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바람

바람이 스치고, 기억이 피어나는 시간

by 리틀영

가을의 바람은 봄과는 어딘가 다르다.
조금 더 자유롭고, 거칠고, 차갑다.
그런 가을의 바람이 좋다.


그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색을 머금은 잎사귀들도.
왠지 모르게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도.


높은 하늘 사이를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잠자리를 잡아 꼬리에 실을 묶고 풍선처럼 들고 다니곤 했다. 물론 나중엔 풀어주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잠자리에게 참 미안한 일이다. 가끔은 아이들이 더 잔인하다.


아이들과 함께 뒷산에 오르면 알밤, 도토리, 솔방울 같은 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귀엽게 생긴 도토리를 줍는 일이 가장 좋았다.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이 계속 길어진다면 어떡하지?’
어릴 적 나는 종종 그런 걱정을 했지만,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가을은 늘 어느새 다가와 한껏 가을빛을 내뿜었다.


살결에 스치는, 습기 하나 없는 뽀송한 이불이

어느 때보다 기분 좋다.

작가의 이전글습하고 텁텁한 계절, 그 뒤에 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