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191부터 195까지

by 여름

191

다들 부침두부처럼

단단한 척 하지만,


사실은 속이

순두부처럼 흐물거린다.


조금 버티는 힘이 생겨서

지구력이 생기는 것일 뿐이지


상처받는 말이나 표정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더라.


시크하고 쿨한 사람들은

단단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도려내지는 기분이

못 견뎌서 일찍 포기할 뿐인데


그걸 사람들은 잘 몰라서

쿨과 시크를 아무데다 붙이는 거더만


192

일상이 소란하다고 하여

그 안에 고요가 없는 것은 아니며


삶이 고요하게만 보인다하여

그 속에 폭풍이 없는 것도 아니더라.


아쉽게도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보이는 것에 속아

보이지 않는 것을 놓치고


때론 심오한 척 하느라

내면만 비추다가

누구도 가까이하기 어려워하는

외면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살면서 얻기 어려운

고난이도의 수준은

평범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일인지도


193

사람들에겐

살아내야만 하는 시간이

존재하는 것 같다.


작은 동전 주머니에

이제 통용되지도 않은

쨍그랑 녀석들을 담아 놓고


언젠가는 귀한 물건이 되어

그 제 값을 할 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봐야하는 것처럼


달리는 건 눈에 보이게 나아가기라도 하지

제자리 뛰기는 늘 숨만 차고

어리석어 보인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순간에조차

제자리 뛰기를 하며

철지난 동전들을 버리지 않는 삶


나는 엄마와 함께 하며

그 고비들을 미리 경험한다.

늘 수업료도 내지 않고

괘씸하게 말이다.


194

겸손하다는 건

사실

단정짓지 않는 일


알 수 없는 사정

볼 수 없던 순간

가늠 못하는 마음


나도

당신도

늘 한 두가지 있잖아요.


195

쉽게 살려고 마음 먹고

태어난 사람은 없겠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울 때는

내가 세상 밖에 나온 이유가

분명하게 내게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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