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사람들이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아프다. 아가 머리에 씌우는 보넷같이, 하얗고 맑은 방이의 꽃망울 사진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뻐근해지고 두 눈이 화끈거린다.
너무 예쁜 이름을 붙였나.
잎사귀 하나 없는 몸으로 제 가지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열매를 키워보겠다 애쓰는 방이에게
그 노력이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물 주며 힘내라 힘내라 속삭여주었는데 그조차 약효가 없었다.
이후 아오리 장미도 시름시름 앓기에 그저 물 주고 볕 주며 사계절 피운다는 그 장미, 어서 빨리 피워보자 말해주었는데 이도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아오리 장미 잎사귀마다 하얗게 낀 거미줄 같은 것을 보고서야 그간 진드기들이 달려들어 결국 장미가 힘을 못 쓰고 잎새까지 허옇게 변해버렸다는 걸 깨달았고, 이를 알았을 땐 곁에 있던 울이마저 진드기 때문에 잎이 누렇게 변한 이후였다.
다행히 오쟈 씨는 무럭무럭 자라 줄기가 더 튼실해졌고, 대를 어루만지면 제법 나무 살결처럼 단단해졌다. 보롱이는 키가 많이 자라 이제는 분갈이를 할 때가 되었고, 즈-마리도 더 늦기 전에 분갈이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몬 형제들은 그새 이파리가 하나 더 돋아났고, 이 녀석들은 어찌 된 일인지 나중에 나오는 잎일수록 몸집이 더 커서 신기하다.
이렇게 두고 보니 제일 몸집 작은 녀석들 덕분에 이후에 나오는 녀석들이 시간을 두어 제 몸을 키웠구나 싶어 제일 작은 잎에게 고맙다. 귤나무는 그새 몇 번 더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구며 키가 자랐고 지난번 열매가 열린 이후 아직 연습은 없다.
오쟈 씨, 귤이, 보롱이, 몬스 형제들이 이렇게 무럭무럭 잘 자라는데, 나는 이렇게 잘 자라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땅으로 돌아간 아오리 장미, 방이, 울이가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녀석들이 환하게 방실거리는 옛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 사진이 있는 자리에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그래도 지금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입 밖에 말은 꺼내볼 수 있게 되었으니 난 자리가 익숙해진 것인가.
오늘 볕이 좋다. '개똥이들'도 창가에 조로록 세워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