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vs 노트북
친분이 있는 어떤 소설가는 얼마 전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와 충돌해서 사고가 났다. 몸이 자전거에서 튕겨져 나가 붕 떠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의 몇 초간을 그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119 응급차에 실려 가는 동안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골절을 걱정하기보다 '아, 이젠 교통사고에 대한 묘사는 잘할 자신이 있다'며 흐뭇해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글을 쓰는 일은 건강에도 썩 좋지 않고, 평균적으로 돈벌이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성격은 말할 것도 없이 점점 이상해져 가지만 다행히 한 가지 구원이 있다. 이렇게 모든 고통과 슬픔과 사건 사고에서도 무언가를 '건질' 수가 있다.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고독이 뼛속 깊이 사무칠 때,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고통의 감정은 내 안의 여러 생각과 감정을 미친 듯이 자극시킨다. 비관으로 무너져 내리기보다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글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고통은 어떤 형태로든 창작의 원천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