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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마카롱 Nov 30. 2020

달콤하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방법-첫번째편

크리스마스푸딩, 슈톨렌, 파블로바 편

디저트 만드는 일을 하면서 가장 바쁜 시즌은 웨딩 시즌과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 요즘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디저트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서, 알고 먹으면 더 맛있게 드실만한 디저트 몇 가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 나는 것 같지만, 혹시 그래도 달달하게 연말을 기다리며 보낼 수 있는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드는 연말을 보내시길 바라며 적어봅니다. 조금은 긴 호흡의 글이 될 것 같지만, 최대한 어렵지 않게 써보도록 할게요. 첫번째 편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 푸딩 (Christmas Pudding)


크리스마스 푸딩은 영국 및 호주, 아일랜드 등 국가에서 먹는 디저트로 그 기원은 1714년 영국의 왕 조지 1세가 그가 즉위 후, 처음 영국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궁정연회 때 먹을 음식으로 요청한 것을 그 시작으로 봅니다. 재미있게도 이 크리스마스 푸딩의 다른 이름은 '플럼푸딩(Plum pudding)' 입니다. 


플럼(자두)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이 이름을 갖게 된 배경에는 빅토리아 이전 시대에 건포도(Raisin)를 '플럼'이라고 불렀던 것이 기록이 있어서라고 합니다. 또한, 이 크리스마스 푸딩으로 인해, 조지 1세는 'Pudding king' (푸딩킹) 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 크리스마스 푸딩은 말린 과일, 향신료, 브랜디, 빵가루, 우유, 설탕, 밀가루, Suet (소기름) 등 13가지 재료를 사용하는데, 이는 예수와 열두 제자를 합친 '13'이라는 숫자에서 나온 것으로 봅니다. 


워낙 다양한 버전의 레시피가 존재하는 것이 이 크리스마스 푸딩이기도 한데, 제가 일하면서 만들었던 레시피 중에서는 기네스 맥주가 들어간 레시피도 있어서 다양한 레시피를 보는 재미가 있던 디저트 중 하나입니다. 전통적으로는 이 크리스마스 푸딩은 꽤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 럭셔리한 케이크로 가정마다 오랫동안 내려온 레시피로 만들게 됩니다.




특히, 푸딩 반죽을 섞을 때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어린아이들 혹인 집안 하인들까지 참여한 기록 등이 있습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반죽을 저어주며 각자의 소원을 비는 행위를 하게 되는데, 이는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 그들의 여정에 대한 경배를 뜻합니다. 이렇게 잘 저어준 크리스마스 푸딩에는 재미있게도 작은 은 동전(보통 3펜스, 6펜스를 사용합니다)을 넣기도 하는데, 만약 크리스마스 푸딩을 먹다가 이 동전을 발견하신다면 새해에 재물 혹은 운이 따른다고 합니다.



이렇게 먹음직스럽게 완성된 크리스마스 푸딩은 보통 나가기 전 한 번 더 데워진 뒤, 브랜디나 럼으로 플랑베(술을 부어준 뒤, 단시간에 불을 일으켜 향을 입히고 알코올을 날려주는 기법)를 한 뒤, 적당한 크키로 잘라 브랜디버터, 커스터드 크림이나, 앙글레즈 소스, 크림, 아이스크림 등을 함께 내어서 크리스마스에 나누어 먹습니다. 


유명한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는 이 크리스마스 푸딩에 대한 따뜻하고도 미소를 짓게하는 묘사가 잘 나타나 있는 구절이 있으니 혹시 이 책을 보시면 한 번 찾아보시길 바래요. 


요즘에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천에 잘 싸여져 예쁜 리본을 달고 판매되는 크리스마스 푸딩이 종류별로, 크기별로 워낙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으니 혹시 발견하신다면, 저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브랜디를 뿌리거나 앙글레즈소스를 곁들여 함께 드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슈톨렌 ( Stollen)


요 몇 년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진 이 슈톨렌은 독일에서 시작되었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아주 얇게 썰어서 (보통 약 1cm 정도로 잘라서 ) 몇 주 동안 즐겨 먹으며 달콤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빵입니다. 


