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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마카롱 Dec 07. 2020

달콤하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방법-두번째편


민스파이


민스파이는 ‘민스미트’라는 건과일과 향신료(넛맥, 계피 등), 수에 (Suet; 소나 양의 신장, 허리둘레에서 얻은 지방)으로 만든 달콤한 속 재료를 채워 넣고 구운 영국식 파이 입니다. 보통 이 파이는 영국을 포함한 영연방국가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 대표적인 디저트입니다.

귀엽죠? 민스파이 입니다.


이 파이가 시작된 시점을 살펴보면 십자군이 유럽으로 돌아올 때, 고기에 과일과 향신료를 함께 가미해서 먹는 중동에서 가져온 요리법이 치웨트(chewette) 라는 중세 영국에서 먹는 고기 파이에 적용이 되어서 초기 민스파이는 지금과 달리 달콤 짭조름한 양고기나 소고기가 들어간 고기 파이였다고 합니다.



'민스미트’라는 파이의 속을 뜻하는 이 단어는 이렇게 고기가 들어가서 '미트' 시작되었으나, 현대에 먹는 민스파이에는 고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19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민스’라는 말은 고기 없이 ‘건과일, 향신료, 수에(Suet)의 혼합물’을 의미하는 용어로 변화하였다고 합니다.)


민스파이의 역사와 전통


현재 우리가 만나는 민스파이는 5~7cm 정도로 1인용 크기로 파이 윗면에 별 모양이냐 무늬를 찍어서 판매하지만, 이 둥글고 작은 모양의 달콤함이 배가 된 민스파이는 빅토리아 시대에 와서 재등장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봅니다.  튜더(Tudor)왕조 시대에 기록된 이 민스파이의 기록을 살펴보면, 민스파이는 지금의 크기보다는 훨씬 큰 직사각형 모양이었다고 합니다. 16세기 중반에 들어서는 민스파이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즐기는 별미였으나, 청교도 혁명 후, 청교도 세력이 득세하던 시기에는 크리스마스를 상징은 이 민스파이는 금지 요리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박싱 데이부터 (12월 26일) 다음 해 공현절(Epiphany ; 예수님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 1월 6일) 까지 12일간 매일 민스파이를 먹으면 새해에 행운이 깃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민스파이는 산타클로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어린이들인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클로스를 위해 벽난로 근처에 이 민스파이와 당근을 나란히 두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당근은 산타클로스 썰매를 끄는 사슴들을 위한 음식으로 두었다고 합니다. 루돌프와 그의 친구들을 위한 당근이었을까요? )


알록딸록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진저브래드 하우스 입니다.



진저브레드 (Gingerbread)


혹시 '생강빵 아기' 혹은 '생강빵 아이' 라는 동화책을 보신 적이 있나요? 거기서 나온 생강빵이 바로 이 진저브레드 합니다. 생강, 넛멕, 정향, 계피에 당밀, 꿀 등을 넣은 케이크부터 과자, 비스킷 형태로 구운 것을 말합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물론, 네덜란드, 독일, 폴란드, 노르웨이, 미국, 러시아 등 수많은 국가에서 조금씩 다른 텍스쳐와 재료, 장식 등 사용하여 이 진저브레드를 만들곤 합니다.



로얄아이싱을 사용해서 예쁘게 장식을 하기도 하며, 글레이즈를 씌우거나 마지판(설탕과 아몬드로 만든 페이스트)를 채우는 등 정말 다양한 형태의 진저브레드를 찾아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 해요. 특히나, 사람 모양의 진저브레드맨은 물론, 예쁘게 알록달록 꾸민 진저브레드 하우스는 크리스마스의 큰 볼거리 이기도 합니다.


로얄아이싱으로 한껏 꾸민 귀여운 진저브레드맨! 입니다


이 진저브레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향신료가 아주 비싸고 사용하는 향신료의 양이 곧 부의 상징이었던 중세시대로부터 시작합니다.

특히 중세시대에 상업 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폴란드 토룬(Toruń) 에는 여전히 이 진저브레드의 역사를 살펴보며 진저브레드를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해보는 진저브레드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토룬의 전통 폴란드식 진저브레드는 피아니스트 쇼팽이 그의 대부를 만나러 휴가   토룬을 방문을 하면 그가 즐겨먹던 별미  하나라고 합니다.



