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부터 35까지
31.
안개가 하늘에서 부터 깔리는 저녁 사차선 도로 옆을 걸으면 쏟아지는 전조등 불빛이 시야에 가득차고 차들이 지날 때마다 인도를 울리는 진동은 내가 선 이 곳을 생경스럽게 한다.
32.
사랑은 어디서 오는걸까
사랑은 어디로 가는걸까
아무도 정해놓지 않았고
누구도 그려보지 않았네
그런데 사랑이란 건
완성이 정해진 그림처럼
태연스럽게 흘러가지
그래서 얄궂고
그러하여
놓치고서도 믿고 기다려보는
막차같은 사 랑.
33.
절망의 우물 안에서 벽을 딛고 나와
딱 반 발자국만 밖으로 내딛으면,
우습게도 모든일이 잘 될 것 만 같다.
내일 아침에 나는 이런 느낌일 것이다.
34.
내가 틀려 먹었다.
남들은 될 거 같아. 가. 오십 일프로이고
안 될 거 같아. 가 사십 그 프로인데
난 그 반대거든
어쩌면 공중에 떠 도는 그 2프로가
어느 날 내 앞으로 올 때 꽉 쥐고
놓치지 말아야지.
그게 돈이 될지 사람이 될지
뭔지는 몰라도 틀려 먹은 나를
싹싹 지우고 다시 써 보자는거지.
그런거지.
35.
출근하는 길에 달을 보았다.
아침을 깨우는 시간에 지난 밤을 비추는 달의
마알간 얼굴을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보는 달. 시간은 맞닿아 있고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맞닿아 있는데 빨리 밤을
넘겨버리는 내 탓에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올 해에는 모두 만났으면 좋겠다. 그 달처럼 신비롭고 , 알 수 없이 애틋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