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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Jul 17. 2023

매 순간이 글감이었다

집을 떠나도

집을 떠나도 계속된다.

책 읽기와 글쓰기 말이다. 읽기 '만' 하는 생활에서 쓰기 '도' 하는 일상은 천지차이다. 사실 커피숍에서 누군가와 앉아 대화를 할 때,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더 좋았다. 대화의 전략상, 사회적인 인간관계를 배운 사람으로서 듣는 '척' 할 뿐, 사실은 내가 내 이야기를 더 말하고 싶다. 누가 내 이야기를 더 들어줬으면 좋겠다. 활자로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좋다. 남의 활자를 받아들이기만 하다가, 내 이야기를 끄집어낼 때 진짜 나의 밑바닥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주말은 집을 떠나 있었다.

기차에서 이동할 때, 주로 챙겨간 책을 읽기만 하던 내가, 브런치 창을 열고 작가의 서랍에 내 이야기를 쓰는 걸 더 자주 하는 나를 마주했다. 정여울의 '끝까지 쓰는 용기'를 한 페이지를 읽는 동안 다음 페이지로 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녀의 한 문장은 내게 글 한 편으로 써낼 수 있는 글감이 되어, 바로 메모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친정 집에서는 이랬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우유나 빵 같은 것을 대충 챙겨 먹고 삼십 분 안에 집을 나섰다. 계획한 장소로 빨리 가서 놀기 시작해서 오후 세네시 정도 지칠 때까지 논 다음, 남은 저녁 일정도 요거게와 서점을 갔고, 다음 날은 영화관을 가는 등 평소에는 못한 일정을 짜서 하루 온종일 싸돌아다니면서 놀았다. 이런 일정을 보냈더니 매 순간이 글감이다.  


이런 식으로 글감이 스쳤다.

나이 든 친정 엄마를 보면서 '어머니'를 기획했다. 이건 10화짜리 브런치 북으로 발행할 거리가 된다. 우리 엄마의 삶을 잘 녹인다면. 정 집에 가면 평소 내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에서 좀 벗어나는 시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내가 하는 행위를 잘 살펴보면 그게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임을 알게 된다. 그 '행위'에 대해서 써 보는 것은 김미경 강사님이 말하는 '리얼 미'와 연결해서 써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본 영화 엘리멘탈은 보고 나서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한 내용만 한 화면이 가득 넘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세히 본다.

글쓰기가 삶을 더 풍성하게 한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꼈다. 안 쓰고 살았던 시절은 이만큼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서 아까워 죽을 맛이다. 매일 써야 하는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뭘 해도 의미부여를 하고 어떤 일을 하든 그 행위에 대한 내 마음을 마주하고 앉았으니, 생각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다.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 브런치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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