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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G씨 May 21. 2024

당신은 흔들그네

언제까지나 거기 있어줄거지?

돈.돈.돈..!


그놈의 돈돈 거리는 시절이 또다시 찾아왔다.

내년의 결혼을 본격, 현실적으로 준비하고자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생각보다 갈 길이 너무 멀다는 걸 깨달아 버렸다.

그러고선 내 조급증이 또다시 발동했다.



나는 생각이 많아지면 말이 없어지는 편이다.

화가 나거나 불만이 생길 때도 말이 없어진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고,

머리 속에서 이런 경우의 수, 저런 경우의 수를 잔뜩 돌려본다.

마치 내가 여러 가지의 상황을 미리 예상이라도 해 놔야,

상황이 내 컨트롤 안에 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 마냥.

그중에서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편하게 할 만한 대안이 떠올라야, 비로소 입이 열리는 것 같다.




내 조급증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일을 시작한지 3개월 쯤 지났을 때인가,

아직 돈을 모으거나 불리는 것에 관심도 없던 시절,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일어나서 회사에 가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일상의 무한반복 그 자체가 너무도 버거웠었다.



돈을 벌고 부자가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런 생활을 평생 이어가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나에게 너무 벅차게 느껴졌다.

공부를 하느라 사회생활이 조금 늦어진 나보다 먼저 회사를 다닌 친구들은,

"원래 어른은 다 그래" "모두가 하는 일이잖아" 라며 나를 조금은 어린 아이 다루듯 했지만

나는 그 "원래"라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넘어서 

정말 소름끼치게 싫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잠이 안 올 정도로 우울했다.



뭔가가 달라져야 했다.

내 인생이 뭔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걸 분명히 알았다.

하지만 그 뭔가가 뭔지 몰랐을 뿐.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함께 미래 이야기하는 것과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J 커플은 자연스럽게 돈 공부, 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고,

이후에는 이렇게 성장해가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우리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우리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작년 한해동안 부업, 사업, 부동산, 재테크 등 

안 들어본 강의가 없고, 안 읽은 책이 없을 정도로

나는 내 인생을 바꾸기 위한 공부에 미쳐있었다.



공부를 하는 동안은, 이 공부를 마칠 때 쯤엔

내가 뭐라도 하고 있고 뭐라도 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아무런 성과 없이 인풋만 쏟아 붓고 있는데도

마냥 즐겁고 기대되고 설렘이 가득했다.




그러다 문득, 

내 자금 사정을 돌아보니

아직도 내 수중에는 돈이 얼마 없고,

공부한 것으로부터 번 돈은 단 1원도 없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그렇다.

나는 공부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한참을 흔들리고만 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네에 앉아있는 어린 아이처럼

그네가 끝나면 저 쪽에 보이는 세상에 가있을 것이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설렜다, 절망했다를 반복하는 동안

그이는 그저 내가 탄 그네처럼 

내 옆을 묵묵히 지켜주고만 있었다.



나는 우리가 일궈낼 것들을 기대하며 혼자 설레발을 치고 흥분을 했다가, 

다시금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고 절망을 했다가,

조급해했다가, 어쩌면 우리가 말한 미래는 오지 않는 게 아니냐고 한탄했다가,

성공이고 부자고 다 필요없고 우리 둘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가,

천국과 지옥을 내 마음 속에 머릿 속에 만들고 고통을 내돈내산 하고 있었다.



온갖 방황의 끝에 잠잠히 돌아보니,

변한 것은 우리의 상황도 관계도 아닌

오직 나의 마음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와중에 사람은 그저 나를 안아주고 기다려주고 있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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