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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Dec 27. 2022

부캐를 찾으세요, 얼른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

본캐보다 사용빈도가 적지만

어쩌면 진짜 나를 드러낼 수도 있는 캐릭터.



내 부캐는 뭘까.

나도 부캐가 있었으면 좋겠다.  



12월이다.

날씨가 쌀쌀했지만 나무에 친친 감겨있는 트리 장식과 이따금 들려오는 캐롤이 생동감을 다. 기록적인 추위가 찾아온다는 안전 재난 문자가 연일 울리고 얼마 전에는 눈이 펑펑 쏟아져서 차가 엉망이 됐다. 이것이 겨울 아니던가.


내년에는 어두운 불황이 예고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아직 움츠러드는 것 같지 않았다. 평일 오전 시간에 커피숍에 두세 명씩 무리지어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아무 걱정 없고 행복해 보였다.


잘 가지 않던 쪽의 커피숍으로 간 것은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이곳에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들은 노트북과 핸드폰을 들었고 가끔 자기만의 수첩에 뭔가를 쓰는 사람도 있고, 젊은 사람들은 아이팟을 낀 채로 외투를 가볍게 걸친 상태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글을 쓴다.

브런치를 내 부캐로 정했으므로.





린다G, 유산슬 등은 부캐 열풍을 일으키는 데에 한 몫했다. 본캐보다 능력이 돋보이는 부캐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맡은 배역에 따라 다채롭변신해 나타나는 배우들의 모습만큼 매력적인 게 있을까. 각각의 역할들은 배우 본연의 모습을 알면서도 작품에 녹아 독립적인 인물이 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본캐를 잊고 빠져들게 만든다.  


젊은 세대일수록 하나의 직업을 퇴직할 때까지 숭고하게 지켜가는 열정과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다양한 부캐로 활동하면서 본캐로부터 오는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는 듯 하다.


SNS에 계정이 하나 뿐일 수 없다. 주위 측근들이 모르는 계정을 하나를 더 만들어 춤, 캠핑, 음악, 반려동물 등 다양한 관심사를 찍어 올리며 은밀하게 본캐에서 벗어난다. 부캐는 본캐로서는 드러내지 못했던 궁극의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공간이 되었다.



나만의 부캐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숨어있는 내 재능을 누가 발견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학원은 없다. 불편한 말이지만 결국 나를 알아야한다. 나를 파봐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정도 다 있는 것 같은 재능 속에서 확 끌리고 지속가능한 아이템을 가려, 또 다른 내 재능에게 기대본다. 그게 빵 터져서 살림살이 나아지면 더 바랄게 없겠다.


이미 개인 플랫폼 시대이고 개인 콘텐츠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글이 쌓여 내 콘텐츠가 어떤 생각지도 못한 경로에서 황금거위가 되길 기대하게 된다. 허나, 그게 빵 하고 안 터지면 또 어떤가. 글쓰는 동안 내 사고력이 깊어지고 깊어진 판단력으로 애 잘 키우는 데 보탬이 되면 그것 또한 투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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