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56부터 60까지

by 여름

56.

잘 모른다고


덜 좋아하는게 아냐.



잘 모르니까


더 좋아하게 되는 거라구.



모르는 시간들이 보고 싶어야


널 더 자주 만나지.


지나간 추억이 없으니까


난 더 절실한거야.



그걸 모르겠어 ...?


57.

미친놈 아. 나는 잘 산다.


내가 너 같은 걸 좋아하고 참


미친년이지.



사랑이란 말 속에서


미친. 이란 음절들은



미친 듯이 사랑했다고


붉게 농익어



미친 년놈이 됐다고


천박스레 떨궈진다.



이러나 저러나


미쳐야 가능한 것.


사랑. 그 미친 짓.


58.

사랑은 대출금 이자 같다.



처음에는 그렇게 큰 줄 몰랐다가


한 두달 지나서부터는 너무 커져서 놀라니까.


더군다나 다 끝날 때까지는 포기도 어렵고


중간 중간 고비 마저 찾아온다.



더 우스운 건


너무 일찍 모든 것이 끝나버리면


예상치 못한 조기 상환 수수료를


힘들여


감당해야 할 때도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통장에 검은 잉크로 찍힌 이자들이


사랑보다 나은 이유가 딱 한가지 있다.


내게 약속한 그 만큼만


나와 이야기한 시간동안만


날 괴롭게 만든다는 그것 한 가지.


59.

부모는 자식의 꿈을 받쳐주지 못해 미안하고


자식은 부모의 꿈이 되어주지 못해 죄송하다.


고맙고 사랑한다는 끈을 달고 맺어져


미안코 아프다는 바늘로 꿰매어지는 이상한 관계.


60.

식은 국을 대하는 사람의 자세는 세 가지 정도 있다.


식은 국을 마시거나


불 위에 데우거나


목이 막혀도 국 없이 밥을 삼키거나



식은 사랑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는 세 가지 정도 있다.


식은 사랑을 이어가거나


마음을 끓여보거나


가슴이 시려도 너 없이 하루를 보태거나



우습게도 세상의 이치는 서로 맞닿아 있다.


애잔하고 생경스럽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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