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111부터 115까지

by 여름

111.

도서관엘 갔었다.

나밖에 없었다.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온다.

도서관은 정숙

아이는 안 정숙

내 눈치를 몇 번 보더니 엄마가 쉿 한다.

아이가 귀여워

의자에 등을 돌려 손을 흔든다.

반갑고 예쁜 따뜻한 생명

물끄러미 보더니 음음음 소리를 낸다.

엄마는 쉬-라고 소리를 낸다.

음음음. 쉬. 음음음. 쉬.

엄마가 나간다.

미안해요 라며 말한다.

엄마란 그런건가보다.

미안할 일이 많아지는 사람.

음음음 하는 말을 알아듣는 사람.

규칙을 쉬-라고 고요한 말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


112.

스물이 지나면

서른이 지나면

불혹이 지천명이 환갑이....지나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은 그런게 아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는 말을

그럴 수도 있지 ~ 라고 할 줄 아는 사람

그게 어른이었고 흔한게 아니었다.


113.

뒷모습을 보고

당신 마음이 흔들렸다면


뒷모습을 읽고

그 사람 얼굴이 그려진다면


그건 사랑이 분명하다

때로는 식지만 언제나 선명하게 보이는

그 사랑 말이다.


* 엄마의 뒷모습을 자주보는 요즘


114.

한심한 사람은 없다.

한심한 인생 또한 없다.


기다란 터널을 지나며

광명을 찾아가는 이가 그인지

수심이 어마어마한 차가운 물 속에서

숨을 고르며 떠오르는 이가 그녀인지

우리는 아주 조금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숨 쉬면서 혀를 찼던

익명의 인생들에게

이 추운 날 문득 사과를 하고 싶어졌다.

사실 내가 그들과 같다고

다만 내가 그들보다 못하다고


115.

들꽃같이 사는 삶

넉넉치 않음이 넉넉함이 되고

넉넉함이 더 흐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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