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04- 1] 아티스트 포에타 X 주령 (예술 실천 길별) 인터뷰
여러분에게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표현은 무슨 의미로 다가오나요? 어떤 사람에게 '몰입'은 나를 고통스러운 감정 속에 고립시키게 만들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적합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몰입으로 인해 내가 받아들이는 감정과 관계없이, 기꺼이 받아들이거나 감내해냄으로써 성장할 수 있거나 변화하게 하는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나 자신을 더욱 진지하게 만듦에 있어서는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시대를 이야기하는 뮤지션 포에타님과 예술 실천 '길별'을 운영하고 있는 아티스트 주령님을 모셔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예술과 삶을 대하는 방식과 나를 진지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포에타: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 하고 있는 포에타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정규 앨범을 발매했어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인터뷰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좋은 자리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됐으면 좋겠습니다.
주령: 예술 실천 길별을 운영하고 있는 주령이라고 합니다. 인터뷰는 제가 기존에 갖고 있던 예술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겠어요. 진지한 이야기들을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풀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나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어떤 예술을 하고 계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포에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 장르를 더불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고 있고요. 요즘은 작곡가로서 음악 하는 분들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고 있어요. ‘모두를 위한 일이었으면’ 이란 곡 같은 경우는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모두의 선택이 모든 사람을 위하는 선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했어요. ‘독백’이라는 곡은 올해 만들면서 예술 하면서 겪었던 올해의 생각들을 가사에 써 내려갔던 것 같아요. 제가 윤동주 시인의 엄청난 팬인데, 시집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주령: 원래는 다양한 작업들을 했었어요. 음악, 미술 등 예술 전반에 걸쳐서 연구하고 공부하다가 지금은 그래피티, 또는 대지미술, 미학 전반에 걸친 제 연구를 결합해서 만든 길별이라는 예술 실천을 디벨롭하고 있어요. “길별 대습격”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습격 대원을 모집해서 그 분이 활동하시는 곳, 생활하시는 곳에서 길을 걷다가 사진을 찍거나 길별 모양을 만들어서 사진을 보내주시면 인스타그램 길별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활동명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포에타: 포에타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시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주령: 길별에 담긴 의미를 말씀드릴게요. 원래 별은 동경의 대상이잖아요. 인간이랑 거리가 조금 먼, 인간의 범주 속에서 해석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담긴 대상으로서의 존재잖아요. 그걸 조금 비틀어서 표현해 본 거예요. 인간과 멀다는 거리를, 오히려 별의 반짝임이 우리가 사는 이곳에 존재한다는 의미에서죠. 낯선 걸 느낄 때 표시하는 방법으로서, 또는 그것을 남김으로써 특별한 의미를 만드는 활동이에요.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포에타: 처음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시작하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환경에서 제대로 시작을 해보자 해서 서울에 올라와 활동을 하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면서 진지하게 곡을 써가면서 저를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 시작됐던 것 같아요. 해야만 하는 이야기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세상을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많았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 스스로 느끼는 것들, 살아가는 저만의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주령: 처음엔 회화나 조형 등을 공부하면서 진지한 예술가로서 길을 걷게 되면 어떤 과정을 밟으면서 작품을 판매하고 커리어를 쌓아야 할지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예술의 본질은 작품에 있는 게 아니라 작품을 향유하는 향유자의 경험 속에 있다고 봤거든요. 향유자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예술을 풀어내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 그런 경험, 활동 자체를 작품화하면 어떨지 고민하다 길별을 만들게 되었어요.
주령님의 경우, 작품을 향유하는 사람에게 중심적인 예술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예술을 시작할 때도 동일한 마음에서 출발하셨나요?
주령: 처음에는 예술을 음악으로 시작했어요. 집에 있는 기타를 잡고 쉬운 노래를 만들면서 창작을 시작했는데, 진지하게 생각을 하고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다른 방식으로도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영역에 발을 넓히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고, 기분을 풀어보면서 다분히 치유적인 관점에서 예술에 접근했었어요. 그런 작업이 어떻게 해서 나에게 효능을 발휘하는지, 어떤 부분이 내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예술을 학술적으로 대하는 자세가 생긴 것 같아요.
