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것

[S.04 - 4] 무의식의 일상을 채집하는 아티스트, '장동현'

by LLW

삶을 살아간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그저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기엔, 세상에는 소중한 가치들이 존재하고 이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 살면서 중요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게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요!


오늘은 재미라는 가치를 찾아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을 따라가는 아티스트 장동현 님을 인터뷰했습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무의식의 일상을, 어딘가에서 마주쳤을 법한 장면을 촬영하는 장동현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가 이끄는 방향은 어디인지, 진정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18.05.18.JPG 사진 제공 : 장동현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장동현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영상 편집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대학원에서 뉴미디어아트학을 전공하면서 사진이랑 인터렉티브한 작업들이 연결되는 과정을 배웠구요. 학부 때는 사진을 전공하면서 영상을 같이 제작하다가, 현재는 코딩도 같이 배우고 있는 중이예요.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진 작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나머지도 천천히, 꾸준히 하다 보면 작업을 본격적으로 임할 수 있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에만 멈춰 있으려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Q. 사진에만 멈춰 있지 않는다면, 구상 중인 다른 인터렉티브한 작업들은 무엇인가요?


한 가지 작업에 정착하면서 살아오진 않았어요. 지금은 영상 편집 쪽으로 직장에 근무 중입니다.

최근에는 코딩을 많이 배워 두는 게 메리트 있겠다 싶어서 배우는 중이에요. 전시장에 가면 빔을 쏴놓고 화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작품들도 있잖아요. 그런 기술을 배워서 예술에 접목시키는 시도에 관심이 많아요.


프로세싱이라는 프로그램을 배웠었는데. 텍스트 입력을 해서 이미지적인 영상물을 만드는 작업이에요. 보통 코딩이라고 하면 공대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처럼 사진이나 다른 예술 분야를 접하다가 코딩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같은 걸 만들더라도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더라구요.


보통 영상을 제작할 때 이야기를 먼저 구상한 후, 그와 관련된 영상을 찍어내는 편이에요. 졸업 작품을 만들 때도 그렇게 했었고. 그걸 이제 (코딩을 통해 배운) 코드를 이용해서 보는 사람들이 좀 더 상호작용할 수 있게끔,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대학원 인터렉션 작업 준비 사진1.JPG
대학원 인터렉션 작업 준비 사진2.JPG
대학원 졸업 작품 준비 (사진 제공 : 장동현)



Q. 사진과를 진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공부를 전혀 안 하던 학생이었고. 인문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1학년 때 학원은 모두 관뒀어요. 학교에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한다고 전공이나 진로를 주체적으로 찾아가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 친구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과의 마찰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생각했어요.) 공부가 하기 싫어서 차선으로 찾게 된 게 사진이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사진 입시를 하게 되면 사진을 찍는 거 말고도 사진 이론도 많이 공부해야 하는데, 보통 사진 입시를 준비하던 학원을 다니던 친구들은 이론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이론도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흥미를 붙이게 되면서 사진과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아요. 그게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진과를 가게 됐어요.





18.06.19.JPG 사진 제공 : 장동현


Q.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지나치거나 봤을 법한 일상 속 장면을 채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실제로 작업물도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들을 위주로 촬영하고 계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학부 졸업 작품을 준비할 때,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어요. 무얼 찍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많이 찍었어요. 컨펌 과정에서 교수님이 그 중에서 몇 장 골라주시면서 이런 사진들은 이미지만 봤을 때는 좋지만, 아직 네가 뭘 찍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 이야기를 곱씹으면서 계속 사진을 찍다 보니까, 나는 일상속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좋은 이미지의 사진은 무의식 중에 좋은 장면을 캐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제가 일상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고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작업의 시작은 일상을 찍겠다, 무의식을 채집하겠다는 마음으로 찍은 게 아니라 꾸준히 찍다 보니까 쌓인 사진들이 그런 특징을 띄게 된 것 같아요. 스스로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주제이기때문에 무의식을 채집하는 제 작업이 좀 더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Q. 자연스럽게 무의식의 일상을 채집하게 됐다고 답변 주셨어요. 지금은 프로젝트로 명시하고, 작품들을 소개하고 계신데, 프로젝트화 한 후로부터 스스로 어떤 변화를 느끼셨나요?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사진을 찍을 때 강제성을 띠게 되면, 저라는 사람한테 싫증이 날 것 같아요.


