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게 하는 힘 (2)

[S.04- 2] 아티스트 J3TP&김서방 인터뷰

by L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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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방 (좌), J3TP (우)


LLW: 두 분이 갖고 있는 고민들로부터 비롯된 질문들이였는데, 서로에게 도움이 되셨길 바래요. 개인적으로는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두 분은 스스로를 어떤 사람을 생각하시는지 여쭤볼게요.


J3TP: 되게 겁이 많은 사람 같아요. 시도하기 전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당장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을 많이 해요. 취미 활동에는 돈을 많이 투자하는데, 진로 관련된 부분에는 돈을 하나도 투자하지 않았어요. 실패했을 때 손실을 메꿔야 하는 것 때문이었어요. 매사에 겁이 많고. 공포 영화 못 보는 건 당연하고. 친구들 중에 한 명씩은 있는, 장난치면서 놀려도 항상 넘어가는 동네북 포지션 있잖아요. 그런 포지션으로 자리잡고, 잘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에요.


김서방: 저는 제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기적인 사람 같아요. 처음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 불쾌감도 있었고. 난 이기적이지 않고 싶은데, 왜 그런 생각이 들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요새는 불만은 없어요. 무슨 일을 행할 때, 저는 저만 봐요. 주위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제가 할 수 있으면 하고, 제가 못하면 그냥 안 하거든요. 예를 들어 전시회를 진행할 때도, 항상 놓쳤던 부분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 놓치는 부분은 그냥 놓치는가 보다, 쭉 생각하고 이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막상 뒤돌아보면 후회할 때가 많죠. 제가 갖는 기준점도 되게 높고, 어떤 현상이 굴러가는 걸 제 기준으로 잡고 보는 경향이 심하고. 어떤 순간에는 그런 기준점을 다른 사람들한테 강요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해서 상처받은 사람도 있고, 한동안 그런 부분에 시달렸어요. 내가 소시오패스인가, 싶었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그냥 꿈이 큰 것 같아요. 그런 데서 놓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반대로 좋은지 안 좋은지 몰라도, 뭔가 안 될 때도 제 탓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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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O (좌), SANTA (우) - Seobang Kim



LLW: 두 분이 사실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사람, 죄 많은 사람, 이기적인 사람'과 같이 다소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답변을 주셨어요.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하고자 하는 열정이 뜨겁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겁이 나고, 혹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주변에 영향을 주게 되는 거잖아요. 두 분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J3TP: 음악 한다는 자체가 힘이 돼요. 뿌리로 뻗어 나가면, 허클베리피 영상을 많이 보는 것? 분신(*허클베리피 단독 공연 이름)에 가서 <랩바다하리>를 떼창을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한편으로 내가 성공해서 떼창을 의도하는 사람이 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요. 최근에 피처링 제의 드리면서 더 좋은 곡으로 찾아뵙겠다는 연락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 걸 통해서 내가 저 사람이랑 작업을 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요. 동경하는 사람과의 접점을 만들고 그 사람과 같은 선상에 서기 위해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동력이 되고 있어요.


김서방: 말씀하신 것처럼 소소하게 생각하면, 음향기기에 돈을 아끼지 않아요. 작업할 때 이어폰이나 스피커 빵빵하게 틀고 정말 작업만 몰두하거든요. 저도 허클베리피 곡도 많이 듣고, 힙합이나 알앤비 많이 듣거든요. 음악을 틀어놓은 채로 시공간이 분리된 느낌 받으면서, 할 일을 계속 하는 거예요. 최근에 1년동안 그려 온 그림을 잘라서 케이블 타이로 엮어서 곰돌이를 만들었어요. 귀로는 노래를 들으면서 반복적으로 타이를 엮고. 작업하다 정신차리면, 배가 고픈 게 느껴지고 해는 저물어있고. 이만큼 했다, 하는 성취감도 들더라구요.


사실 작품을 계속하는 건 이제 어느 정도 몸에 밴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인생의 목표를 하나 세웠어요. 작가로 은퇴하기 전 혹은 죽기 전에 만드는 작품이 있을 거잖아요. 강남 삼성동에 높은 빌딩들이 정말 숲처럼 있는데, 그걸 보면서 정말 성공한 작가가 돼서 거기 빌딩을 매입해서 귤 농사를 지으면 얼마나 멋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걸 제 마지막 작품의 목표로 세웠어요. 지금은 그걸 어떻게 실행시킬 수 있을까의 과정이에요. 지금으로서요. 그걸 목표로, 원동력으로 삼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LLW: 언젠가 강남에 만들어질 귤 밭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되게 재미있는 답변이네요.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두 분의 에너지가 많이 느껴져요. 사실 꾸준히 활동을 이어간다고 해도, 슬럼프에 빠지는 순간이 당연히 올 수밖에 없잖아요. 나의 추진력을 막아서는 요소가 있을까요?

김서방: 말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운 주제예요. 슬럼프는 아니에요. 최근 들어 제 삶의 패턴을 많이 바꿔 놓은 존재가 여자친구거든요. 단지 여자친구라서가 아니라, 평소에 하는 일에 있어서 누구도 터치하지 못하게 해왔어요. 돈이 됐든, 시간이 됐든, 환경이 됐든, 항상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옆을 보지 못했는데 제 여자친구가 많이 변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백만 원이 있다고 하면, 예전에는 그 돈을 예술에 전부 쏟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십만 원은 좋은 데 놀러가고, 다른 이십만 원은 데이트 비용으로 쓰고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작업실에서 작업만 몰두했던 삶이었다면, 지금은 이것저것 하게 돼요. 삶이 정말 다양해지더라구요. 사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경험할 때 마음 한 편은 불안해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작업하거나 전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심한데, 막상 시간을 보내면 좋더라고요. 예전엔 그런 걸 느끼는 것 자체가 싫었거든요. 근데 (여자친구가) 브레이크를 많이 걸어두게 해주고, 주위를 둘러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주위를 둘러보는 일도 결국 시간을 쓰는 거니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LLW: 작업할 때의 추진력을 막아선다 해서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되려 시야를 넓혀 주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신 거네요. J3TP님은요?