그렇다면 포에타님도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시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포에타: 다른 예술을 많이 경험해 보진 못했어요. 글 쓰는 걸 많이 좋아해서 제 목표 중에 하나도 글을 써서 책을 내보는 게 목표기도 해요. 그밖에 여러 활동을 접해보지 못해서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 같아요.
나에게 예술이 갖는 의미가 궁금해요.
포에타: 제 스스로를 위로해 주려고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곡을 쓰는 것 같기도 해요. 나와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음악을 하는 것 같아요.)
주령: 예술은 하나의 조명인 것 같아요. 조명을 들고 다니면서 깜깜한 밤길을 걷는 행위 같아요. 걷다 보면 비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 부분을 따라서 길을 걷고, 방향을 틀면 또 다른 방향을 비추게 되고. 그러면서 공간 전체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겠구나, 그런 걸 예측할 수 있는. 세계라는 전체에 대해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 같아요. 대신 아주 감각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죠.
예술을 하면서 영감을 주는 삶의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포에타: 곡을 쓸 때마다, 순간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요소들이 있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요소들을 너무 찾다 보니 스스로 갉아먹고 괴로워질 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곡을 많이 못쓰거나 번아웃이 되는 상태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에는 아무 요소를 찾지 않고 가만히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곡을 쓸 때는 책이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특히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특히 깨닫는 게 많아지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가끔은 몰입이 깊어지면서 곡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잊어버리게 될 때도 종종 있더라고요.
주령: 예전부터 생각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정을 잘 못 내리곤 했는데, 시간을 두고 정리해서 보면서 어떻게 선택해야하는 지 감을 잡곤 했어요. 그런데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하는 순간에는 선택하는 것들이 힘들었던 경험들이, 내가 정리되고 분석되었으면 좋겠다, 쉽고 빠르게 진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재미있게도, 어떤 노래나 미술 작품을 볼 때 ‘아, 이거 완전 내 거야’, ‘진짜 좋다’, 아니면 감정이 고조될 때 짧은 순간에 자신이 그 한 순간에 명확하게 진단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굉장히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감각 전달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같은 사람은 이런 걸 하면 스스로에게 너무 좋겠구나 싶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포에타님의 경우, 음악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존재하고, 이를 온전히 사랑하고 받아들여야 음악에 진심이 담기는 것 같다고 답변해 주셨어요. 두 분께 지금 하고 있는 예술을 넘어서서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포에타: 같이 음악하는 동료들이 있어요. 음악을 한다고 갇혀있거나, 몰두해 있기보다는 동료들이나 가족, 친구들이랑 여행을 가거나 세상의 다른 아름다운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아름다운것들로 인해 제 음악이 자연스럽게 좋아질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령: 예전에는 예술이 삶에 정말 중요한 것, 1순위라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진지하고 열정을 가지면서 임했어요. 지금은 열정이 그보다 식었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보다 창작이나 예술 공부의 영역이 다른 어느 삶의 활동들이나 비슷비슷한 정도인 것 같아요.
잠을 하루에 몇 시간 자는지, 학교생활 잘 하고 있는지, 밥을 제대로 챙겨 먹는지와 같이 똑같은 중요도를 가지는 삶의 일부분인 것 같아요. 학교 과제하는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술과 창작은 그 자체로 머물 뿐이지, 어떤 신념이나 고고한 믿음으로서 제 삶에 자기 분수 이상의 어떤 영향을 끼치게 두지 않고 있어요.
포에타님의 경우 사전 인터뷰 답변지에 ‘예술이란 제 자신을 참 아름답게 해주면서도 초라하게 해주며, 살아남게 해주는 표현의 도구’라고 적어주셨어요. 살아남는다는 표현을 적어주신 이유가 궁금해요.
