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자취방에 들어온 B

by 리브림

침입자를 발견했을 때보다 무서운 건 그 침입자를 끝내 잡지 못 했을 때다. 자취 2년 차 어느 야심한 저녁, 방 안에서 침입자 B를 마주했다.


여자는 횡단보도에서 갑자기 다가오는 자동차를 보면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경향이 남자보다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깜빡이도 없이 들이닥친 녀석의 등장은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다가오는 차를 피하지 못하고 그저 잠시 눈부신 헤드라이트에 실눈 뜨는 액션을 취하며 10초 정도의 멍 때리기를 시전 하게 만들었다.


주변에 녀석을 검거할 어떠한 도구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아빠찬스도 오빠찬스도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내 쪽으로 당당하게 다가오는 그를 피해 원룸에서 겨우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인 의자 위에 올라 발을 동동 구르며, 기어코 세탁기와 벽 틈으로 유유히 들어가는 녀석을 허망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침입자 생포에 실패한 자는 결국 어디 숨었는지도 모를 그와 간 떨리는 동거를 시작해야 한다. 침대 프레임도 없는 낮은 매트리스에서 잠이 들 때마다 월세도 부담하지 않는 동거 생명체 B 때문에 잠이 들기 어려웠다. 눈을 감으면 매트리스 옆으로 위로 곧이어 말랑한 내 몸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는 녀석을 상상하게 됐다.


만약 우리의 만남이 동거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아무도 모르게 녀석은 이미 집을 나갔을지도 모른다. 소름 끼치는 건 그 사실 여부를 동거인인 내가 알 길이 없다는 거고. 집 안 곳곳에 침입자 B를 죽음으로 유인할 검은색 약통을 붙여두는 것으로 이 찝찝한 마음을 다독여본다.


다행히도 낯가림이 심했거나 역마살이 있었던

동거인 Baqui를 다시 마주하는 일은 없었다.


홀로 마주하는 침입자는 어른이 되어도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