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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18. 2023

자기 소개

글감

제일 어려운 글감

자기 소개는 가장 풀기 어려운 글감이다. 브런치 첫 글에서 어릴 적 연습장 이야기를 왜 꺼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려했겠지. 그럼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다시 시작된다. 단순하게 나는 나고, 엄마이고, 전공은 국어라는 팩트만 맴돈다. 어디 가서 소원을 빌 때, 막연하게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진심으로 빌지만, 정작 내 마음 속에 꿈틀대는 열망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정확하게 풀어내어려울 때가 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뭘까. 우리 애 취향을 내가 제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여기는 편이었다. 왜냐면 그걸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정작 애 말고 나에 대해 몰랐다. 그게 정말로 내가 아니면 못 찾는 건데 말이다.      




후 엠 아이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앞으로의 글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잦아졌다. 뭘 좋아하더라.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만의 인생 스토리는 뭘까. 집착하는 것은 노트 쇼핑, 쓴 글 수정하기. 뭘 주로 사더라. 노트, 펜, 다이어리, 포스트잇을 많이 사고 기록, 메모 이런 걸 좋아하지. 주로 내가 돈을 주고 사는 것은 그만한 애정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에피소드를 써 보려고 하니 막상 뭘 적어야 할지 분량이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문구 유튜버처럼 종류별, 브랜드별로 자세하게 비교 분석하지 못하니, 문구 덕후라고 까지 할 건 아닌 것 같다. 이쯤 되니, 이것에 대해 이리 할 말이 없는 걸 보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이것이 아니었다는 생각까지 해본다. 새로운 주제를 떠올려 보자. 뭘 쓰지. 자신 있는 기를 쓸까, 쓰고 싶은 얘기를 쓸까. 그러면서 깨닫는다. 평소 글을 참 안 썼다. 매번 책은 사서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언젠가 쓰겠다는 생각만 했다. 지금 보니, 그것에 대한 욕망이 나를 문방구로 이끌었나 싶다. 문방구란 내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었구나. 문방구가 핵심이 아니라 글쓰기가 메인이란 사실을 지금 이 문장을 쓰며 깨닫는다.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려면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핵심 가치로 두고 설명해 나가면 될 듯 하다.




인간이 언어로서 존재하는 한, 한 문장 한 문장 열심히 갈고닦으면 반드시 그만큼의 변신 역시도 자신의 문장 변화와 더불어 그 순간 그 순간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글쓰기로써 남이 나를 알아줄 만큼 변하기까지는 무척 오랜 분투와 시간이 필요한 것이 틀림없지만, 자기가 노력한 만큼 자신이 변하는 것은 매 순간순간에 그 즉시로 가능하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이만교, 글쓰기 공작소


그녀처럼 집순이 

침대와 거리가 있지만 같은 라인에 맞닿은 구조로 배치된 파와 그 앞의 통유리에서 보이는 초록 정원, 감각적인 화장실 안에는 잠시 쉬어가는 낮은 의자 옆에 작은 테이블이 있는데 그 위로 얹힌 작은 분홍색 수첩이 앙증맞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새 신고 잤던 양말을 벗고 압박 스타킹을 신었다. 꼼꼼히 세수를 하고 팩을 한 뒤, 선크림을 바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보냉팩을 갖고 1층으로 내려가 제로 음료수를 챙기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냉장고에는 제로 음료수가 종류별로 잔뜩 줄지어 쌓여 있었고, 가지 다른 종류의 음료수를 보냉팩에 챙겨서 들고 올라와 한 캔씩 따 마시며 책을 다. 여러 권의 책을 골라 소파에 편안하게 기댄 뒤, 책을 편 채로 음료수를 골라 따 마시며 앉은 그 순간이 그렇게 좋더라고 말했다. 공감했다. 씹는 것을 싫어해 마시는 행위를 주로 한다는 그녀가 한 캔 따 마시는 그 순간에 나의 행위가 오버랩되었다. 집 안에서도 이곳저곳으로 장소를 바꿔 가면서, 책을 읽다가 화장실에서 영상을 보다가 춤을 추다가 피아노를 치다가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고 정원으로 나가 우산을 쓰고 스트레칭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란. 집안에 온갖 자기 취미를 곳곳에 녹여둔, 그야말로 파워 집순이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전참시에 나온 조현아의 일상이었다. 며칠 전 집순이 체크리스트에 있었던 항목이 떠오른다. '집 안에서도 온종일 바쁘게 생활하나요' 갑자기 집 안에서 이 공간  공간을 누비며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내가 좋아하는 행위들을 찾아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녀처럼 좋아하는 순간들을 좋아하는 공간 속에 꾸며놓고 계속 하다보면 하루의 일상 자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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