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써 봐

초등 글쓰기 미션

by 우즈

초등 아이가 학교에서 글쓰기를 했다. 네 장의 그림을 마음대로 순서를 정해서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다. 자신이 쓴 글을 가져와서 보여주면서 "나 잘했어?"하고 물은 뒤, "엄마도 써 봐." 그런다. 그래서 아이가 학교 간 뒤 써봤다. 다음 네 장의 그림이다.

어떤 스토리를 떠올리시나요? 아이가 가져온 학교 국어 시간글쓰기 활동을 위한 네 장의 그림


아이는 위 사진처럼 번호를 매겼고, 나는 3-2-4-1의 순서로 달리했다. 이야기를 짓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아래부터는 엄마인 내가 지은 이야기다.





여기는 <키자니아의 증강현실>-16세기 상상 유럽 편이다. 체험자가 ‘상상 환경 조건’을 설정할 수 있어서, 동물은 모두 보라색으로 표현해 우리의 수호자로 만들어 달라고 했고, 넓은 공간을 이동할 수 있게 2인용 자전거를 한 대 달라고 했다. 체험 규칙은 손에 막대기를 들면 시작되고, 막대기에서 1미터 반경은 투명한 공간이 되어 상상 세계에서 보호된다. 체험을 그만하고 싶으면 막대기를 몸에서 멀리 던져버리면 된다.


소년과 소녀는 ‘상상 유럽’으로 왔다. 막대기를 들고 체험을 시작하자마자 눈을 떠보니, 코뿔소 등에 타고 있었다. 코뿔소는 우리의 수호 동물이라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우리 바로 옆으로 한 줄기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어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렸다. 나라가 온통 물로 가득해서 마치 목욕탕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습도가 높았고, 그래서인지 무지개가 항상 선명하게 만들어지는 듯했다. 일곱 빛깔 무지개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16세기 유럽 성 앞에 도착했다. 성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었다. 흰 긴 수염이 있는 할아버지가 우리를 마중 나왔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체험을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미션을 주는 안내자다. 막대기를 들고 있는 걸 보고 눈치챘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폭포 아래에 있는 지하 문 앞으로 데려갔다. 문 옆으로 폭포 물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폭포수 안으로 들어가니 고요했다. 할어버지는 문 안으로 들어가더니 종이 한 장을 주면서 말했다.

“쉿! 여기서 현실 사람들이 말을 하면, 상상은 모두 깨져버려요. 소리를 내지 않고 막대기를 들고 다니면 투명인간처럼 자유롭게 다니며 체험할 수 있어요. 자, 이 6개의 장소를 통과하면 미션이 완료됩니다. 그리고 보라 꼬리 긴 새가 당신들을 도울 테니, 체험 중에 돌발 상황이 생기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보라 새에게 물어보세요. 보라 새의 이름은 ‘롱테일’입니다. ”


소년과 소녀는 갑자기 머리 위로 가까이 날아온 보라 새 ‘롱테일’을 보고, 놀라 뒤로 넘어지면서 허둥댔다. 날개를 푸드덕거릴 때마다 포도 냄새가 났고 긴 꼬리는 자연스럽게 말리면서 나풀거려서 마치 리듬 체조 선수의 긴 리본을 떠올리게 했다.


성의 꼭대기는 에메랄드 보석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리고 성과 성 사이에 연결된 큰 다리 위에서는 배가 움직이고 있었다. 배의 머리 모양은 개의 형상과 말의 형상으로 보였는데, 그 크기에 따라서 배가 주는 인상이 달랐다. 다리 위에도 물이 지나가는 수로를 만들어 배가 쉽게 이동하도록 만든 모양이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후룸라이드’ 배가 이동하는 수로처럼 성안에도 수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상상을 하니 그 모습이 굉장히 궁금했다. 성의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환경 탓에 배가 중요한 이동 수단인 듯하다.


성 밖으로 나가는 배에는 세 사람이 있었는데, 두 명은 노를 젓고 있고 빨간 옷을 입은 한 명은 뒷짐을 진 채 서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사람이 지위가 높은 듯하다. 전기를 이용해 가는 엔진이 없지만, 속도가 아주 느리진 않다. 성 안의 여러 배들이 쉼 없이 움직이는 이유와 성 밖으로 나가는 저 배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


소년과 소녀는 물에 신발이 젖지 않게 조심하며, 큰 바위 뒤에 서서, 미션 종이를 보고 있었다. 소년이 종이를 들어야 해서 소년의 막대기와 소녀의 막대기는 소녀의 가방에 넣었다. 할아버지가 준 가방이다. 첫 번째 미션 장소를 찾아내야 하는데, 그 장소는 성안이 아닌 듯했다. 성에서 벗어나 꽤 멀리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롱테일이 세 발자국 건너편 바닥에 앉아 맛있는 먹이가 없나 하고 물속을 보며, ‘여기는 너희가 찾는 것이 없어. 이제 그만 떠나봐.’라고 말하는 눈치였다.


더 멀리 가기 위해 아까 할아버지와 헤어졌던 장소로 다시 가서 자전거를 찾았다. 다리 밑은 폭포수 때문에 물방울이 들이쳤고, 문 옆으로 자전거가 보였다. 소년과 소녀가 함께 탈 수 있는 빨강 바퀴 2인용 자전거다.


우선 다시 이 장소에 오지 않을 것 같아, 가방을 할아버지에게 돌려드리고 가려고 문을 살짝 열었다. 할아버지는 넓은 나무 책상에 앉아 계셨는데, 오로라 빛이 퍼지는 큰 구슬을 보고 계셨다. 그 안에 보이는 화면에는 글자들이 빼곡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가방만 조용히 놓았다. 할아버지의 구슬이 너무나 궁금하지만, 미션을 수행해야 하니 애써 참고 문을 닫았다. 문 밖에서 기다리던 소년은 폭포수 물줄기에 손을 뻗어 느껴보고 있었고, 어깨에는 롱테일이 내려앉아 있었다. 내려앉은 롱테일의 꼬리가 소년의 키만 하다. 소녀는 그 구슬에 적힌 내용이 궁금해 미련이 조금 남았다. 문 쪽으로 눈을 돌려 잠시 혼자만의 상상을 해 본다.






네 개의 그림을 자신만의 흐름대로 순서를 정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활동이었다. 아이가 정한 번호대로 하지 않고 나만의 순서를 재구성하느라 번호가 뒤죽박죽이다. 제목은 <키자니아의 증강현실> - 16세기 상상 유럽 편 체험하기. 아이의 반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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