아마 최근에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던 사진도 3개월 전에 찍었던 것 같아요. 취미처럼 찍고 싶을 때 찍으려고 해요. 매주 어떤 시간에 찍겠다고 압력을 가하지 않고 찍고 싶을 때 찍어요. 전시를 한 적도 없고. 전시를 하겠다는 욕심도 없고. 그냥 꾸준히 찍어보지, 뭐.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아티스트 장동현 졸업 작품《STILL ALIVE 1994-2018》



Q. 아까 말씀하신 졸업 작품 영상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영상 작업 얘기를 조금 하자면, 많이 혼란스러워요. (웃음) 한 작품 안에 여덟 개 정도의 이야기가 담겨있거든요. 대학을 다니고 과제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작업을 같이 하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정말 많은 이야기를 던진 적이 있어요. 버려졌던, 던져졌던 모든 이야기들을 꺼내와서 이 부분 재미있겠다, 하면서 (작업하게 됐어요.)


그 중에서 몇 가지 이야기만 소개해 드리자면, 제가 학교 경비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겁이 정말 많거든요. 내가 만약 경비였다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한 시퀀스를 찍고. 산에서 방황하는 장면은, 귀에서 이명 비슷한 소리가 항상 들리거든요. 집중하다 보면 그 소리가 커지는데, 일종의 조난신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소리에 집중했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산이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의 흐름들을 엮어서 만든 작품이에요.



Q.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면 된다고 사전 질문지에도 적어주셨는데, 모토에 충실하신 편이신 것 같아요.


얼마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는지 단계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니까 막연함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잘 하고 있나? 제 나이대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잘 하고 있나? 의문이 들잖아요. 그래서 직장도 그런 불안함 때문에 가게 된 것 같아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이 끈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은 항상 존재해요. 직장에서 안정적인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다 보면, 재미있어서 하는 일들을 놓치게 될까 봐, 안주하게 될까 봐 항상 경계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니까, 회사를 다니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겠다. 그런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Q.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나의 예술만이 갖고 있는 개성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것. 다른 분들은 어떤 식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설치 작업을 한다거나 사진으로 연출을 한다는 건 완전히 똑같이 따라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하는 작업은 그냥 길을 걷다 예쁜 것 같다고 싶어서 사진을 찍으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나온 사진들이 현재 내가 작업하고 있는 주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거고.


가치가 떨어지는 작업처럼 보일 수 있긴 해요. 친구들이랑 우스갯소리로 ‘그냥 스냅샷 아니냐’, ‘그냥 지나가다 찍은 사진 아니냐, 나도 찍을 수 있겠다’라고 스치듯이 이야기한 적도 있고. 그때 그런 얘기를 듣고 곱씹어 보면서,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같은 공간을 찍어도 찍는 사람이 다르다면, 전혀 다른 느낌의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18.04.2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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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장동현


Q. 아까 말씀하신 졸업 작품 영상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영상 작업 얘기를 조금 하자면, 많이 혼란스러워요. (웃음) 한 작품 안에 여덟 개 정도의 이야기가 담겨있거든요. 대학을 다니고 과제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작업을 같이 하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정말 많은 이야기를 던진 적이 있어요. 버려졌던, 던져졌던 모든 이야기들을 꺼내와서 이 부분 재미있겠다, 하면서 (작업하게 됐어요.)


그 중에서 몇 가지 이야기만 소개해 드리자면, 제가 학교 경비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겁이 정말 많거든요. 내가 만약 경비였다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한 시퀀스를 찍고. 산에서 방황하는 장면은, 귀에서 이명 비슷한 소리가 항상 들리거든요. 집중하다 보면 그 소리가 커지는데, 일종의 조난신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소리에 집중했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산이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의 흐름들을 엮어서 만든 작품이에요.



Q.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면 된다고 사전 질문지에도 적어주셨는데, 모토에 충실하신 편이신 것 같아요.


