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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마카롱 Jul 02. 2020

용의 눈물을 기억하시나요?

 한국의 왕 이름 10개를 외우는 프랑스 남자의 한국 사극 사랑

용의 눈물


사극 좋아하시나요?

저는 6-7살 때부터 부모님이 역사에 관심을 가져보라며 적극 보여주셨던 기억이 나요.

가장 좋아했고 처음 접했던 사극이 KBS에서 방영했던 '용의 눈물' 이였어요.

정말 대작이고 걸작이죠. 처음 본 사극이었지만 저에게는 최고의 사극이었어요.

그 어렸던 나이에도, 이방원 역을 하셨던 유동근 님부터 최명길 님, 김무생 님 등등 

어느 배역하나 빠짐이 없이 완벽하고 몰입이 되었던 기억이 나요. 


부모님이 신문배달이 오면 TV 방영 페이지에 미리 볼 뉴스나 사극, 몇몇 다큐멘터리를 체크해두고

딱 그때만 TV를 틀어서 같이 시청했기 때문에 저는 사극 보는 날이 제일 신났었어요.

조광조, 장희빈, 태조 왕건 등등 그 덕에 학교 다니면서 국사시간이 꽤 즐거웠고, (이미 머릿속에는 사극의 등장인물들이 그려지더라고요.) 부모님의 계획대로 국사 점수가 늘 괜찮은 편이었으니 저는 정말이지 사극 덕에 국사 공부를 한 셈이에요.


고등학교 이후에는 거의 사극을 보지 않은 터라, 가끔 케이블 티브이에서 재방송해주는 

한 두 편의 최근 사극들을 보면 '아, 요즘은 이런 사극들이 나오는구나'라고만 하고 제대로 시청을 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제가 다시 한국 역사를 공부하고 사극을 보기 시작했어요.


바로, 저희집 고랑이의 한국 사극 사랑 때문이죠.



명절음식 맛보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 친구 덕에 명절 때마다 이렇게 만들어요 :)


저희 집 고랑이는 프랑스 사람이에요.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90년대 후반쯤 프랑스를 떠나 영국, 벨기에, 핀란드 그리고 호주 등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저를 만나기 전에는 '한국'에 대해서는 '김치' 밖에 몰랐고,전형적인 유럽 사람들이 그렇듯 일본 음식, 문화, 애니메이션을 매우 사랑해요.


처음에 고랑이 집에 갔는데 수북이 쌓여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DVD와 일본 셰프들 요리책, 일본 그릇, 젓가락 등등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제가 아시아 문화나 식자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 폭의 그림 같았던 일본음식,  본인이 잘 알고 좋아하는 일본 레스토랑, 

셰프들의 테크닉 같은 이야기를 주로 하더라고요. 


특히나 일본과 한국 역사 이야기를 하면, '지난 일인데 굳이' 혹은 '그럴 수 있지'라는 반응을 보이니

무언가 제대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각을 하다가 한국음식을 하나씩 제 손으로 

만들어서 맛보게 해 주었고, 넷플릭스의 한류 열풍을 빌려 사극을 보기 시작했어요.



출처: https://ko.m.wikipedia.org/wiki/%ED%8C%8C%EC%9D%BC:Mr._Sunshine_logo.png


저희 커플이 처음 본 작품은 바로 그 유명한 '미스터 선샤인'.

정말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한국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남자 친구는

보는 내내 많은 질문을 했어요. 번역 부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거나 설명이 필요하면 제가 하나씩 

그 배경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도 했고요. 첫 부분 몇 화는 '잘 모르겠다' 라며 인내심으로 보더니, 

마지막에는 그 커다란 덩치에 눈물 콧물 다 빼며 울어대는 모습에 웃을 수밖에 없었죠. 

일제강점기가 그냥 '일본이 한국을 통치했다'가 아니라 

'모든 것을 빼앗긴 나라의 국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생각해 봐. 내가 너 여동생을 데리러 밖에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해. 

근데 나도, 너 여동생도 며칠이 지나도 안 와. 

알고 보니 둘 다 납치돼서 일본 군인들을 접대하는 곳에 잡혀간 거지. 

그리고는 몸도 마음도 다 병들어서 다시는 너와 제대로 살 수도, 볼 수도 없어. 

이렇게 인생이 송두리째 박살 난 사람들이 많은데 사과는커녕 없던 일 취급을 해.

이런 일이 일어나면 너는 그저 지난 일이니까-라고 할 거야?"


"......"


그렇게 시작된 고랑이의 사극 목록은 뿌리 깊은 나무, 해치, 육룡이 나르샤, 나의 나라, 기황후, 대박, 사의 찬미 등등으로 이어지면서 조금씩 한국의 역사와 왕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어요. 태조 이성계도, 태종 이방원도, 사도세자와 영조 등등. 하루는 아는 한국의 왕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10개쯤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럴 때마다 저도 사실은 잊고 지낸 역사를 심지어 영어로 설명을 하려니 한 번씩 진땀을 뺐지만,

그래도 고맙더라고요. 제가 한국 사람이고, 프랑스 역사를 어느부분은 자기보다 잘 알 때도 많으니 

자기도 한국 역사를 이 정도는 관심 있게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사극을 보니까요.


그리고, 요즘 한창 고랑이가 아마존에서 찾고 있는 것은 '주몽'과 '선덕여왕'. 

아마도 이 두 작품은 조만간 살 꺼 같아서, 이건 보기 시작하면 하루에 2편 넘게는 보지 않기로 미리 약속했어요.여러분은 얼마나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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