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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마카롱 Jul 15. 2020

국제커플도 때론 싸우면서 살아요.

커플이 현명하게 싸움하는 방법 4+1가지.

너네 커플은 싸우면 어느 나라 말로 싸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종종 저와 고랑이의 안부를 묻다가 하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예요.

" 고랑이 프랑스 남자면 로맨틱하겠다. 싸움 같은 거 할 일 없겠네."

"근데 너네 커플은 싸우면 도대체 어느 나라 말로 싸워?"

다들 참 비슷한 질문을 하는 탓에 웃음이 나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 우리도 엄청 싸울 때 있어. 그리고 로맨틱한 한국 남자도 많아 "




저희 커플은 잘 싸우는 편은 아니에요. 

3년 넘게 만났고 같이 살지만, 한 2번-3번? 정도 크게 싸웠거든요.


일단, 저는 싸움될 만한 상황을 정말 싫어하고 인내심이 아주아주 큰 편이에요.

저는 부모님이 부부끼리 대화의 시간보다는 다툼이 많으셨던 터라,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제 연애관계에 있어서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저는 제가 그어놓은 인간관계의 선만 넘지 않으면 웬만하면 넘어가고,

 진짜 화가 120% 날일이 아니면, '내가 좀 예민해서 그런가 보다' 혹은

'오늘 이 사람 기분이 정말 별로인가 보다.' 하면서 넘어가려고 해요. 

하지만, 제가 폭발할 때는 진짜 아무도 못 말려요.


반면, 고랑이는 고집이 세고, 호불호가 굉장히 강해요.

프랑스인 특유의 일상적인 불평불만의 말투가 있어요.

(오죽하면 프랑스인들이 제일 잘하는 것이 '불평불만'과 '파업'이라고 말하는 프랑스인들을 종종 봐요)

말이나 행동에 거침이 없고, 불필요한 의사표현이나 덧붙임이 없어요.

또,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 외에는 빨리 잊는 스타일이에요.

사소한 문제일수록, 잠자고 일어나면 다 잊고 그냥 평소 같은 스타일 이랄까요. 

늘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 귀여운 물고기를 보러 갔다가 싸울뻔했다니.... 참. 사람 일 알 수 없어요.

사실, 지난주에 고랑이 와 정말 크게 싸울 뻔한 적이 있어요.

한 5초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고랑이의 행동과 말 한마디에 저는 폭발했지만, 고랑이의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언성을 높이면서 싸울 수는 없었어요. 그러다가 장을 보러 갔는데, 거기서 터진 거죠.

눈 앞에 바로 보이는 토마토도 파뿌리도 바나나도 집어던지면서 싸울수는 없으니 

같이 장을 보러 간 손님들에게 10분 정도 양해를 구한 뒤, 

마트 앞에 있는 간이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오늘 나에게 아주 속상한 일이 있었고, 지금도 내 마음이 풀리지 않았어.

그런데 이 문제는 정말 우리가 크게 싸울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 나를 도와줄 사람은 너 밖에 없어서 이번만큼은 이야기를 제대로 해야 할 거 같아."


고랑이랑 화해했냐고요? 네. 했죠. 

문제가 해결되었냐고요? 음. 아직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보자고 약속을 했어요.

자, 그럼 모든 커플들이 더 잘 지내기 위해서 조금은 현명하게(?) 싸우는 팁을 공유해볼게요.




1. 커플들의 싸움은 서로 비난하거나 상처주기 위해서 하는 싸움이 아니에요.

생각해보세요. 보통 상대방이나 혹은 내가 잘못하거나 오해하거나 하는 부분이 있어서 싸움이 시작돼요.

하지만, 커플이라면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관계를 맺고 있고, 그만큼 애정과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한 부분일 거예요. 결론적으로는 싸우려는 이유는 좀 더 나은 관계를 위함이지

상대를 깨부수거나 비난하거나 상처주기 위함이 아니에요.

서로 감정이 격해질수록, 잠시 서로에게 상기해주세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것.


2. 문장을 시작할 때 '너(YOU)'로 시작하기보다 다른 주어나(우리, 나, 이 상황 등등) 가정법을 사용해보세요.

이 방법은 제가 예전에 어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분의 글을 보다가 발견한 내용이에요.