포에타: 요즘 세상에 사건 사고들을 다양하게 접하게 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살아간다는 말보다 살아남는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런 표현을 썼어요.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고 하면 결코 긍정적인 기능만 해주는 건 아닌 거잖아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음악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포에타: 다른 예술을 하는 분들도 힘들고 지칠 때가 많겠지만, 뭔가 뜨거움을 느끼는 것 때문에 계속해서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요. 공연하고, 녹음하고, 뮤지션들이랑 작업하면서 대화할 때마다 예술을 향유해나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사전 답변지를 읽으면서도, 지금까지 예술에 대한 두 아티스트 분의 생각을 들으면서 느꼈던 공통점이 있어요. 예술을 표현하는 기술적인 측면, 스킬 측면도 신경 써야겠지만 그런 것들 이외에도 내면에 갖고 있는 가치관을 끌어내고 알아가려고 하는 고뇌가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한 층 더 깊어진 계기가 궁금해요.
주령: 합정의 유명 대안 공간에서 전시를 했던 적이 있어요. 그 전시를 하고 나서부터 진지해졌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나를 표현하고, 어떤 감정에 내가 깊이 들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려고만 노력했어요. 그 당시의 제 작업들을 다시 보면 깊이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죠. 그 외에 다른 어느 것도 전달하지 못하니까요. 예술에는 충분한 가능태가 담겨야 한다고 믿어요. 예술은 사유의 어떤 빈 공간을 열어젖히기 위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 조악했던 전시를 통해서, 제 예술의 깊이가 얼마나 얕은 지에 대해 확인 받기도 하면서 동시에 예술의 치유적, 환기적 실효성에 대해 느끼게 됐어요. 그 전시를 열고 나서 제가 조금은 더 생산적이고 균형 잡힌 인간으로 성장했거든요. 당근과 채찍을 둘 다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각성된 것 같아요.
포에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많이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배우는 것도 많게 되고, 만족하기보다는 ‘이랬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는 배우는 자세도 느는 것 같고. 성찰하는 기회도 생기는 것 같고. 작품을 발표하면서 점점 더 진지해지는 것 같아요.
주령: 포에타님이 글도 많이 좋아하시고, 특히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잖아요. 특별하게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포에타: 지금 제가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 음악을 예시로 들면, 상황이나 배경이나 시스템이나 예전이 지금보다 음악 하기 훨씬 힘들다고 생각해요. 반증되는 이야기로 윤동주 시인인 것 같아요. 나라 배경이나 상황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아름다운 시를 비롯해서 작품을 냈다는 것 자체가. 한두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을 많이 내셨잖아요.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주령: 저도 윤동주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고등학교 문학 시간 때, 시를 외우는 걸 정말 좋아했거든요. 특히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정말 좋아해서 달달 외우고 다녔어요. 영화 동주도 재미있게 봐서 많이 봤고. 나중에 한 번 제가 썼던 글들도 보내드릴 테니까 함께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주령님 같은 경우, 윤동주 시인을 제외하고 예술 활동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 있을까요?
주령: 2018년 즈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마르셀 뒤샹이라고 하는 개념 미술가의, 다다이즘이라는 예술 이론 전파에 큰 역할을 했던 예술 작품을 관람하고 왔어요. 예술의 본질이 작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경험하는 자의 경험에 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그 말에 꽂혀서 길별의 초기 아이디어도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생각하자면 정말 많은데, 예술 이론을 공부하며 가장 집중했던 두 인물은 프랑스의 미학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포스트모던의 조건’을 통해 포스트모던 미학의 초기 담론을 형성)와 자크 랑시에르 (‘해방된 관객’, ‘감성의 분할’ 등을 통해 인간의 현상학적 주체성을 기반으로 하여 예술 양식들을 가로지르는 경험적 미학 이론을 정리) 였어요. 두 인물의 미학에 대한 담론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저의 예술에 대한 입장을 공고히 하게 된 것 같아요.
