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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G씨 Jun 06. 2024

좋아 죽기는 왜 죽어?

정신 똑띠 붙잡구 서로를 지켜줘야지

우연히 지인 커플이 버스 정류장에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서로 껴안고 난리부르스를 치는 걸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 어쩜 7년이 넘게 만나도 아직도 20대 초반처럼 저렇게 서로 좋아 죽을까

신기하다며 까르르 웃고 넘겼지만, 괜히 나와 짝꿍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에 잠긴다.




우리도 아직, 뜨거울까?






나의 짝꿍은 처음부터 이미 다 아는 사이인듯 쏟아붓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그만의 속도가 있었고, 섣불리 무언가를 약속하지도 다짐하지도 않았다.

연애 초반에는, 그런 것들이 나에 대한 애정의 부족이라 느껴졌고,

그래서 나 역시 서운함을 자주 표출하곤 했다.





내가 겪어본 "사랑"이라는 것엔,

생각만 해도 설레고 괜히 부끄러워지거나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지거나

누구도 가지지 못한 가장 귀한 걸 가진 것 같이 오만해지거나

모든 게 당연해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 확신이 들거나

잃어버릴까 무섭고 떨려서 조심스럽거나

그가 없으면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다거나 하는

모양들이 들어 있었지만




그와 하는 사랑은 그 어느 모양에도 들어맞지 않는

전혀 새로운 모양의 것이었다.






든든하고 멋지지만 섣불리 자랑하고 싶지 않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좋은 걸 보면 생각나지만

당장 못보면 죽을 것 같지는 않고

사랑스럽고 따뜻하지만 뜨거워 데일 것 같진 않고

행복하고 충만하지만 잃어버릴까 걱정이 되지는 않고

보면 좋지만 보지 못할 때에도 괜찮은

그런 모양이었다.




그는 연애 초반 하루가 멀다하고 토로해대는 나의 서운함에 이렇게 대답해주곤 했다.

처음에 모든 걸 쏟아붓고 점점 식는 감정이 아닌,

너를 사랑하겠다고 선택하고 노력하는 행동으로

더 커져가는 사랑을 주겠다고.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행동으로 사랑을 해오고 있다.

나도 그에게서 사랑을 배운다.

서로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무얼 하면 좋을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무얼 조심해야 할지,

함께 라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 뭘 더 연습해야 할지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고치고 실천하며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고 있다.




그의 말처럼, 사이 결심이고 행동이라면,

시행착오가 있는 건 당연한 결론이지 않나.

무언가를 결심하고서도 계속해서 실수하고 넘어지고

다시 고치고 실험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해내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꿈 속에만 있으면,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꿈 속 감정이 사랑을 이끌게 두지 않았고,

우리의 결심과 노력이라는 것이 사랑의 이름이 되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꿈 같이 달콤하지만은 않고,
항상 처음처럼 뜨겁지만도 않다.





아무튼, 그래서일까?

좋아 죽는다는 커플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우리는 좋아 죽나? 하는 반문이 들었다.



근데, 좋아 죽기는 왜 죽어!

이 혼돈의 세상 속에서 정신을 단디 붙들고

서로를 지탱해줘야지, 서로를 품어줘야지.



이상 좋아 죽는다는 커플이 조금은 신기하고 부러워서 써보는

뜻뜨미지근하고 현실의 맛이 나는 사랑 중인 나의 일기였다 : )

오빠, 근데 우리도 뜨거운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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