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자마카롱 Jul 01. 2020

나의 사랑 맥주와 소주

'애완동물' '펫' 이 아닌 '반려동물 '과의 삶 

Animal de compagnie, 반려동물


'Animal de compagnie'. (아니몰 드 깜빠니)

대학 때 프랑스어를 공부하면서 제가 제일 좋아했던 단어 중 하나예요.

한국어로는 '반려동물' 이 가장 가까운 해석인 것 같아요.

'펫', '애완동물' 같은 단어도 있지만 사람과 같이 사는 동물에게 이 단어만큼이나 어울리는 단어를 

저는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이 단어를 배우고 십여 년 후, 저보다 더 영어로 '펫'이라는 단어보다 

프랑스어로 '아니몰 드 깜빠니'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프랑스 남자와 함께 

두 고양이님, 맥주와 소주를 모시고 살게 되었어요.

맥주야 너는 밥을 아주 많이 이미 먹었잖니.... 그건 내 밥이야.


맥주와 소주를 처음 만난 것은, 남자 친구의 이전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3개월쯤 후였어요.

남자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남자친구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프랑스에 다녀온 후,

두 달이 채 안되어 약 18년간 함께 한 반려동물이 또 떠났으니 남자 친구에겐 너무나 큰 충격의 시간이 

연속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고양이 두 마리를 분양받았다고 저에게 말하더라고요.

그렇게 만나게 되었어요. 소주와 맥주를-

왼쪽이 맥주님, 오른쪽이 소주님 예요.
맥주, 껌딱지, 뚠뚠


맥주는 시베리안 고양이예요. 원래 싱가포르로 분양될 예정이었는데, 

사정이 생겨 분양이 막 취소된 맥주를 남자 친구가 데려오게 되었어요. 

브리더( 전문적으로 동물들 품종 교배 및 분양해주는 사람)의 말로는 

" Lovely purring, and he loves his food"

 (사랑스러운 골골 송, 그리고 음식을 사랑하는 고양이)라고 했는데 정말....

맥주는 레몬류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사랑해요. (고양이들은 시트러스 향을 싫어해요.)

플라스틱 통 여는 소리만 들어도 부엌으로 뛰어오는터라 그 식탐을 보고 있으면 정말 경이로워요

워낙 개냥이이고, 정말 사랑스러운 골골 송을 보고 있으면 시베리안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새삼 느끼게 돼요. 고랑이의 배에 누워서 몇 시간식 붙어있는터라 또 다른 이름은 '껌딱지'예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남자 친구 배 위에 누워서 껌딱지 마냥 붙어있네요.

애교도 워낙 많고 식탐+똑똑함으로 인해 정말이지 사고뭉치이기 때문에 늘 주의 깊게 살펴야 하지만

참 매력적인 녀석 이에요.


뚠뚠 하지만 귀여우니... 봐줄게.

"

맥주, 넌 잘때 제일 예뻐!

   

소주님


소주는 정말 '고양이님' 이예요. 하얗고 뽀얀 털에 파란 눈이 매력적인 랙돌이에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독립적인 성격 탓에 고랑이는 저와 똑 닮았다고 늘 말하네요.

맥주처럼 친근하고 개냥이 같은 성격은 아니지만 소주 특유의 애교가 있어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바구니에 드러누워 배를 보여주며 만져달라는 30초의 애교가 대표적이죠.

소리와 사람과의 거리에 민감한 소주는 시간을 들여서 차차 접근하고, 

예의 바른 사람처럼 몸을 틀어 길을 비켜주어 소주의 안정적인 거리를 만들어주면 

직접적이지 않지만 본인 나름의 친근함을 보여줘요.

지금 사는 지역으로 이사 온 후, 유난히 새가 많은 이 동네의 새소리를 많이 좋아하고요.

샴페인 코르크를 장난감으로 제일 좋아해요.


뾰루퉁한 표정을 짓지만 장난기가 많아요.

사실, 지금 고랑이와 만나기 전에는 저는 반려동물을 책임지고 돌봐본 적이 많지 않아요.

남동생이 어렸을 때 천식으로 고생하기도 했고, 외할머니댁에 강아지들은 좋아했지만 무서웠거든요.

가끔 이웃집에서 강아지들을 저희 집에 맡겨두면 제가 정말 밥을 주고 놀아주고 했지만,

한 번 강아지들이 며칠 왔다 가면 그 빈자리와 헛헛함 때문에 제가 밥도 안 먹고 강아지가 있던 자리만 가면

며칠을 울어대서 저희 엄마가 많이 고생하셨어요. 그래서 엄마가 이웃집에서 강아지를 맡기려고 하면

저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해요. 그러던 제가 제 손보다 조금 큰 이 고양이들을 만난 순간,

정말이지 귀엽지만 이 생명들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초반에 정말 많이 고생했었어요.

동물병원 응급실에 밤중에 달려가기도 하고. 새벽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날들도 많았고,

인터넷과 책을 여러 번 뒤지면서 방법을 찾아서 시도해 보고.


당시 고랑이와 같이 살지 않았지만, 처음 데려온 날부터 정을 들였으니 저에겐 이 아이들이 호주에서 만난 새 가족이나 다름이 없었어요. 고랑이가 출장을 가면 한 달 반 이상 퇴근 후 매일 왕복 2시간 정도 남자 친구 집에 가서 밥을 주고, 화장실을 지워주고, 놀아주는 게 저의 일이었어요. 어떤 날은 14시간 이상 일하고 그 피곤함에도 제가 택시를 타고 고양이들을 보러 가는 제 모습을 보며 '책임감'에 대해 내가 한번 더 배우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조금씩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이 '반려동물'들을 통해 배워요.

어느 순간 '애완동물'이나 '펫'이라는 표현을 최대한 피하려고 해요.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동물친구' 니까요. '반려자'만큼 중요한 '반려동물'이니까요.


잘 자요 여러분-:)



작가의 이전글 예루살렘 아티초크와 돼지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