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즈 Aug 02. 2023

빛줄기처럼 관심을 쏟는 일

2022년11월, 시작


글을 써봐도

될 만한 상인가


2022년 11월에 브런치를 알게 된 것은 정말이지 우연이었다. 글을 쓰겠다는 열망은 늘 있었지만, 어떻게 어디에서 무엇을 시작으로 해야 할 지, 떠오르는 계기가 없었다. 글쓰기를 루틴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하면 할수록 삐걱거렸고, 며칠 못가서 원점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어, 놓지 못하는 실타래를 간신히 잡고 뿌연 안개 속을 걷는 것과 같았다. 그러다가 알게 된 브런치였다. 누구나 회원가입만 하면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면, 이렇게 승부욕이 돋진 않았을 것이다. 작가 지원을 해서, 나름의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오기가 생기도록 했으며, 실제로는 검증받고 싶었다. 아무도 글을 쓰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는 와중에, 왜 내가 글을 써도 되는지, 합당한 작은 구실이 필요했다. 이것 봐, 나는 글을 써 봐도 될 만한 사람인가봐, 라고 부추겨주는 응원의 메시지 말이다.   



이, 말자

돈도 안되고


그때는 소재 하나 잡기가 어려웠다. 소재 하나를 두고 어떻게 풀어갈 지 생각하다가 '에이, 말자.'하며 생각을 그만뒀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쓸까.', '어떤 책을 하지.', '에이, 말자.', '책이나 읽자. 마음 편하게.' 에피소드를 써야 하는데 일상이 너무 단조로워서 쓸 만한 글감이 없다고 여겼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깨달음도 없고,  흥미진진하면서 반전있는 상적인 소재가 없었다. '뭘 써야 하나'에서부터 막혔던 것 같다.


글쓰기의 방해 요인이 또 있다면, 작정하고 앉아야 한다는 나의 집착이었다. 나름대로 루틴이 있었다. 맨 종이에 뭔가를 떠올리고, 그걸 다듬어서, 노트북을 고 앉아, 첫 문장부터 조심스럽게 문장을 만들어 나갔다. 종이에 휘갈기는 것은 곧잘 했는데, 그걸 작정하고 타이핑을 하려니 고단한 일처럼 느껴졌다. 앉아서 제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에 쓰기도 전부터 지쳐버린 탓에,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던 의지가 한 풀에 꺾여버리는 일이 잦았다. 쏟는 열정에 비해 페이가 없기도 하니까.



블루투스 키보드로

세 줄 적어

카톡 '내게로 전송'


글쓰는 행위에. 그 역할에 큰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이 블루투스 키보드다. 이건 진짜 혁명이다. 매일 보고 있는 핸드폰에서, 브런치 창을 열고, 지금 떠오르는 것을 그냥 친구에게 카톡 한 줄 보내듯이 한 문장 치면 시작인 것이다. 처음부터 마음 먹기를 지금 생각나는 소재, 그것에 대해서 ' 줄만 적자'라고 마음 먹는 것이 가늘고 길게 루틴을 유지하는 비법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절대로 세 줄만 적고 치우질 않는다. 말이 줄줄 이어 나온다. 

 


오늘 

적어두지 않으면

한 달 뒤, 땅을 치고

후회할 지니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야 한다고 생각한 지는 한참 전이었다. 개월 전에도. 그런데 그때는 책꽂이 저 켠에 있던, 이 작은 물건 하나 꺼내는 것이 왜 그리 힘들었을까. 너지가 바닥난 시절이었나보다. 하루를 보내다보면, 세 시간만 지나도 쓸 거리가 세 가지는 도록 떠오르는데, 그 당시에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분명 하고 살았을텐데, 그때 휘발된 생각들이 아까워 죽을 맛이다.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 거침없이 물고기를 낚아채듯이 써내려가게 되었나 싶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8월의 폭염처럼 도통 식지 않는다.



어쨌든

써내려가고 있으니

다행인 걸


그 간에 읽은, 쓰지 않는 시간 동안의 힘이라고도 여겨진다. 그동안 책을 읽어 댔던 힘인가. 때가 된 것인가. 요즈음의 이 기운을 단지 '키보드 너 때문이었어.'라고 단정 짓기에는 내 분위기와 태도에 많은 변화가 있다. 사람을 이토록 뭔가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데 뚜렷한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욕망. 무의식. 무엇이 됐든 이렇게 써 내려가는 요즘이 참 다행으로 여겨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풀리지 않는 글감을 대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