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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Jul 25. 2023

우즈네 떡집

마법의 문장

우즈는 39살이다. 이번 달부터 나이를 세는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얻는 대한민국 만의 나이 세는 법 때문에 40살이었는데 이번 달부터 39살이 된다. 나이가 많은 우즈는 고민이 많다. 작고 큰 고민이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만 우즈는 늘 고민과 함께 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다만 그 고민을 어떻게 부숴버릴까도 늘 생각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유쾌하다. 최근에 우즈는 브런치에 글 쓰는 것이 고민이었다. 작년부터 글을 써서 제법 속도를 올리는 중이었는데 석 달 정도 쓰다가 방학이라는 핑계로 쓰기를 멈춰버린 것이다. 멈출 수는 있다. 문제는 다시 시작을 못한다는 거였다.


마음속으로는 이제는 써야 하는데 생각하면서 실제로 하는 행동은 소파에 앉아서 다른 짓을 한다. 노트북을 켜고 뭔가를 부지런히 써야 하는 모습을 원하는데, 실제로는 다른 책을 읽고 있거나 집안 청소를 해대는 둥 그런 걸 하면서도 마음 저 깊이 글을 쓰지 않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도사려 영 개운하지 않다. 그런 날은 3월 4월 5월 6월 무려 네 달이나 흘려보냈다. 뭔가 하나를 새롭게 시도해서 그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대략 21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1월에 우즈는 그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자부했다. 방학 때 잠시 쉬어가더라도 3월이 되면 보란 듯이 다시 호기롭게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려웠다. 한 번 쉰 글쓰기는 다시 시작하기 싫었고 두려웠다. 자꾸 글쓰기를 회피하는 나 자신이 못마땅했고 자존감이 자꾸 바닥을 쳤다.


오늘도 우즈는 다른 브런치 작가들이 글을 올리는 알림을 보면서 질투 어린 심정으로 좋아요를 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우즈네 떡집'이라는 광고가 화면으로 올라왔다. 뭐지. 궁금해서 클릭해 봤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그 떡집에는 장바구니에 여러 가지 떡을 담을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떡마다 상세 설명이 들어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먹으면 글감이 떠오르는 아이디어 퐁퐁 떡시루
주의. 먹자마자 블루투스 키보드에 자판을 두드리게 되니 눈건강에 유의할 것. 한 번씩 먼 산을 바라보시오.
썼던 글이 쓰레기로 보이 되는 수수팥떡. 글을 빨리 고치고 싶어서 안달 나게 됨.
일상의 모든 경험에서 글로 쓸 만한 소재가 눈에 띄는 무지개떡
누가 읽어도 재미있다고 깔깔 웃게 만드는 마법의 문장을 쓰는 콩떡.


우즈는 콩떡을 골랐다.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이 자신의 글을 보고 어쩜 이렇게 계속 읽고 싶게 글을 썼지라고 생각했으면 했기 때문이다. 콩떡은 결제하기를 누르니 이런 말이 나왔다. '집에서 흥겨워 부채춤을 추시오' 그러면 결제가 된다는 말이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 하면서도 집에 아무도 없으니, 한 번 해 볼까 싶었다. 부채가 될 만한 것을 하나 찾아서 혼자서 거실 한 복판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마음속으로  '나 뭐 하는 거지' 싶었지만 이것도 재미있는 하루의 글감이 될 거란 생각에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문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뭐지, 난 배달 안 시켰는데.'

현관문을 열고 봤더니, 콩떡이 와 있었다. 우즈는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렸지만, 얼른 그 콩떡을 입에 넣고 싶었다. 바로 뜯어서 콩떡을 먹고는 노트북을 켰다. 갑자기 쓸 문장들이 머릿속을 휙휙 지나갔고 내가 쓴 문장이면서도 읽어보니 너무 웃겨서 깔깔 웃게 되었다. 고친 글을 브런치에 올리자 사람들이 댓글을 바로 달았다.


'너무 재밌어요. 작가님,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글을 쓰세요.'

'글을 읽다가 너무 흐뭇해서 미소가 절로 지어지네요. 이런 글 많이 써주세요.'


댓글을 읽으면서 차오르는 기쁨 속에, 스스로 쓴 글에 대한 뿌듯함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우즈가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다.


<'만복이네 떡집'시리즈를 읽고 '자기만의 고민'으로 떡집 이야기 만들기> 아이가 학교에서 했던 프로젝트 활동이었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자기가 이야기를 적는 동안, 엄마도 같이 적어보자 했어요. 아이에게 '글 쓰는 일은,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야. 그러니 너도 한 번 해봐.'라는 직접적인 말을 절대로 내뱉지 않으려고 입을 단속합니다. 대신 평소에 글을 꾸준히 쓰는 엄마의 행동을 보고 느끼는 바가 없지 않으리라, 저만의 빅픽쳐이지요. '엄마는 글이랑 사랑에 빠졌어.'라는 아이의 푸념을 종종 듣고 있으니, 저의 원대한 글쓰기 교육의 밑거름이 잘 쌓이고 있는 중이라 여깁니다. 그런 중에 만들어진 '우즈네 떡집'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떡집 시리즈는 참 훌륭한 포맷입니다. 잘 팔리는 이야기는 따라 해 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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