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201부터 205까지

by 여름

201

한 발자국만 빠져나와서

그저 옆 집 여자 얘기인양

조금만 무심하면 될 것을


가슴을 부여잡고

억지로 눈물 짜낸 다음에야


아이구야

이 정도는 아닌 일인데

하는 경우가

다반사


이럴 땐

조금만 무심하자고

터지는 감정 앞에서

급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202

내가 무심코 하는 사람에 대한 경계가

누군가에겐 아주 무례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생각해 봤습니다.


이렇게 험한 세상

덥석 누군가의 마음을 믿어서

괜찮을거라고 안도만 하며 지낼 순 없겠지만


내가 두 팔을 벌려 안을 수 있는

거리 안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다시 팔 벌려 닿을 수 있는

공간 안의 마음들은


불안하지 않을 정도의 미지근한 온도가

된다는 것을 느꼈기에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무례한 경계선을 내려 놓습니다.


나도 분명히

어떤 사람들의 경계선 바깥에서

머뭇머뭇 서성이는

사람일테니까요.


203

식당에서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반 말을 하면서 주문을 하거나

식사를 다 마치고 카드를 띡 내밀며

자리에서 계산을 요구하는 사람


들어오면서부터 투덜대다가

먹고 나가는 길까지 언짢게 구는 사람


사장에게 훈계를 하며

내가 하면 더 장사를 잘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


식당에 와서 식사를 마치기까지

삼십분에서 한 시간가량 남짓한 시간


그 사람이 살아온 긴 세월을

응축해서 볼 수 있다.


얼마나 신기하고 무서운 일인가

너무도 사소해서 잘 보지도 않는 잠깐이

당신을 보여줄 수 있는 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204

잘 하려는 마음들이 모이면

그 결과가 당연히 좋아야 하는 게 맞는데


목표는 같지만

결과 과정이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안 좋은 얼굴을 하고

듣기 버거운 단어를 사용하면서

또 다른 이의 얼굴을 붉히게 하기도 한다.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수십 수백번 반복될

오선지 위의 불협화음


배려 감사 이해와 공감

모두 다 두 글자지만

어느 하나 쉬이 얻고 내 줄 수 있는

크기는 아닌 듯 싶다.


205

세상에 가장 많은 이유를 담고 있으면서

무심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주는 단어는


'그냥'

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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