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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G씨 May 08. 2024

다시 시작된 3년의 무한경쟁

최악과 최고가 공존한 로스쿨 3년


별 생각 없이 진학한 로스쿨에서의 학업이 적성에 맞을리도, 재미있을리도 만무했다.



입학도 전부터 학가기 싫다, 공부하기 싫다, 변호사 되기 싫다(?)

를 시전하며 늘어지고 또 늘어졌다.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 대충 고양이 세수하고 등 떠밀려 학교에 가는 아이처럼

학교에서 뭘 배우려나 궁금하지도 기대되지도 않았달까.




사실은 두려웠다. 


하고 싶어서, 되고 싶어서 간절함으로 선택한 길이 아니다 보니

내가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정말 꼴찌가 되면 어쩌나. 


하고 싶지도 않았던 일인데, 

잘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


간절하지 않은 일에서 조차 꼴등은 되고 싶지 않은

이 지독한 모범생 DNA




로스쿨에서는 1학년 첫 학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OT니, 봉사활동이니 뭐니 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스터디를 꾸릴 기회를 준다.

하지만 나는 스터디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운영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되기도 전, 이미 대부분의 동기들은

학부 동기, 알음알음 등으로 영특한 동기들끼리 어느새 이미 스터디를 꾸려가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우리 반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스터디의 구성원이 되었다.

(물론 그 스터디는 지금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들을 선물해준 아주 보석같은 스터디가 되었지만)

그때 나를 건져준 스터디원들에게 그때부터 지금까지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학기 초, 시작부터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이미 어울려 다니는 동기들과 겉으로는 웃으며 인사하고, 대화해도

속으로는 무언가 지울 수 없는 차이가 있다는 게 

나 스스로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도착지가 아예 다른 느낌.






로스쿨 공부는 꽤 이기적이고 많은 부분에서 은밀(?)했다.

무슨 과목은 어떤 인강이 좋고, 어떤 시험은 어떤 시크릿 자료를 봐야 하고

이번에 이 교수님은 이런 부분에서 민감하게 생각하고, 

답안지를 쓸 때 이런 걸 실수하면 더 크게 점수를 깎고 

하는 Study Hack들이 정말이지 끝도 없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모든 걸 알고 지나온 것 같지는 않지만, 

우리 좌충우돌 스터디원들과 자료를 어떻게든 구하고,

소문들에 귀를 쫑긋하며 그럭저럭 나름 고군분투하며 지나온 것 같다.



그런 비법들을 활용할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구하지 못한 어떤 자료들이나 

내가 알지 못했던 어떤 꿀팁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학교에서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우리 엄마가 예전부터 나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너는 어딜 가든 중간 이상은 한다. 그러니 너는 큰 세상에 가서 놀아라."

라는 것이다.


세상에 너무나 정확했던 말이었는지, 졸업할 때까지 내 성적은 늘 50% 정도였다.

물론 가끔가다 좀 잘한 과목은 1등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고작 한 번, 어떤 과목에서 운 좋게 A+를 받은 것 정도로는

날고 기는 로스쿨 동기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인재가 되기에 택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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