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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립나 Oct 04. 2023

MBTI 반반인간의 일기

비정기적 일기 쓰기


MBTI를 그렇게 신빙성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저 대화할 때 아이스브레이킹용으로 꺼내는 소재지만 때로는 그걸 핑계 삼아 나를 분석하는 게 나름 편리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일기를 좀 건조하게 쓰는 편이라는 점. 하긴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쓸 때면 '오늘 뭘 했다. 그래서 어땠다.' 이런 식으로 사실을 나열하고 그것에 대한 감상을 적는 것이 대부분이었긴 하다. 그나마도 크고 나서는 잘 안 쓴 것 같은데 가끔은 그런 일기라도 쓰고 싶을 때가 있어서 이곳에 비정기적으로 일기를 써 볼까 한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전까지 꽤 S(현실주의)형 인간이었던 나는 점점 중도적인 성격이 되더니 이제는 S와 N(직관형)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 되었으므로 그때보다는 다양한 내용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연휴에 집에서 쉬면서 한 번 더 깨닫게 된 건 나는 혼자 노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혼자 돌아다니면서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공원을 걸으며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걸 사 먹는 것도 즐거웠고 그냥 방에서 혼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낙서를 하는 것도 너무 재밌었다. 혼자 낄낄 대면서 유치한 낙서를 적다가 문득 이 정도만 해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이렇게 나만 아는 나만의 시간에 엄청나게 만족하면서도 나는 왜 보여주는 것을 갈망하는지는 좀 의문이다.


지금은 거의 접힌 마음이지만, 한 때는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유튜브 콘텐츠를 구상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했다. 내가 용기가 없고 게을러서겠지만, 어쨌든 그 준비과정이 즐겁지는 않았다. '최소 노동 최대 행복'을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사는 나로서는 몹시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에 왠지 그렇게 생각했다. 이걸 해야 할 텐데? 적어도 '이거라도' 해야 할 텐데? 유별나게, 어쩌면 모나게 살고 있는 내가 하기에는 이상한 생각이었다. 제멋대로 살면서 사실은 어떤 세상의 기준에 맞춰사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니. 매사 중용에 대해 고민하는 나는 역시나 이 부분에서도 늘 우왕좌왕 갈팡질팡 하고 있다. 나는 남들과 교류할 때 - 남들에게 보여주고, 남들에게 인정받을 때- 즐거운 건지 아니면 혼자서 순간을 만끽할 때 행복한 건지.


제목에 걸맞게 MBTI 얘기를 꺼내보자면, 나는 일명 '반반인간'이다. 각 성향지표의 비율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간적인 것인데 특히나 외향성과 내향성을 뜻하는 E와 I 부분과 앞서 말한 S, N 부분이 그렇다. 극단적으로는 E가 51%, I가 49%가 나오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나도 나를 모르겠는 걸까? 사람들과 만나는 게 재밌고 기대되면서도 그 이후에는 며칠씩 집에서 쉬면서 충전해줘야 한다. 사람이 너무 싫은데, 좋은 사람들은 또 엄청 많다. 위에서 말했듯 남들이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가도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있고 싶기도 하다. 이런 애매한 성향은 내가 맨날 말하는 '중용'이 아니라 '혼돈'과 '막연'에 가까워 참 애석하다.


물론 사람들과 만나는 것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기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직 나도 모를 행동이다. 나는 어째서 혼자 드라마를 보면서 낙서하는 것에 그렇게 행복해하면서도 '이걸 리뷰로 써야 하나?' 같은 생각을 했을까?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그게 가장 고민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글로 정리하고 싶다!' vs '근데 뭐 하러 이런 걸 굳이 올려...' 그렇다면 그냥 글을 쓰고 나 혼자 간직하면 될 텐데 또 그러기는 아쉽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뭘 어쩌고 싶은 걸까?


이 일기도 마찬가지다. 사실 일기의 미덕이라면 혼자 쓰고 혼자 보는 것일 텐데(학생 시절에는 선생님까지만 포함) 이렇게 남들 다 보는 곳에 쓰는 것도 일종의 보여주기 같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이렇게 글을 올리고 싶었던 걸 어떡해요? 내가 꼭 나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의아하긴 하다.






역시 브런치답게 일기라면서도 꽤 점잖은 척하는 글이 나왔다. 아주 문단까지 나누고 난리가 났네. 하지만 아마 앞으로는 이 비정기적 일기에 은근히 원래 나의 경망스러움이 배어 나올 것 같다. 그렇게 서서히 내 브런치 전체를 좀 가볍게 만드는 거지. 하하. 그럼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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