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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림 May 11. 2024

독립우먼 다이어리

자취 6년 차 자아실현기

독립을 망설인 순간은 굉장히 짧았고 독립의 필요를 자각하지 못한 시간은 굉장히 길었다. 처음 사회에 발을 디딘 것이 프리랜서라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직업이기 때문이었을 수도,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


고등학교 1학년, 해외에 대한 호기심으로 갔던 미국에서 20살이 되기도 전에 차를 몰고, 부모님 집을 나와 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날 일이 많았다. 그랬음에도, 그 순간에도, 아, 이 나라 친구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정도의 존중만 했을 뿐 나도 저렇게 빨리 독립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미치진 못했다.


나는 그저 부모님이 만들어준 울타리 안에서 몹시도 어른인 척 자존심만 부리는 철부지 딸이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아빠가 벌어온 돈으로 학원을 다니고, 여러 번의 잔소리를 듣고서야 방 청소를 꾸역꾸역 해내며, 그저 남이 해준 빨래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삶을 안일하게 유지해 왔다. 그런 나는 어떻게 독립을 결심한 걸까.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 말고, 내가 머물 곳을 내가 정하고 그곳을 가꾸는 일, 내가 먹을 음식을 내가 정하고 그 재료를 다듬는 일. 이 지겹지만 매일 반복되는 나를 위한 공간 유지와 수많은 선택 작업들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조금씩 명확해졌다.


그렇게 수년이 지난 후에야, 작은 원룸 냉장고를 제법 내 식대로 채우는 법을 터득하고서야 깨달았다. 선택, 책임, 타협, 성공, 실패, 취향, 애증, 추억의 혼재로 매일이 소란스러운 이 손바닥만 한 원룸에서 혼자 살아보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나라는 사람의 중심을 견고히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내가 먼저 잘 서 있어야 

반대편에 잘 서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2019년을 시작으로 여기 서울, 

나는 지금 이곳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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