J3TP: 굉장히 반가웠던 질문인 게, 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적이 있어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담은 노래가 <Black>이라는 곡이에요. 내 색깔은 무슨 색일까, 모든 색의 물감을 다 섞으면 검은색이 되는 것처럼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검은색이다 이런 곡이에요. 방구석에 전문가들이 정말 많고 그런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면서 내 색이 너무도 달라졌고, 결국에는 검은색이 되어버렸다는 구절이 있어요. 저는 전문가가 있는 곳이든 비전문가가 있는 곳이든 평가의 의미를 두지 않고 이런 사람이다,라고 제 음악을 많이 노출시켜왔어요. 그런 노출을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고 이건 이런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 다가오는 사람들이 저는 싫더라고요.

왜 저 사람들이 제시하는 방향을 가져야 하지? 대중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받았을 때, 내 변화를 내 스스로 가져가는 걸까?라는 질문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까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음악이 맞는지, 내 색깔이 맞는지 묻게 될 즈음 슬럼프가 왔었어요. 이대로 가다간 내가 휩쓸려서 음악 하는 사람이 되겠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향에 맞춰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만들었던 곡이 <Black>이였어요. 너희들 마이크 앞에 세워두면 아무 말도 못 하고, 당장 우리가 하고 있는 것만큼 못할 거면서 참견이냐는 느낌의 곡이에요. 비전문가들의 평가, 혹은 참견이 방해요소가 됐던 것 같아요.

김서방: 저는 J3TP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을 많이 하면서도,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요. 재밌는 게, 어떻게 보면 그런 거잖아요. 대중들이 많은데, 대중들의 이해도가 많이 낮은 것 같다. 대중의 평가에 의해서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다. 저도 그런 부분에 공감을 하는데, 사실 현대 미술을 하고 있잖아요. 한국에서 현대 미술 판은 굉장히 작고, 최근 들어서 조금씩 판이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미술 시장에 비해 아직도 너무 작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단은 소비층이라는 게 없어요. 음악도 마찬가지고 소비는 대중으로부터 나오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부러웠어요. 대중적이면서도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그게 노출이 되는 것.

힙합에는 레이블도 있고, 엔터테인먼트도 있고 여러 분야 종사자가 많다 보니 판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의 현대 미술에 그런 부분이 차용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아티스트 집단, 레이블, 회사가 만들어지고, 대중들한테 많은 평가도 받고. 이해도가 높든, 적든 상관없이 표현이 노출되면 거기서 나오는 영향과 피드백은 당연한 거고. 똑같이 현대미술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네 싶어서 다른 작가들도 나올 것 같고. 크게 보면 그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본다면, 제가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데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건 원치 않죠.

J3TP: 김서방 작가님 말씀을 들었는데, 최근에 비슷한 말을 들은 적 있어요. 음악에는 레이블이나 엔터테인먼트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입지가 있고 알려진 사람들이 가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대 미술 시장이 작다고 하셔서, 저는 최근에 예술에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각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가치도, 장르도 다르잖아요. 근데 왜 이런 것들을 한곳에 묶어두지 못하는가. 연예인들은 가수든 배우든 같은 엔터테인먼트에 소속할 수 있는데, 그림과 음악, 더 나아가 글을 쓰는 작가는 왜 한곳에 묶이지 못하는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술을 통틀어서 말할 수 있는 것을 묶을 수 있는 레이블이 있다면, 꽤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일단 협업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지는 거고. 예술에 대한 폭이 많이 넓어질 것 같아요. 김 작가님이 하신 말씀 듣고 문득 생각이 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W2rycqjhAdg



LLW: 중요한 얘기들이 많이 나왔네요. 크게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내는 게 LLW의 목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덧 마무리할 시간이 돌아와서, 마지막으로 두 분이 죽기 전에 각자의 기준에서 성공한 예술가가 되어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으신지 들어보고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김서방: 작년 겨울쯤에 진짜 친한 친구랑 했던 얘기가 있어요. 제가 살아있을 때, 미술 교과서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죽었을 때는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살아있을 때 해야 자랑도 할 수 있고.

J3TP: 저도 친구랑 자주 나누는 얘기예요. 아까 말했듯, 아름답게 지는 걸 더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제가 죽었을 때 진심으로 꽃을 놔 줄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만족하는 사람이거든요. 제 기준으로 성공을 했을 때, 정말 마음에 드는 곡을 만든다면 그날 당장 발매하지 않을 것 같아요. 여러 회사들을 옮겨가게 되더라도 계속 말씀드리면서 불미스러운 일로 죽게 되든, 자연스럽게 죽든, 그 곡을 죽은 뒤 발매를 하겠다고 말을 해달라고 할 것 같아요. 이 사람 되게 재미있는 사람이었구나, 재미있게 음악 하다 갔구나, 그렇게 기억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예술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자세, 이를 통해 발전하여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힙합 뮤지션 허클베리피에 대한 애정까지! 음악, 미술이라는 예술 분야는 다르지만, 두 아티스트에게 있어 예술이 갖는 의미는 어쩌면 동일한 뿌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인터뷰였습니다. 두 아티스트에게 또 다른 발전의 기회가 되는 시간이었길 바라며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아티스트 인스타그램 @j3tp_at_blossom

아티스트 인스타그램 @seobangkim

LLW 인스타그램 @live.life_weir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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