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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09. 2023

크리에이터의 섬세함과 진정성

구독자는 알아챈다


크리에이터의 디테일

다이어리에 손으로 끄적여 놓은 구절들이 귀하다. 그 단어들의 뭉치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들을 문장으로 적어, 카톡 내게로 전송하기 버튼을 누른다. 한 단락이 완성된 것이다. 생활 속 소재에 대한 디테일한 내 감정과 생각이 녹아 있는 소중한 재료다. 이렇게 써 두면, 이미 내가 썼던 글에서 어울리는 글감이 있을 때, 같이 보태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글감 자체로는 쓰기 전까지 어떤 말을 쓰려는지 완전하게 알 수 없다. 어떤 글로 발전할지 알 수 없으니 써봐야 내가 어떤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그제서야 알 수 있다. 어떤 걸 작정하고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쓰면서 창조된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이나 크리에이터라 칭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작업을 해나갈까.



'띠부'라는

클레이 만들기 영상이 있다

짱구를 만든다. 잼을 담은 병 뚜껑 같은 동그란 철판에 대고 모양을 잡아 나간다. 핸드폰에 캡처한 만화 캐릭터를 보면서 사이즈를 어림 잡고 엄지손톱만 한 얼굴의 윤곽을 잡는다. 클레이를 가느다랗게 실처럼 늘어뜨려 미세한 눈썹 모양과 눈 테두리 모양을 리얼하게 표현한다. 짱구가 들고 다니는 책가방 모양을 잡고 손잡이를 만든다. 정말 작다.


클레이를 만드는 작가의 모습에 감정 이입을 한다. 섬세한 작업에 집중을 요하고 잘못 만들 때마다 답답해하며 다시 만들 때의 가슴이 조여 오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대단하다 저런 것, 나는 못한다, 생각하면서 동시에 나도 저런 금손이라면 해보면 재미겠다 생각하는 아이러니란. 


하나의 영상제작 과정의 투혼

클레이에 옴폭하게 동그라미를 만드는 도구와 칼을 쓰는데 저런 도구가 탐난다. 팔레트 말고 종이나 아크릴 판에 대충 물감을 짜서 쓰는데 멋져 보인다. 휘핑크림을 표현하는데 천사 점토에 뭐랑 뭐를 섞어서 만든다고 한다. 본인도 실제 베이킹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말한다. 연구하는 자세가 멋지다.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서 내레이션도 본인이 직접 쓰고 연출하는 듯하다. 중간중간 만들다가 실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패하면 영상이 촥- 촥 순식간에 바뀌는 화면이 보이면서 작가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런 거 망했으니 버리고' 하는데 웃기면서도 그런 과정을 담아낸 연출에 정성이 느껴지면서 신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빠르게 넘어가는 2초도 안 되는 장면이지만 저 순간이 표현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을까 싶어 감탄이 절로 든다. 애쓰는 유튜버의 모습에 감동한다. 돌멩이가 필요하다는 내레이션을 하면서 실제 야외에서 돌멩이를 찾는 장면을 손수 찍어서 편집해서 넣었는데 그런 섬세함과 노력이 돋보이는 장면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진정성과 노력에 감동하며 계속 구독하게 되나 보다 싶다.



물리학자의 진정성

알쓸별잡에서 세계 2차 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 상대방의 질문에 물리학자 김상욱 님이 준비한 실제 사과를 이용해 쉽게 설명했다.


우라늄1과 우라늄2가 있어요. 동위원소예요. 우라늄1을 빨간 사과, 우라늄2를 초록사과라고 해 볼게요. 빨간 사과에 블루베리가 닿았을 때, 펑하고 터지면서 에너지가 많이 생기는 것을 발견한 거예요. 이로써 이런 빨간 사과가 여러 개가 동시에 터진다면 엄청난 힘을 생산되겠다고 여긴 거지요. 그런데 빨간 사과는 터지면서 블루베리 3개를 더 뱉어내는데, 블루베리 곁에 빨간 사과가 더 있기만 하면 연쇄적으로 더 터지고 더 터지는 구조가 되는 거예요.


문제는 빨간 사과가 홀로 존재하지 않고 평소에는 초록사과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두 사과를 분리하는 일이 관건입니다. 두 사과의 무게가 미세한 차이로 달라서 선풍기 같은 바람을 불어서 날렸을 때 무거운 것은 가까이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더 멀리 날아가겠지요. 그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더 멀리 날아간 사과들을 모았을 때, 빨간 사과가 남아 있을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겁니다. 이 작업을 할 부지와 인력이 많이 필요했어요.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과학에 무지한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해 주니, 과학의 문턱에 쉽게 도달하고 흥미가 생겼다. '어렵지만 내가 쉽게 가도록 도와줄게'라는 다정한 과학자를 보게 되어 믿음이 생겼다. 그의 과학 대중화에 대한 노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의도에 진정성을 갖고 말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혹 한다. 글쓰기에도 내 진심이 어느 정도 들어갔는지 눈치 빠른 독자는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디테일  스푼, 찐감정  스푼

하루를 의미 없이 보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런 날 늦은 저녁에는 어김없이 불안이 몰려욌다. 계획대로 공부하려던 것을 하지 않고 넘겼거나,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날, 마땅히 집안을 돌보며 해야 했던 일도 미룬 채 게으름을 부리는 날 말이다. 어쩌다 하루쯤이면 괜찮지만, 그런 하루는 또 그러한 하루를 당겨오기 마련이다. 연속되는 무성과의 날들을 보내다 보면, 문득 불안해진다. 감정적으로 비참한 기분이 들어서 작은 비교에도 주눅이 들거나, 쉽게 남을 질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불안의 밤을 보낸 다음 날은 더 지옥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셈이다. 그걸 깰 수 있는 지침 같은 한 줄을 봤다.



두렵고 겁이 나거든, 일찍 일어나라. 김미경 님의 어머니가 하셨다는 말이다. 명쾌한 답이었다. 나의 경우는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지 않았을 때,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곤 다. 불안을 거두려거든 일찍 일어나서 물 300ml를 마시는 일만 해도 오늘 내가 해야 할, 생산적인 일이 직감적으로 떠오른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났다는 승리감이 여유와 함께 찾아오고, 맑은 뇌가 오늘의 할당량을 받아들인다고 해야 하나. 해야 할 첫 일을 가뿐하게 수행할 수 있는 컨디션이다. 그래서 시작이 쉽다. 일단 기분 좋은 일로 하루를 맞기 때문에 이런 성취감이 나머지 일상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이렇게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오늘이라도 자세히 보고 깨알같이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단어를 모아 본다. 그 속에 있는 디테일을 찾아서 진짜 나의 감정을 입히면 작지만 이 지면에서 만큼은 크리에이터라 할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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