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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나 Aug 11. 2023

나는 어디에 살아야 하는가

그래서 희망은 어디에 있는 건데요



<오늘 하루만 생각하며 살자> 나의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내가 결심한 문장이다. 내 미래에서, 어쩌면 과거에서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밀려오는 걱정이나 고민들을 저 문장 하나로 모두 걷어차버렸다. 그런데 요즘 '내가 과연 현재에 사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인지, 현재에 사는 것이 옳은지, 중의적으로 모두 고민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왜 브런치에는 자꾸 고민을 적는가? 이것도 또 고민이다. 완전 고민에 고민을 더한 삶을 살고 있다. 지겨워, 증말.


어쨌든 미래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고 오늘을 사는 것에는 두 가지 불편함이 있다. 첫째는, 그래서 그 오늘을 얼마나 잘 살았냐는 것이다. 내가 오늘 가치 있는 하루를 보냈나? 어린 시절부터 자라는 중에 학습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타고난 열망이 있는 건지는 몰라도 무가치한 하루가 반복되면 자꾸 불안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뭐 엄청 대단하게 가치 있는 하루를 살아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약간이라도 생산성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다. 생산성. 그래, 이 생산성이 문제다. 난 뭣도 없는 빈털터리면서 겁나게 생산성을 따진다. 하다못해 글 하나라도 제대로 써냈다면 내 기준에서 충분히 생산적인 하루인데 그마저도 안 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하루를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무 생각이 안 드는데 내 하루를 생각하면 너무 쉽게 한심하게 느껴진다. 물론 내 인생이니까 당연한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난 나에게 불공평하게 엄격하다. 정말 엄격할 거라면 제대로 나를 관리하고 독려하면서 원하는 대로 살기라도 하든지, 이럴 때는 쉽게도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면서 또 내킬 때는 한없이 너그럽다. 뭐든 일관적인 기준이 중요한 건데 아주 내가 나를 가르치고 어르고 달래고 훈육하는 것이 엉망진창이다. '그냥 즐겁게 하루를 보냈으면 가치 있게 살았다고 하면 안 되나?' 싶다가도 결국 불안하고 나를 다그치게 되는 것은 그런 하루가 모여 이어질 미래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불편함을 느낀다. 나의 하루에는 감사할 일이 참 많지만 그래도 나는 어떤 기대라던가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걸 희망의 형태로 간직하고 있는데, 내가 정말 오늘만을 산다면 그 희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예전부터 인생의 여러 부분에서 희망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들어왔다. 희망은 정말 소중한 것이지. 그런데 그 희망이라는 것 자체가 '미래에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란다.'는 뜻 아닌가? 그럼 난 결국 미래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체 난 어디에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쯤 되면 '아니, 그냥 적당히 하루를 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살짝 지니고 있으면 되지...'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나에 대한 기준이 아주 이랬다 저랬다 애매모호한 내가 그런 중용의 미덕을 어떻게 지키냐고요. 나에겐 정말이지 중용이 필요하다. 오늘의 안락함과 미래의 성취를 놓고 기울여보는 저울은 오늘의 아이스크림과 내일의 체지방 같은 사소한 문제에까지 휘청인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만족하며 살려고 하면 앞날이 나의 발목을 잡아오고, 미래에 집중하면 현재의 내가 너무 빠른 트레드밀에 올라간 사람처럼 헐떡거린다. 그 중간을 찾아보려고 해도 외줄타기 하는 것처럼 휘청거린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이 애틋하다가도 한심하고 기특하다가도 답답하다. 나를 가장 잘 알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사람은 나뿐인데. 자꾸만 그 역할을 잊는다. 하, 어쩌지.


보통 나는 글을 쓸 때 어찌 되었던 결론을 내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나도 고민 그 자체의 글이라서 그런지 나의 마음을 다독이고 태도를 다잡는 결론을 찾지 못했다. 그게 내 나름의 가치 있는 글을 쓰는 방식인데 오늘은 실패다.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는 낫다고 나를 위로한다. 내 머릿속을 필사했다고 생각하면 아주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겠지. 아마도.


나는 내일 또 시험기간에 백분토론을 보며 불편한 휴식을 취하는 수험생처럼 어색한 하루를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이 글로 8월 11일의 가치는 0보다 커졌을 것이므로 오늘은 일단 가슴을 펴고 잘 예정이다. 나는 좀 나의 과거에 다정하고 현재에 너그럽고 미래에 여유로운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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