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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G씨 Sep 26. 2024

억울해서 지하철에서 울어본 사람

나는 슬프고 속상할 때도 그러하지만

특히 억울할 때 눈물이 난다.


억울해서 나는 눈물은 심지어

아주 뜨겁다.


오늘은 재판에서 판사님에게

이유모를 핀잔을 듣고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들었다.


제출하라는 자료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재차 물어본 것 뿐인데,

"지금 원고대리인 제 말 알아는 듣고 있어요?" 라며

옆에 의뢰인이 있는데도

변호사가 듣기에 상당히 불쾌한 말을 하셨다.


내가 못 알아들은 부분이 대체 어디였는지

내가 그 자리에서 그 얘기를 왜 들었어야하는지

당신이 가장 잘 안다는 식의 말투와 함께

왠지 모를 은은한 비웃음 표정까지

너무도 자존심이 상하고 억울했다.


내가 더 연륜이 많고 프로다웠다면

거기서 열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더 지혜롭게 넘어갔을 수도 있고,

반박 불가한 서면을 내서

그런 말한 판사님의 인식을 바꿨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너무도

화끈거리는 얼굴과 떨리는 입술로

그저 "다 이해하고있고, 다시 제출하겠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판사님이 보기엔 내가 그저

어리고 어리숙한 초보로 보였으려나.

아마 어딘가의 회식자리에서

"요새 로스쿨 출신 여자변호사들은 말야~" 라며

클리셰에 찌든 뒷담을 했을지도.


아무튼 이제 내가 할 수 있는건

다시 제대로 온갖 법과 판례와 논문을 뒤져서

반박 불가한 서면을 내는 것 밖에 없다.


화이팅 나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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