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부터 40까지
36.
연애를 못 하는 거냐 안 하는거냐
사람들의 끊임없는 물음에 나는
Don't 인지 can't 인지 사실 나도 모른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더욱 솔직하고 깊게. 나는 정말 더이상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고 싶지 않아 라는
마음이 제일 크다는 것을 ,
엉엉 울고 싶은 날 전화해서 울 수 있는
한 사람을 원하고 바란다는 것을 ,
이제는 차마 입 밖에 내기가 꺼려진다.
37.
넌 왜 그걸 나한테 말을 안 해 !
빽 소리를 지르고 나니 후련했다.
남들은 듣고 흘릴건데
너는 마음에 담아 둘 거 같아서 ...
피붙이보다 살붙이보다
타인에게 퍼지는 비밀의 향이 짙은 건
내가 널 생각하고 있다
라는 꽤 농도 짙은 버터향으로
다 터진 네 마음에 발려질
그 사람의 진심 때문이다.
38.
코스모스가 질 때까지 예쁜것도 모르다가 아 저버렸구나 하면 가을이 사라진다. 청춘이 괴로워 똬리를 틀고 웅크려도 시간은 가고 너무 좋아 몸둘바를 몰라도 싱그러움을 날아간다. 지나간 다음에 나즈막히 외치는 아 ! 그 감탄사가 제일 멍청한 울림이겠지
39.
대놓고 아프고 힘든 사람들보다
멀쩡한 척 하며 속을 파내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더 많다는 것을
버스 옆 자리에 지하철 마주보는
자리에 그런 사람들이 연필 한 타스
보다 더 많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것을
삶은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나만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울적한 날에 낯선이의 고인 눈물을 보여주었다.
40.
한 계절에 한번 사람들을 보기가 어렵다.
싫은 것도 일부러 꼼지락 거리는 것도 아닌데
그 일이 참 어렵다.
학교를 다니면 만났던 친구들
문을 열고 나가서 이름만 부르면 닿았던 사람들
이제는 그것이 쉽지가 않아 노력이란 걸 해야하고
마음을 쓰고 시간을 비워야 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어른이란게 이런 것일 줄이야...
신데렐라가 타던 호박마차가 내게 없을 줄은
알았지만 유리구두는 삽화 속에 환상임을 알았지만
어른의 삶이 이럴 줄은 어젯밤 꿈에도
매일 밤 꿈에도 이런 줄 몰라
아직도 실감이 안나서 가끔 벙쪄 버리기 일쑤다.
어른들이 자꾸 약속을 잡는 건
이름을 부르면 닿을 수 있던 작은 운동장의
철봉밑 친구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그런 오래된 기억의 흐뭇한 흔적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