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04 - 2] 아티스트 J3TP&김서방 인터뷰
진정으로 심장을 뛰게 하는 길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그 길을 택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일이죠. 그 선택에 책임지고 희생을 감내해는 것도 자신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 찾아오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길이 내가 따르고자 하는 길이더라도, 매순간 자신을 발전하게 만들어 주기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택한 길을 꿋꿋히 걸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래퍼이자 프로듀서 'J3TP', 현대미술 작가 '김서방', 발전에 의미를 두고 있는 두 아티스트가 삶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LLW: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보도록 할게요. 먼저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서방: 안녕하세요 김서방이라고 하구요. 어릴 때 태국에 있다가, 이탈리아로 대학을 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된 케이스에요. 작년에 와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코로나 때문에 왔다고는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전시회를 기획해서 작년에 전시를 한 번 진행했고, 올해도. 10월쯤에 전시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J3TP: 함께 인터뷰에 참여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인스타 계정을 통해서 작품들을 많이 봤는데, 되게 인상 깊더라구요.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담고 있는 요소나 그런 것들이 되게 궁금했어요. ‘어디서 이런 재료들이 나온 걸까?’이런 점들이 되게 궁금했던 것 같아요.
김서방: 저는 작품을 만들 때,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이 시작을 해요. 근데 제가 과학이 됐든, 사회 분야가 됐든, 자기계발에 관련한 것이 됐든 한 주제에 딱 꽂히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점들을 계속 파고 생각을 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만들어야겠다’라고 얼추 잡히는 상태가 되면 시작을 하는 것 같아요. 시작하기 전에 작품의 구도라든가, 재료라든가 하는 것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제가 닿을 수 있는 만큼,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의 재료와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부류의 작가라고 생각해요.
초창기 작품은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과거에 대한 집착 등을 기준으로 만들었다면, 요즘에는 조금 더 포괄적인 범위로, 사회문제나 내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중심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LLW: 벌써부터 왕성한 상호작용 너무 감사드립니다. J3TP님도 자기소개 한 번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J3TP: 저는 19살이구요.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이제 2년 정도 됐어요. ‘내 노래를 만든다’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가 코로나 시기에 학교를 안 가게 되면서 무료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작업을 계속하다가 경험 삼아 앨범 발매 심사를 맡겼는데 한 번에 통과를 하게 되면서 일찍 음악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김서방: 저도 인터뷰 일정이 잡히고 유튜브 음악에 들어가서 J3TP님의 앨범을 통으로 들어봤어요. 질문지에 허클베리피 (Huckleberry P)를 좋아하신다고 적으셨는데 딱 느껴지더라구요 ‘이게 여기서 딱 나오는구나’ 하면서. 저도 허클베리피 음악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LLW: 음악뿐만 아니라 두 분이 답해주신 사전 질문지를 보면서 되게 접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오늘 되게 재미있는 인터뷰가 될 것 같은데, 이번에는 J3TP님부터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답변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J3TP: 사실 제가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랑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많이 달라요. 저희 아버지가 성악을 전공하셨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불려 다니면서 음악도 많이 듣고, 초등학교 때는 합창단을 시작으로 피아노, 첼로 정말 많은 걸 시키셨는데, 그 당시에는 음악이 되게 싫더라구요. 누군가의 강요로 하다 보니까. 이후에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한 번 있었어요. 그때 유일하게 들었던 음악이 김광석 님의 음악이었는데, 슬픈 가사나 목소리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괜히 슬프게 들리고, 그냥 공감이 되는 그런 가사들이 있더라구요. 그 노래들을 들으면서 저도 ‘나도 내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생각을 해서 부랴부랴 유튜브 보면서 시작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와있네요.
LLW: 가족분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으셨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김서방님도 사전 인터뷰 당시에 가족분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김서방: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저도 배경적으로 이런 부분에 공통점이 많은 게 저는 아버지가 건축사시거든요. 그렇다 보니 어릴 때부터 디자인이나 이런 것들을 보고 자라긴 했어요. 어머니도 되게 자유로운 분이셔서 어릴 때 욕실에 수채화 물감을 뿌리면서 커서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건축에 좀 더 관심이 있었어요. 안도 다다오나 르꼬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 건축가가 되고 싶다’, ‘짓는다는 것보다는 공간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강했구요. 이후에 음악을 하는 사촌 형을 동경해서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미술 과목에 흥미를 느껴서 미술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모든 것들을 복합적으로 할 수 있는 현대미술을 하게 된 것 같아요.
LLW: 이런 질문을 두 분께 드려보고 싶어요. 내가 하는 예술이 추구하는 방향성? 작품을 만들 때 가지는 방향성에 대해서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김서방: 주제는 항상 바뀌어왔어요. 주제는 매번 바뀌었지만 방향성은 항상 동일했던 것 같아요. 음악이 됐든, 현대미술이 됐든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가?’인 것 같아요. 무언가가 못생겼으면 그게 못생겼다고 표현을 하고, 이건 잘했다고 생각하면 잘했다고 표현을 하고 이런 것들이 중요해요. 작품을 만들고 보면은 제 자신한테 묻지 않아도 드는 마음이 있잖아요. ‘내가 보기엔 조금 부끄럽다’, ‘내 진짜 생각이랑 다른데?’ 하면서. 예쁘게 보이려고, 경쟁력 있게 보이려고 덧대거나 뺀 부분들이 있을 테니까. 완벽해질 수는 없지만 그걸 얼마나 자제하고 솔직할 수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요.
