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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08. 2023

머릿속의 생각+공부=스파크

입체적인 글

잘 쓰고 싶어서 에피소드에 집착했다. 오늘의 글감을 찾고 에피소드가 있으면 그걸 시간 순서대로 자세히 묘사하여 나열하거나, 문장 속에 솔직한 심정을 넣는 것으로도 만족하고 발행했다. 무작정 내 머릿속에 떠오른 말들을 문자의 형태로 만들어 두는 수준이다. 브런치에 글을 써 가면서 한 편으로는 걱정된다. 이렇게 내 말만 계속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라는 사람이 하는 말이란,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이러다가 했던 말을 또 하고 어휘를 달리해서 말하고 그런다는 건 재미없는 글쓰기 방식이다.


내 말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텍스트를 절묘하게 잘 이어 붙여 하나의 글로 만들어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일단은 아직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아서 인지, 내 생각밖에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 에세이라는 장르가 한 몫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겪은 이야기를 진실성 있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내 이야기만을 주절주절 많이도 늘어놓았다.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감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만으로 글을 써도 좋겠지만, 여기에 피에르 부리디외의 '구별 짓기'이론이라든지, 카를 마르크스의 '노동으로부터의 소외'개념을 함께 공부해서 하나의 글감으로 요리한다면, 훨씬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글이 될 거예요. 이런 식으로 저는 일상 속의 평범한 장면들과 제가 평소에 공부하는 이론이나 문학작품을 연결해서 하나의 글감을 발견해 내는 훈련을 많이 했어요. 외부의 사건과 내면의 공부가 만나서 스파크를 일으키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글감을 찾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세상 모든 것이 빛나는 상징과 은유로 가득해요. 하찮은 것, 버려도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세상 모든 것이 언젠가 소중한 글감이 될 수 있는 보석들이에요. <정여울, 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의 글을 보고 한 때 나의 글 쓰는 방식을 떠올렸다. 책을 두 세권 정도 정해서 이 책의 그 단락과 저 책의 이 단락을 섞었을 때, 나오는 어떤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로 풀어내면 될까 생각했다. 쓸만한 소재를 매일 생각하기 싫어서, 그냥 책상에 앉으면 턱 하고 글을 생산해내고 싶어서, 도구로서의 글감을 생각했던 때에 만든 방법이었다. 거기에 실제 나의 이야기를 끼워 맞추는 느낌이랄까. 글감의 고갈에 대한 나만의 방식이었는데 뭔가 끼워 맞추는 글이 돼버려 통일성이 없는 글이 나오는 듯했는데, 이것이 좋은 훈련이 된다는 작가의 말이 위로가 된다.


글감에 대해서 글을 써두고 나서 그 글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덧붙이는 행위가 재미있다. 예를 들어 '친정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대해 썼다면 그 글에 녹아나는 감정인 '다정함'에 대한 이미지를 찾는 것이다. '픽사베이'라는 을 주로 이용한다. 이미지를 찾을 때, 영어로 검색하는 편이 낫다는 말을 듣고는 한국어보다는 영어로 찾는 편이다. '다정하다'라는 말이 영어로 바로 떠올리기가 쉽지 않아서, 그와 비슷한 영어 어휘를 연상한다. 한국어로 '다정함'을 생각할 때, 영어로는 불현듯 friendship, baby, animal 같은 단어들이 후루룩 떠올려지는 지점이 흥미롭다. 모국어로 단어를 떠올리면서 동시에 외국어로 비슷한 어감을 찾는 행위와 그러한 사진을 이미지로 겹치면 내가 표현하려는 느낌이 훨씬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듯하다.


스파크를 일으키는 지점이라. 내가 하고 있는 공부와 글감을 연결한다. 나도 그 생각을 했다. 국전공인만큼 시나 소설을 가지고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내 글감에서 어울리는 시나 소설의 한 장면을 멋들어지게 연결해서 보이고 싶었다. 그게 잘 안 돼서 역으로 시를 하나 정해놓고 그것과 관련한 경험을 말해보기도 했다.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 교과서 학습활동을 가지고 그 해답을 풀어본다면. 아니면 영어 원서와 연결, 과학 잡지와의 연결, 인문학과 과학의 연결, 중고등 국어의 개념과 현대 문학의 연결, 중고등 교육과정의 일반화. 믹스와 연결의 접점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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