포에타: 예술을 향유하면서 추구하는 방향성이 궁금해요. 배우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주령: 하고 있는 예술의 방식이 처음에는 자기 표현에 그쳤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예술이 과연 예술로서 어떤 실효성을 갖느냐를 고민했죠. 또 다른 나를 만들기, 나의 일부분을 삶에서 떼어내는 것 이외에 예술에 어떤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지 고민했고, 예술의 사회문화적, 인류학적, 현상학적 역할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하면서 예술 이론을 공부했어요. 그러면서 깨달았던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예술은 조명이라는 말을 했는데, 조명을 비추는 행위가 예술 작업의 핵심이라는 거예요. 그 조명에 비치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고 바로 내가 비추고자 하는 부분을 결정하는 것. 무엇을 조명할지 선택하고, 그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예술을 해보는 게 예술의 핵심과 가치를 관통하는 담론인 것 같습니다.
포에타: 저는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 음악을 조명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외적인 것들을 어떻게 비출 것인지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령: 어떤 공동의 몫이 있는데, 그 몫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방식에서는 몫을 받지 못했던 존재들한테 목소리를 주기로서의 활동으로, 감각적인 구조 속에서 풀어보기가 예술인 것 같아요. 어떤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할 수도 있고,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과 플롯들이 노래나 캔버스, 책과 같은 중립적인 공간에 놓인다는 것 자체가 존재들에게 목소리를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에 새로운 곡을 만들고 있으면, 이런 사람들에 대한 노래를 만들거나, 새로운데 여태까지 조명 받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노래해 볼래, 하면서 작업하면 조금 더 재미있게 작업하게 되더라고요. 음악이라는 매체 바깥에서의 어떤 메타 정치를 활용하느냐도 나의 조명의 좌표를 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 부분을 생각해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양식을 선택했을 때, 그 양식에 내재하는 ‘태도’ 외에 그 양식을 선택하는 것 또한 어떠한 ‘태도’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말이죠.
이제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에 집중해서 여쭤볼게요.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해시태그는 무엇인가요?
포에타: 포에타라는 단어 하나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요즘 엠비티아이가 유행이잖아요. 그래서 infp를 썼고, 착하다는 단어를 썼어요.
본인이 생각하실 때 착한 사람인 건가요, 다른 사람한테 주로 듣는 말이 착한 사람인가요?
포에타: 남들한테도 듣는 편이기도 한데, 제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면도 많고, 상처를 많이 받기도 해서 어느 순간부터 그런 부분에 냉정해지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 자랑을 하는 것 같아서 약간 이상하네요. Infp도 검색해 보니까 그런 면이 조금 있더라고요. 많이 믿는 건 아니지만.
주령님을 가장 잘 표현하는 해시태그는 무엇인가요?
주령: 주체적인, 거리 두기, 허당 이렇게 세 가지인 것 같아요. 주체적인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주체적으로 사는 걸 좋아해요. 무언가를 하더라도 나한테 결정권이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주체성을 가지고 생활하는 거에 보람도 많이 느끼고, 열정을 많이 갖게 돼요. 거리 두기란 것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에요.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세밀하고 섬세하게 거리를 두는 편이거든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거리두는 지도 몰랐다고 얘기할 정도로 잘 밀어내는 스킬이 있는 것 같아요. 허당은 빼먹는 것도 많고, 까먹는 것도 많아서, 허당입니다. 정리해서 보면 어떤 것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모든 것은 신경쓰지 않는 성격인 것 같아요. 깔끔하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두 분에게 있어서 타인을 대하는 자세가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포에타: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남한테 피해 받지 않고, 남을 돕는 자세가 저한테는 가장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고. 음악을 넘어서서 사람과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근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주령: 저번 주에 조카가 태어났는데, 태어나기 직전의 순간들에서 너무 설레고 기대되고, 온갖 말도 안되게 기대되는 감정들이 생겼었어요. 그러다 보니 부모님,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그런 느낌을 제게 주셨기 때문에, 제가 부모님한테 드렸기 때문에 그분들이 저를 계속 키워주시고, 예뻐해 주시고, 암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용서해 주시고 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 포용과 관계를 놓지 않는 행위에는 사랑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스스로를 생각할 때 자신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령: 줄곧 해온 말이지만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실험실에 가서 어떤 사람인지 분석해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저를 알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복잡한 사람이라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끝까지 해석하고 예측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찰자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굳이 알려고 들지조차 않고 있어요. 나의 변화가 곧 나의 살아있음의 반증이라고 느껴요.
