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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Jan 06. 2023

첫사랑이라면 '이랬을 건데'

해 본 적 있으실 겁니다




후회는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로 구분해야 한다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의 닐 로스 교수가 말했다. 나의 ‘후회’란 이런 것이다.



6Kg 찐 일을

후회한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이렇다.       

'야식을 1년 정도 꾸준히 먹어서 살이 6Kg 찐 일'을 후회한다. 인생을 살면서 늘 입맛이 한참 돌 때마다 살찌면 안 된다는 생각에 참았던 순간들이 많았다. 그런 내가 재작년 여름 정도부터 작년 여름까지 마음 놓고 한 번 먹어봤다. 코로나에 대한 스트레스가 한몫했다고 이유를 들면 마음이 좀 편할 것 같다. 밀가루는 밀가루를 불렀고 설탕은 더 많은 단 것들을 내 몸으로 끌어들였다. 끌어당김의 법칙이 이래서 무서운 거구나 몸으로 깨달았다.


살이 찌니 몸이 무거워서 안 움직이게 되고 귀찮아졌다. 몸이 점점 불어서 맞는 옷이 없고 어딜 나가도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살이 안 쪘을 때와 쪘을 때가 몸소 비교가 되면서 어떤 것이 더 나은 삶인지 명확하게 깨달았다. 안 좋은 것들이 많아지니 먹어도 즐겁지 않고 음식을 즐기는 마음으로 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 뺐다 6kg.

살을 빼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면서 이 고생을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버텼다. 너무 맛있어서 더 먹으려는 순간의 느낌이 반복되면 살이 찐다는 걸 몸소 느꼈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으려고 자제했다.


멈춰야 하는 순간을 알게 된 것이 이번 '후회'로부터 '건진' 내용이라고 하기엔 좀 억지스럽지만 그렇게 '살찜'의 쓴 맛을 구체적으로 느껴봤기 때문에 실제로 숟가락을 내려놓는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살면서 음식을 즐기면서 먹는 일과 자존감도 지키는 일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걸로 됐다.


이렇듯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다.




심리 상담 대학원에

지원해 볼 걸.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이렇다.          

'심리 상담 관련 전공으로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해 볼 걸'이라고 후회한다. 대학원을 들어갔다면 함께 과정을 이수하는 동기들을 여럿 알게 됐을 거다. 그들로부터 어떤 새로운 정보를 많이 나누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들어갔더라면 지금쯤 졸업논문을 쓰고 있었을 텐데 어떤 내용으로 쓰고 있었을까. 심리 관련 공부도 많이 해서 사람 보는 안목이 더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그쪽 방면으로 직업은 더 어떤 것이 있을까. 심리 상담과 내 전공을 합치면 나만의 정체성이 더 확립되지는 않았을까.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아서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

 



'한 일'에는

어떻게든 배움이 있고

'하지 않은 일'에는

배움이 없었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내가 한 행동의 잘못된 결과만 다시 생각해보면 된다. 그래서 고민이 오래가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에 대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라고 얼마든지 '배움'으로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된다. 죽을 때까지 사랑이라면 '이랬을 건데' 하면서 '배움'도 없는 상상만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우물쭈물하지 말고

Do it right now!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합격해서 글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나도 한 때 글 쓰는 것이 꿈이었는데’ 할 것임이 분명하다.


반대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도, 글 쓰는 시간이 없다고 계속 투덜거리면서도, 책과 노트북을 봐 대느라 눈이 침침해져도, 구독자가 늘지 않아 속상해도, 댓글이 달리지 않는 글을 보면서 이런 글은 공감도 재미도 없어요 라는 현타를 바로 맞은 듯해서 종종 허탈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다른 작가가 쓴 매력적인 글을 보고 내 재능은 여기까지가 다인건가 싶어 스트레스성 폭식을 부르더라도 그 밖에 문제가 많이 생겨도 난 내가 한 행동이 가치 있는 이유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글을 쓰면서 왜 행복한가의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내 '배움'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내가 '손잡고 이혼했더라면 조니워커처럼 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은 그냥 죽을 때까지 후회하며 살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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