 물든다.
익숙한 방도, 흐리던 마음도,
잠시 멈춰 있던 시간도.
빛은 창문 틈 사이로 들어와 벽에 닿고,
때론 손등 위에 내려앉고,
바닥에 길게 누워 있기도 한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손을 뻗어 그림자를 만든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흔들어 보기도 하면서.
의자 위에 앉아 한 바퀴 빙글 돌면 빛은 몸을 타고 흐른다 — 어깨, 손끝을 지나, 무릎 위로.
그림자놀이는 여전히 좋다.
해는 금세 기울고, 그림자는 사라지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혹시 태양은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사라지는 걸까?
잊지 말라고.
너와 내가 함께 지나는 이 시간을 잊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