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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Jul 27. 2023

풀리지 않는 글감을 대하는 법

집착의 뿌리

한참을 못 썼다.

'유럽 여행 공부'라는 제목이다. 글감으로 적겠다고 메모해 둔 듯한데, 영 할 말이 없는 소재라 막막하다. 인생 버킷리스트라 막연히 동경하는 것이나, 아는 게 많이 없고, 풀어 쓸 경험도 없어서 끌리지 않는 제목이다. 이럴 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연결하면 글쓰기가 다시 좋아진다. 자, 좋아하는 지점을 찾아보자. 그러려면 대상을 쪼개야 한다. 요리를 하기 위해, 먼저 채소를 소분하듯이 말이다.


풀리지 않는 글감은 이렇게 접근한다.

그 글감에 대해 할 말이 없을 때는 그 글감과 관련해 내가 가 닿을 수 있는 접점이 뭐가 있는 지부터 살핀다. 그 아무리 어려운 소재라 해도 그것에 대한 사소한 내 반응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기대치를 확 낮춰서 '이렇게까지 유치하게 접근한다고'싶을 만큼 아주 낮게 포복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풀리는 실마리를 찾게 되고, 그것으로 정복해 나갈 때, 그건 나만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쓸 말이 없는데, 왜 집착하는지 캐보자.

'유럽 여행'을 해 본 적도 없으면서, 세 시간이나 떠들만한 에피소드가 있지도 않으면서, 왜 이 글감이 내게서 떠나지 않을까. 그 욕망에 대해 풀어낸다면 충분히 글 한 편이 될 수 있다. '유럽 여행 공부'와 관련해서 내가 일상 속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자.


풀지 못한 욕구가 숨어 있다.

아이에게 무리해서 전집을 사주거나, 계속하라고 재촉하는 과목을 가만 보면, 내가 자신 없는 영역일 때가 종종 있다. 자신 있게 공부해 본 경험이 있는 과목은, '저러다가 나중에 하면 되지' 하는 배짱이 생기는데, 나도 어릴 때 잘하지 않아 모르는 과목은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 아이에게 더 압박을 주는 듯하다. 세계사가 그렇다. 세계사 공부에 집착하는 이유는 엄마인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쩔쩔매는 이유는 또 있다.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숙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년이 되면 유럽여행을 가야 될 것이라는 막연한 압박감이 있다. 그것이 초등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부모가 적기에 제공해 주면 좋은 미션이라고 각하는 것다. 돈도 돈이지만 정보가 필요하다. 그 나라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고 가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려면 나에게도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2~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나도 잘 모르는 유럽에 대해서 내가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시험을 앞둔 수험생 마냥, 하기 해야 하는데, 현실을 외면하며 놀고 있는 학생 같아 떳떳하지 못한 내 마음이 그 키워드를 놓지 못하는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쉬운 지점을 찾자. 

말랑말랑하면서도 이해가 쉬운 책으로 접근하려 찾다 보니, '시끌벅적 선생 세계사'라는 책을 발견했다. 권수가 많고 다소 두꺼운 편이지만, 한 챕터를 읽을 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더 자주 하는 방법은 영상 활용이. 여행 예능이 재미있어 자주 보는 편이다. 예전에는 나영석 피디가 만든 '꽃보다 할배 시리즈'라던가 최근에 멕시코에서 김밥을 파는 '서진이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요즘은 '지구마블' 이라고 해서 빠니보틀과 같은 개인 유튜버의 여행이 대세인 듯하다.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실제 여행을 하며 주는 꿀팁과 내 돈 주고는 모두 가 보지 못할 여행지를, 비행기를 타고 순식간에 여기저기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바탕 함께 다녀온 듯 눈에 쏙쏙 담긴다.


결국 이만큼 썼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떤 글감이라도 내게 오면 그 대상에 대해 내가 할 말을 생각해 보고, 당장 이어 쓸 말이 없으면, 대상을 쪼개어 쉽게 접근해서 풀어나가 듯이, 삶의 크고 작은 순간에 대응하는 원리도 같다. 어떤 고난도 내가 풀지 못할 것은 없다. 풀어가는 방법을 나만의 이야기로 쏟아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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