각종 견과류와 설탕 및 럼으로 졸인 레몬이나 오렌지 등의 과일류들 가득 넣어 만든 이스트 반죽에 마지판(Marzipan)이라는 아몬드와 설탕으로 만든 달달한 페이스트를 넣어 빵을 구운 뒤, 다시 빵에 버터를 입히고 아이싱 슈가를 입히면서 오랫동안 그 촉촉함을 즐기며 먹을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이 슈톨렌에 들어가는 견과류들은 슈톨렌을 판매하는 이전 해부터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크리스마스가 끝나자마자 다음년도 슈톨렌을 구울 건과일을 럼에 절이는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초기 슈톨렌은  밀가루와 오트밀, 물 정도를 사용했었으며 1545년에 나온 슈톨렌에서 밀가루와 이스트, 기름, 물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15세기에는 대림절 시기(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에는 제빵사들이 버터를 쓰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작센(Saxony)주의 선제후인 에른스트와 그의 형제 알브레히트 공작(Duke Abrecht)이 교황청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작센주의 기름값이 비싸니, 작센주 제빵사들이 버터를 쓸 수 있게 해달라' 고요.


당연히(?) 1450년, 이 편지를 받은 첫 교황인 교황 니콜라스 5세는 거절을 했고, 그렇게 다섯 번의 교황이 떠나고 마침내 40년 뒤인 1490년 교황 인노첸시오 8세(Innocentius VIII)가 끝내 이를 승인하게 됩니다. '오직 선제 후와 그의 가족의 궁정에서만 벌금 없이 버터를 대림절 시기에 쓸 수 있는 조건' 하에요. (일반 백성들은 성금을 내는 조건으로 버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와 드레스덴


슈톨렌을 말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슈톨렌으로 유명한 독일의 도시 드레스덴입니다. (드레스덴에서 슈톨렌의 기록은 15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봅니다. (드레스덴은 위에서 언급한 작센주의 수도이며, 1474년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시작된 곳이기도 합니다) 1560년에 기록에 의하면, 드레스덴의 제빵사들이 작센주의 통치자들에게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 바친 슈톨렌의 크기가 하나당 약 16킬로였다는 기록을 보면 이미 이 빵은 꽤 묵직한 무게와 질감을 가진 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전통적인 슈톨렌 하나당 약 2kg의 무게 이지만, 요즘 마트나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들은 300g~ 750g 류들 부터, 한입 사이즈로 작게 나오는 패키지를 만나 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사 먹은 독일계 슈퍼 알디(Aldi)의 슈톨렌은 750g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매년 호주에서 사다 먹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드레스덴의 슈톨렌은 EU로 GGA(Geschützte Geographische Angabe, 원산지 명칭 보호상품)로 지정되어 있으며, '공식적'으로 '정통 슈톨렌'이라고 인정되는 것은 드레스덴의 엄격한 생산기준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오직 150개의 제과제빵점에서 만드는 슈톨렌을 말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중앙에서 잘라서 단면을 붙여서 랩을 꽁공 씌우면 오래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슈톨렌인 참 신기하게도 밤에 먹으면 더 맛있다는 말을 슈톨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곤 합니다. 저는 약 1cm로 자른 슈톨렌 1~2조각을 깜깜한 밤에 위스키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요 몇 년 동안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바빴던 터라 보통 쉬는 날 아침에 진하게 내린 커피와 한두 조각을 먹는 편입니다. 


보통 슈톨렌은 오픈하면 4주 정도 안에 드시는 게 좋아요. 한국에서 요즘 슈톨렌을 사면 친절하게 보관하는 방법이 잘 쓰여 있곤 하는데, 보통 중앙에서부터 약 1cm 정도로 잘라먹으면서 보관할 때는 자른 빵 단면을 마주 보게 하여 빵 안쪽이 건조되지 않게 랩으로 잘 밀봉한 뒤, 틴케이스나 글라스락 같은 곳에 넣어 실온 보관을 하시면 됩니다.



파블로바 (Pavlova)


파블로바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디저트로, 러시아인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가 1920년대 그녀의 투어를 위해 두 나라를 방문한 것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블로바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마시멜로처럼 촉촉하게 구운 머랭에 크림과 과일을 채워서 먹는 여름철 디저트로,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 여름인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고 사랑받는 디저트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디저트는 아니지만, 여름철에 많은 이들이 즐겨먹는 디저트이기도 해서 소개해봅니다)


보통 두 나라의 마트에서 가면 커다랗게 구워진 머랭을 사서, 집에서 손쉽게 크림과 딸기나 라즈베리, 블루베리, 망고, 복숭아 등등 과일을 기호에 맞게 꾸며서 올릴 수 있습니다. 


머랭 베이스이기 때문에 먹는 당일에 보통 다 소진하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팁이며, 샴페인이나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류를 함께 먹으면 더 여름 디저트로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일하면서 수도 없이 만들었던 터라 제 인생에서 더이상 먹지 못하는 디저트이기도 합니다…. ㅜ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따뜻한 방법, 매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카드를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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