서로의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너(YOU)'라고 문장을 시작하게 되면, 내뱉는 문장 자체가

상대를 비난하거나 지적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문장에 담겨서 싸움이 정말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건 정말 별것 아닌 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 이겠지만, 언쟁이 오고 가는 시점에서

이 팁을 사용해보세요. 문장을 마구 내뱉기 전에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끔 해줄 거예요.

'우리가 이런 상황에 조금 더 주의했으면 좋았을 텐데'와 '너 때문에 이 상황이 됐잖아'는 

전혀 다른 뉘앙스의 문장이죠.


싸우고 다음날. 서로 간단히 좋아하는 와인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


3. 싸움의 이유는 한 가지, 현재 시점으로, 당사자들끼리만 하세요.

싸우다 보면 예전에 속상했던 이야기나 혹은 '제삼자가(내 친구가,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같은 본질을 흐리는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반복해서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싸움은 당사자들이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에요. 

물론 속상한 마음에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좋은 해결 방법을 물어볼 수도 있고,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수 있어요. 

그건 그 대화에서 위로든 충고든 다른 사람과 나의 관계로 끝나는 부분이고, 

과거의 일을 이 싸움이라는 큰 화재의 불쏘시개로 더 사용할 필요는 없어요.


4. 싸우고 24시간(최대 48시간) 내에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꼭 화해를 하세요.

각 커플마다 화해를 하는 방법이나 팁 하나 정도는 있을 거예요. 혹은 상대가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우리 정말 잘 알잖아요. 아날로그로 손편지부터 유명 제과점 마카롱 한 세트, 시원한 맥주 한 캔, 야구표 티켓, 연인에게만 귀여운 엉덩이 춤 등등 아마 여러 가지 팁들이 있을 거예요. 문자나 전화 말고, 꼭 얼굴 보고 화해를 하세요. 문자나 전화로 대화는 생각보다 참 무미건조해서 더 싸움이 커지거나 심지어 헤어지는 경우도 저는 보았거든요.

아무리 미워도 사랑하는 이 가 멋쩍은 듯이 손 내밀면 마음이라는 것은 또 마음먹은 대로 이거든요. 

아, 물론 해결이 확실히 나지 않는 문제들은 서로 약속을 해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이렇게 노력해보자'라고요.


태국식 소시지, 깻잎, 프랑스식 당근 샐러드, 총각김치, 마늘종 그리고 소주 등등. 저희 집 하루 쌈 밥상이에요.


5. (특히, 국제 커플의 경우) 문화나 음식, 가족 등 서로의 다름을 반드시 인정하고 존중하셔야 돼요.

어느 커플이나 살고 자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다름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로 인해 싸우게 되는 경우도 정말 많고요. 특히 국제커플들은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 차이가 더 클 수밖에 없어요. 이 부분은 옳고 그름이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싸우게 되면 무척 깊은 생채기를 서로의 가슴에 내기도 해요.


예를 들어, 고랑이는 연애 초반에 집에서 제가 고기를 구울 때, 가위로 고기를 잘라가며

굽는 모습을 보고는"왜 가위로 고기를 잘라. 그거 야만적인 행동이야."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는 좀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설명했죠. 

'한국에서는 고기 가위가 따로 있고, 한국식 바비큐를 먹을 때는 이렇게 조리를 한다'고요.

그리고, 한국식 바비큐를 제공하는 식당에 데려가 고랑이에게 보여주며 먹는 법을 보여주었어요.

그 뒤, 고랑이는 저에게 '야만적인 행동'이라고 한 말은 미안하다며, 다음에 한인마트에 가면

좋은 고기 전용 가위를 꼭 사자고 말하더라고요. 한국식 고기쌈은 참고로 그의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고요.


이렇게 한 가지 예를 들었지만, 저도 여러 번 고랑이에게 인내심을 갖고 설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제 주변에는 이로 인해 결국 헤어진 커플도 본 적도 있어요. 완전히 서로 이해할 수는 없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나랑 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것. 그렇게 단 한 번도 생각하고 접하지 못한 문화나 생각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연애를 넘어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쓴 것 같지만, 제가 10대 20대 그리고 30대까지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느끼며 여전히 또 부딪치고 배우고 느낀 이 다섯 가지를 적어 보았어요.

부족할 수도 있고, 어쩌면 공감하지 못하실 수 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요. 

하지만, 꼭 기억하세요. 누군가와 결혼, 혹은 연애 등으로 관계를 시작했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행복하려고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서로 곁에 있어주려고.' 

우리는 이 아름다운 관계들을 애쓰며 유지하고 배우고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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