J3TP: 저한테 가장 큰 방향성은 ‘공감’인 것 같아요. 나만 공감할 수 있는 노래는 절대적으로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누군가가 공감을 해주고 ‘아, 저 사람은 이랬구나’ 생각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노래여야 진짜 예술의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그래서 앞으로의 방향에서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가고 싶은 게, 성공을 하면 물론 좋겠지만 성공을 하지 않더라도 저는 음악을 하는 행위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제 음악에 공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계속 지금처럼 해나갈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음악 자체가 거짓이 없이 스스로가 봤을 때 정말 솔직한, 부끄럽지 않은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LLW: 역시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 자신을 진정으로 드러내는 것이 작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엔 두 분한테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J3TP: 저한테 예술이란 진짜 그냥 당연한 거? 언제나 있는 거? 예전부터 예술은 항상 존재했잖아요. 우리나라의 상황이 힘들 때에도 예술은 존재했고. 그것처럼 언제나 늘 있는 거. 상황이랑 다르게 항상 존재하며 자신만의 가치를 지켜서 발전하는 것, 그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김서방: 저에게 예술은, 제가 발전하는 걸 가장 쉽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언어 능력을 키우거나 옷을 입는 등의 행위들을 하면서 발전할 수 있잖아요. 근데 저 같은 경우에는 작품을 만들 때 눈에 띄게 저한테 보이는 것 같아요. 항상 살아가면서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매개체가 예술이에요. 그리고 예술이 저에게 돈벌이의 수단이면 좋겠어요. 큰 돈을 벌고 싶다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이미 삶의 패턴이 된 예술로 조금 더 생산적이고 조직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요.
LLW: 본격적으로 두 분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궁금해져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그전에 혹시 예술에 관련해서 서로 질문해 주시고 싶으신 부분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서방: J3TP님께서 사전 질문지 마지막 질문인 ‘함께 참여하는 아티스트 분께 드리고 싶은 질문?’에 ‘<Blossom>이라는 곡의 핵심 주제인 아름답게 피는 꽃과 아름답게 지는 꽃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울까요?’라고 질문을 주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차 타고 다니면서 엄청 들었어요 그 노래를. 저도 나름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답을 못 내리겠더라구요. 되게 익숙한 컨셉이면서도 생각하면 끝이 없는 질문인 것 같아서 J3TP님은 개인적으로 어떤 답을 내리셨는지 궁금해요.
J3TP: 네, 저는 그것에 대한 답이 항상 존재했습니다. 6년째 항상 같은 답을 가지고 있어요. 이걸 처음에 생각하게 된 게 저희 할아버지가 밭을 가꾸시는데 거기에 항상 예쁜 꽃들이 펴있었어요. 거기 있으면서 예쁜 꽃들이 피고 지는 걸 다 지켜봤는데, 필 때 아름다운 꽃이 있고, 질 때가 아름다운 꽃이 있더라구요. 필 때 아름다운 꽃에는 목련이 있을 수 있고, 질 때 아름다운 꽃에는 벚꽃이 있을 수 있죠.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여러 아티스트들이 악풀이나 이런 것들로 인해 힘들어하면서 예쁘게 성공했지만 쉽게 무너지는 경우들이 많았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과연 내가 음악이 아닌 무엇이든 성공을 하게 됐을 때, 성공한 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성공하고 나서 그 뒤를 이어가는 과정과 행위를 마치는 과정이 더 아름다워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을 때 저는 개인적으로 성공한 모습보다 성공 이후의 행위가 잘 마무리되며 아름다운 것, 그게 더 아름답다고 생각을 해요. 꽃이 아름답게 피는 것보다 아름답게 지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서방: 답변 들으면서 딱 와닿는 게, 이걸 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예쁠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죽을 때는 예쁘게 죽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와닿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꽃에 국한돼서 생각을 했거든요. 메타포겠지만, 꽃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 보니까 ‘펴야 지고 져야 피는 게 아닌가’ 계속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근데 아티스트님의 답변을 들으니까 수긍이 됐어요. 질 때가 더 예쁜지는 모르겠는데, 더 예뻐야 할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lovL0ITNEkA
LLW: 저도 질문에 대해서 ‘질 때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세 명이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니 재밌네요. 그럼 혹시 J3TP님도 김서방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으신가요?
J3TP: 저도 사전 인터뷰의 같은 질문에 김서방님께서 저한테 ‘희생시킬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물어보셨더라구요. 저는 음악을 했던 과정이 반대가 많았어서 개인적인 시간들을 많이 버려야 했고, 잠이라는 행위를 희생을 하면서, 누군가가 나가서 놀 때 그걸 포기해야 했었거든요. 하나를 얻고 음악을 하고자 하면 무조건 무언가는 희생시켜야 한다고 경험했어서, 저도 모르게 저 자신을 희생시키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반대로 ‘김서방님이 예술을 하면서 희생시키고 있는 게 있으신지, 자신도 모르게 희생시키고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무엇일지?’ 질문드리고 싶어요.
김서방: 저는 말씀하셨던 것처럼 어릴 때부터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뭔가를 얻으려면 하나를 무조건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자리 잡고 있었어요. 제가 어머니에 대해서 만든 작품이 있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작품은 정말 솔직해요. 어머니라고 좋게만 나쁘게만, 예쁘게만 표현하지 않고. 그런 면에서 작품을 완성하고 작품을 봤을 때 저는 완전히 패륜아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여러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서 작업에 투자하는 돈과 시간처럼 당연한 것들부터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희생시키는 건 너무 기본 전제로 깔렸고, 가끔은 필요에 따라 도덕적인 관념도 희생을 시키는 거죠. 그래서 이런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