포에타: 최근에 미디어도 많이 발달되고, 접하는 게 굉장히 많아졌잖아요. 시상식이나 방송을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도 많고, 그런 걸 볼 때마다 닮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요. 그런데 너무 접하다 보면, 그 사람만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옳다고만 믿으면 제가 누군지 더 모르겠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정체성에 많이 혼란이 오는 상태인 것 같아요. 정체성이란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삶은 정말 끝없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두 분이 생각하기에, 자신이 믿는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주령: 내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은 삶의 절대 주관성이라고 봐요. 어쨌든 모든 세계와 활동 속에는 내가 중심이 있다는 거죠. 나의 눈으로써 대상을 관찰하고, 나의 귀로 음악을 듣고, 나의 입으로 음식을 먹고 소화해서 내가 되고. 그 모든 과정에서 나의 몸과 감각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나의 그 감각적 주관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기반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고,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이 연결이 되어서 문화가 형성되고. 사람이 사는 세상 속에는 절대 주관성이 있다고 봐요.
포에타: 한 마디로 살아있기에 진실이라는 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살아있으니까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판단하게 되고. 그러려면 많이 배우고, 깨닫고 경험해야겠지만. 섣부르게 판단하기보다는 살아있으면서 느끼는 게 진실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두 분은 언제 가장 살아있다고 느끼시나요?
포에타: 지금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랬지만 음악을 가장 좋아하니까.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좋은 말을 전해 받을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고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주령: 고등학생 때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매일 피곤하고 지치고, 공부를 마치고 새벽에 집에 돌아오고, 언덕을 올라오면서 밤하늘도 보고, 힘들어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진짜 열심히 사는구나-라고 느꼈을 때. 제 열정을 스스로가 마주할 때. 가장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땐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다른 무엇보다 나 스스로 그러고자 했기 때문에 그 열심이 의미있었다고 봐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시절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예술가로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도전하고 싶은 것을 들어보고 싶어요.
포에타: 작품을 발표하는 건 계속할 것 같고, 대중적인 측면도 많이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오늘 이런 자리를 통해서도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배운 게 많은 것 같아요. 제 음악을 발매하려고 많이 노력할 것 같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 책을 출간해 볼 것 같아요.
주령: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까, 사람이 너무 학술적으로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쉬운 말로 풀어내는 작업을 할 것 같고. 그러면서도 학술적인 부분을 잃지 않으면서,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단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예술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함으로써 실천해 보고 싶습니다. 조금 사람 냄새를 이제 탑재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인간으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를 들어보고,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포에타: 음악을 하면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잡는 게, 알맹이를 구축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 같아요.
주령: 나이가 들어서도 젊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변화하고자 하는 열정을 계속해서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걸 떠나서 길별이 잘 돼도 좋고, 제 자신이 예술가로서 잘 되는 것도 좋은데, 그런 걸 떠나서 언제든지 원하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다른 듯 같은 두 아티스트 분과의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예술과 삶 속에서 감정을 대하는 두 작가님은 사뭇 다른 태도를 갖고 계셨는데요. 포에타님은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더 나아가 나와 비슷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다양한 감정을 음악에 담아 이야기하고자하는 반면, 주령님은 감정이 아닌 감각을 담아내고자 하며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경험을 중시하고자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밖에도 예술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평소 복잡하고 많은 생각들로 인해 분석되기를 바라기도 했던 주령님은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에 명확하게 진단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신 것과 달리, 포에타님은 때로 삶과 예술에서 받는 순간적인 감정에 깊게 몰입하면서 음악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 지장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들로부터 멀어지려고 노력하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감정에 있어서 상이한 반응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예술 활동을 하면 할수록 자신과 예술 그 자체에 관해 알아가게 되고, 예술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진지해지고 깊어져간다는 말씀을 나눠주셨습니다. 첫 2대1 인터뷰에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좋은 말씀 많이 나눠주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