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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Aug 17. 2023

문장의 형태

기록해 두기

어떤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이라도 ‘문장’으로 적어 놓는 일이 중요하다. 오늘 메모장에 써 놓은 단어를 글감으로 시작해서 몇 가지의 생각을 ‘문장’의 형태로 만들어 두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면 다. 후에 한참 글이 필요한 때 요긴하게 쓰일 한 단락을 말이다. 글만 생각할 수 있는 나른한 시간들의 끄적거림이 ‘다 돈이었구나’라고 생각할 때가 조용히 찾아올 때가 있을 것이다. 이은경 선생님 글쓰기 강의를 들었을 때 그녀가 말했다. 예전에 부엌에서 전자레인지 돌리면서, 티브이를 보면서 이런 건 어떨까 하며 스쳐 지나갔던 생각들이 그게 다 돈다발이었다고 했다. 내게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 있다. 사람은 어떤 미래가 올지 제대로 상상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오늘의 생각과 글감을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모아둔다면, 훗날 이것을 각색해서 좋은 글 꾸러미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여울 작가도 말했던 것 같다. 생각을 그냥 메모해 두면 안 되고 ‘문장’의 형태로 만들어두어야 한다고.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같은 십 년이라고 해도 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 이후 지나게 되는 시간과는 다른 몸을 가졌다고. 어린 시절에 함께 살고 사랑을 나눈 사람과는 그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끝내 이어져있기 마련이었다. 현실적으로 서로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로 살아간다고 할지라도.

무료하고 긴 하루하루로 이어진 시간, 아무리 노래를 부르고 그네를 타도, 공상에 빠져 이야기를 지어내도, 자신들이 작가이고 감독이고 배우이고 관객인 연극을 해도, 갈 수 있는 한 가장 먼 거리까지 달려간다고 해도 메워지지 않았던 커다랗고 텅 빈, 그 무용한 시절을 함께했다는 이유만으로.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내게 무해한 사람

단락을 읽다 보면 나도 겪었을 그 감정상태에 대해서 어떻게 이렇게 적절하게 묘사해 냈는지 공감하면서 마음속 탄성이 날 때가 있다. 이런 능력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부터 저런 문장을 쓴 것일까. 퇴고의 과정에서 다듬다 보니 저런 문장이 만들어진 것일까.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저런 마음의 언어들을 갖고 있는 것일까. 한 장면에 대해서 오래도록 깊이 생각하면 나도 저런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일까. 따져보게 되면서 진정으로 궁금해진다. 작가의 작법 스타일이. 투명한 요정이 되어서 작가의 방에 남몰래 들어가 어떻게 글을 쓰는지 훔쳐보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다는 욕망을 또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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