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51부터 55까지

by 여름

51.

사람들은



자기 잘못을 기를 쓰고 숨기는


애처로운 마술사이자



타인의 질못은 기가막히게 캐내는


잔인한 광부들이다.


52.

우리가 사는 지긋지긋한 힘든 세상이

누구에게는 누려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라는 것.

세상이 하나이고

지구가 둥글다면,

우리는 누군가의 펼쳐지지 못한 몫의 책장을

한 두 페이지 쯤 더 가지고 있는 것.


53.

너무 배가 고프면 말야,

이따가 훌륭한 레스토랑에 갈 걸 뻔히 알면서도

지금 당장 길 건너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잖아.

인생도 그런 거 같아.

지금 불안정해서 어딘가에 기대고 싶을 때

아무데나 앉아버릴 때가 있거든.

금방 후회하고 돌아서면 들통 날 건데도

미련하게 그런 선택을 하는거지.

참 진짜 미련터지게 말이야....


54.

- 했었으면. 이라고 가정하는 인생보다

- 하지 말걸. 이라고 후회하는 인생이

더 용감하고

더욱 견고하다.

미경험이 주는 평안의 황홀함보다

경험이 주는 착각의 무서움이

청춘에게는 더 필요하다.


55.

제목

수화연애



내용

외로운 나에게 다가온 네 목소리는


힘이 없어 풀썩 쓰러지는데


말 없이 살포시 앉은 너의 온기는


시려운 내 등 그림자를 가리웠다.



슬픈 나에게 걸어가던 네 휴지조각은


눈물 한 방울도 머금지 못하는데


땀 내나는 너의 셔츠 어깨 귀퉁이는


축축 젖은 내 눈가를 따라 헤엄쳤다.



나는 차마 몰랐었다.


너의 몸짓이 말보다 정교함을


나는 알 수 없었다.


너의 손짓이 웃음보다 깊음을



네가 없던 차가운 날,


손끝이 울고 울던 그 밤에야


나는 알았다.


네 몸 구석 구석 박힌 사랑이


나를 떠나서 별이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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