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 때문에 우는 게 좋아 - 1
“와 진짜 미쳤다.”
잠들기 전에 누워 인스타그램 피드를 확인하던 소윤이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인절미 사진을 보고 터져 나오는 감탄을 참지 못했다. 내일 너무 늦지 않게 가야지. 소윤은 오랜만에 홀로 가는 떡 맛집 투어를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핸드폰 화면을 끄던 방금까지도 새롭게 메신저 푸시 알람이 뜨는 걸 봤지만 애써 외면하며 잠들기 위해 애썼다. 성준에게서 온 메시지고 분명 미안하다는 내용이겠지만... 일단 오늘은 대꾸할 기분이 아니었다.
어차피 성준은 내일도 출근할 일이 있다고 했으니 소윤은 느지막이 일어나 떡집에 가서 오랫동안 기대해오던 흑임자 인절미를 사고 공원에서 미니 피크닉을 즐기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렇게 기분전환을 하고 3시쯤 성준이 퇴근하면 집으로 오라고 해서 얘기 좀 하는 거다. 성준도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닐 테니까 나도 마음 풀고, 사과하는 뜻으로 저녁 비싸고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해야지. 그렇게 다시 평소와 같은 주말을 보내는 거야. 소윤은 머릿속으로 내일의 계획을 정리해보고 서서히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맞춰놓은 알람 소리가 울리자 흑임자 인절미 생각에 금방 정신을 차린 소윤은 들뜬 마음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잠들기 전보다 더 늘어난 메시지 수가 보였지만, 어제 집 앞에서 성준과 헤어지면서 ‘내일 대리님 퇴근할 때쯤 제가 연락할게요.’라고 분명히 말했으니 괜찮겠지 싶었다. 그리고 이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아직도 생각하면 완전 열 받는데. 어제의 일이 생각나 이가 뿌득 갈린 소윤은 따뜻하게 우린 국화차가 담긴 텀블러를 들고 집을 나섰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떡집에는 꽤 줄이 길었다. SNS에서 이슈가 된 곳이라 인기가 많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줄을 설 줄은 몰라서 조금 얼떨떨하면서도 그만큼 기대되기도 했다. 줄 서서 기다리던 도중 점점 날이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공원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기분 전환할 계획은 조정이 불가피해졌지만 눈앞에서 따끈하게 잘려 나오는 흑임자 인절미를 보자니 아무래도 괜찮았다. 얼른 사 들고 집에 가서 따뜻한 차랑 같이 먹어야지! 소윤은 흘러나오는 콧노래를 삼키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렸다.
소윤은 떡순이였다. 밥도 면도 빵도 다 좋아했지만 특히나 떡을 정말 정말 좋아했다.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떡볶이고 생일이면 케이크도 떡케이크로 준비했다. 수험생 때도 초콜릿이나 엿보다 찹쌀떡을 좋아했고, 남들 다 초콜릿 과자를 깨무는 11월 11일에도 농업인의 날을 외치며 구운 가래떡에 조청을 찹찹 발라먹었다. 무료한 직장인의 삶에 낙이 있다면 시간이 되는 주말마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떡집에 가서 새로운 떡 디저트를 맛보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마카롱에 열광하고 다쿠아즈에 까눌레, 깜파뉴, 애프터눈 티를 즐길 때 소윤은 팥소 절편이나 블루베리 설기에 따뜻한 곡물차나 꽃차를 마시며 즐거워했다. 그런 소윤의 삶에 떡보다 소중하고 설레는 존재가 나타난 건 1년 전 인턴사원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