마롱글라쎄 (Marron Glacé)


마롱(Marron)은 우리말로 ‘밤’을 뜻하며, 글라쎄(glacé)는 밤에 달콤하고 사각대는 설탕 옷을 켜켜이 입혀 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대표 겨울 디저트입니다.


질 좋은 밤이 생산되는 북부 이탈리아와 남부 프랑스에서 유래된 디저트로, 통통하고 예쁜 밤을 잘 까서 바닐라빈을 넣은 시럽에 잘 졸이고 말리고를 약 7-10일 정도를 반복해서 만듭니다.


럼이나 브랜디 등 여러 가지 향을 입히기도 하는데, 유럽을 여행할 때, 여러 종류의 마롱글라세를 파는 진열장을 보게 되면 행복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잠깐 다른 설명을 덧붙이자면, 중세시대에 설탕은 상당히 비싼 재료였습니다. 십자군이 유럽으로 돌아오면서 설탕을 가져왔고 설탕을 이용한 디저트류들은 십자군이 유럽으로 설탕을 들여온 후 부터 시작 됩니다. 그 이후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재미있게도 설탕을 만드는 기술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이 설탕을 만드는 기술을 인도에서부터 받아온 기록이 있습니다. 설탕의 등장 이전에는 꿀이 단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였습니다)


이 달콤하고 귀여운 마롱글라쎄의 시작은 16세기로 보고 있으며, 밤을 손질하는 과정부터 잘 완성된 마롱글라쎄를 포장하는 것까지 여전히 수작업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상당히 많아서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디저트 중 하나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공정과정에서 나오는 깨진 밤들은 몽블랑같은 디저트를 만드는 크렘드마롱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물론 집에서 이 마롱글라세를 만들면 끝없이 야곰야곰 집어먹게 되는 요물입니다.)

마롱글라쎄는 단품으로도 먹고, 이렇게 다른 디저트에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사진의 디저트는 달달한 밤크림에 반할 수 밖에 없는 몽블랑 입니다.)


마롱글라쎄의 그 촉촉함과 달콤함은 한번 맛보면 그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디저트 중 하나인데 가을에 준비하여 겨울에 즐기는 별미 중 별미인 디저트 하나 입니다. 깜깜한 밤, 금색 종이로 잘 싸인 마롱글라쎄를 하나 까서 브랜디나 럼과 함께 먹으면 더 그 풍미가 입에서 오래 멤돌아서 저에게는 크리스마스에 잊지 못할 디저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대표 디저트인 ‘마들렌’ 이 등장해서 더 유명한,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도 새해첫날 마롱글라쎄를 프루스트의 고모할머니가 받은 구절이 나오기도 하는데, 혹시 이 책을 찾아보신다면 1편,  '스완네 집쪽으로' 편을 한번 펼쳐보시는 재미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왼쪽으로부터, 베이크드 알래스카-부쉬드노엘-판도로 (출처: 구글이미지, pixabay )
왼쪽 잘 매달아 둔 파네토네, 오른쪽 바닐키펄(출처: 구글이미지, pixabay )
크리스마스의 또 다른 기다림들


이외에도, 제누와즈 스펀지케이크 한 층에 아이스크림을 잘 쌓아 돔 형태로 만든 뒤, 머랭을 잘 입혀서 토치로 그을려준, 노르웨이 오믈렛(omelette norvégienne) 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디저트 베이크드 알래스카(Baked Alaska) , 나무통 모양의 초콜렛 혹은 헤이즐넛 버터크림의 롤케이크에 슈가파우더로 눈을 표현하고, 버섯과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껏 뽐내는 가장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껏 나는 프랑스의  부쉬 드 노엘 (Bûche de Noël) ,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된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진, 달콤하면서도 폭신한 식감에 오렌지와 각종 시트러스, 건포도 등이 들어가 아마레토, 모스카토 다스티, 위스키와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되는 파네토네 (Panettone) , '골든 브레드' (Oro는 이탈리아어로 '금'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라고 불리며 팔각 모양의 노오란 황금빛에 한 번 반하고, 또 먹으면 그 폭신함에 또 반하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시작된 판도로(Pandoro), 눈에 덮인 초승달 모양에 한 입을 물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식감이 중독적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되어 헝가리, 독일등 여러 국가에서 만날 수 있는 아몬드, 헤이즐넛, 호두등을 이용해 만든 과자인 바닐키펄(Vanillekiperl) 등의 디저트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일하면서 좋아하고 배운 디저트들을 이렇게 그림과 글로 올해는 남겨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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