얼마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는지 단계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 모르니까 막연함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잘 하고 있나? 제 나이대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잘 하고 있나? 의문이 들잖아요. 그래서 직장도 그런 불안함 때문에 가게 된 것 같아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이 끈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은 항상 존재해요. 직장에서 안정적인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다 보면, 재미있어서 하는 일들을 놓치게 될까 봐, 안주하게 될까 봐 항상 경계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니까, 회사를 다니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겠다. 그런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Q. 이제 장동현 님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질문을 드려볼게요. 장동현은 어떤 사람인가요?


벌려놓은 일이 많은 사람 같아요. 디자인을 하는 친구랑 티셔츠도 만들어보고. 스티커 팩도 만들어 보고. 축구를 같이 하던 중학교 동창들이랑 축구를 주제로 팟캐스트도 해보고. 물론 수익은 없이 그냥 하는 거예요. (웃음)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 하는 것 같아요. 결국 재미있는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 같아요. 재미라는 게 즐거움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흥미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나의 인생을 요리 메뉴로 표현해보면 아메리카노라고 하셨어요.


아메리카노가 처음 마시면 굉장히 씁쓸하고 맛이 없잖아요. 그런데 한 두 번 마시다 보면 일상에서 없어선 안되잖아요. 계속 찾게 되고. 나라는 사람 자체도 처음엔 ‘이게 뭐야’, ‘무슨 작업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나중에는 은근히 매력 있네. 저를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될 거라 믿어요.



Q. 아직은 씁쓸하고 맛없는 시기에 놓여있는 것 같다고 덧붙여주시기도 했어요.


지금은 제 작업이 어느 곳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않고. 물론 두각을 드러내려고 찍는 건 아니지만.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고. 현재 지금 저의 상황을 볼 때도 금전적인 의미에서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지 않잖아요. 그래서 씁쓸하다고 표현하게 됐던 것 같네요.




18.05.26.JPG 사진 제공 : 장동현


Q.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결국 또 ‘재미’인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걸 해야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재미있어야 무언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고. 살아가면서 누구든 재미있는 걸 꼭 하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예술가로서의 목표가 궁금해요.


전에 말씀드린 인터랙션 작업에 한 단계 더 들어가서, 기술적인 측면을 봤을 때 코드를 짜서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애프터 이펙트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모션을 만들어내시는 분들이 꽤나 많거든요. 저도 그렇게 모션을 만들어보고 싶고.


작업적인 목표는 작업물로 인해 협업 제의가 들어오는 거예요. 음악하시는 분들과 연계해보고 싶기도 해요. DJ하시는 분들이나 다른 뮤지션 분들과 소리를 바탕으로 모션 이펙트나 영상 이미지를 만들어볼 수 있는 협업도 해보고 싶어요. 아직 그렇게 작업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어요.


그리고 사진 작업도 꾸준히 해서 독립출판으로 사진집을 내고, 조그마한 가게를 얻어 간헐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열어 제 사진을 마구 붙여 놓고 팔아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인간 장동현의 목표를 들어보고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유퀴즈에 나가기. (웃음) 가장 유명한 MC가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요. 사실 가장 유명하기보다는, 제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인터뷰를 해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서울 근교에 내 집 짓고 살기? 서울 근교에 내가 집을 짓고 산다는 건 금전적인 여유도 있는 거고 그 집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잖아요. 그 자체만 상상해도 굉장히 행복할 것 같거든요. 그렇게 됐을 때는 작업으로 꾸준히 수익이 나고 있는 상황일 거고. 유퀴즈도 나온 상태일 거고. (웃음) 서울 근교인 이유는, 서울 안이라고 하면 직장을 다니고 있는 상태겠지만, 서울 근교는 작업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일 테니까요.




장동현 작가님과의 인터뷰는 재미를 찾아 자연스러운 삶을 꾸준히 살아가고 계시다는 모토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자신의 작품에 드러나는 개성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것이라는 답변이 개인적으로 신선했습니다. 그동안 오직 고유한 개성과 자신만의 방식을 본인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인 채로 찾아오려고 한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티스트 인스타그램 @jangdong_hyuntaa

LLW 인스타그램 @live.life_weir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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