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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Dec 31. 2022

적절한 타이밍에 내 눈에 띄길

문장을 만드는 에너지



이 브런치 계정의 운전사는 바로 나다.

가장 큰 과제는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핸들을 잡은 내가 얼마나 에너지를 쏟느냐에 따라 이 공간은 롤러코스터처럼 날뛸 수도 있고 한없이 지루해질 수도 있다. 독자에게 에너지가 팍팍 전해질 수 있도록 힘주어 밀어붙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공간의 주인인 내가 기운을 감당하고 버티는 힘이 없으면 전부 무너져 내리고 말 것 같아서이다.



사실 글을 쓰는 내내 단어 하나로도 많이 헤맨다.

단어 하나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을 때가 있다. 가령 ‘점프하기 위해 움츠리는 래빗’이라는 구절이라면 ‘점프하기’와 ‘움츠리는’의 단어 톤은 같을 수가 없다. 독자의 마음에 그 단어를 확실하게 심어주려면 더 움츠리 말해야 한다고, 비약적인 점프는 한껏 움츠린 상황이 구체적이고 절절할수록 웅장한 비상돋보이 겠냐고 꼬집어본다. 때론 그 문장만 한 시간을 적어보다가 옆길로 새기도 한다.      



문장을 만드는 일은 매번 신비롭다.     

나보다 이쪽 방면으로 탁월한 분들의 문장을 읽으며 함께 생각을 주고 받다보면 개인 괴외를 받는 기분이다.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할까 미리 고민하지 않아도 얼굴 모르는 다양한 저자가 그때그때 내 생각에 맞춰 반응하니까 매번 새롭고 재미있는 발상탄생한다.


내 생각과 책 속의 문장의 케미는 내가 선입견을 버리고 저자의 생각을 최대한 받아들여 보다가 거기에 내 생각을 합쳐 보는 데서 나온다. 예컨대 저자가 어떤 장면에서 A라고 말할 때, 옆에 있던 나는 슬쩍 끼어들어서 a+b=c 라고 받아쓴다. 그러면 저자는 신경도 안 쓰겠지만 내 머릿속으로는 생각할수록 엉뚱한 길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그런 엉뚱함이 나는 좋은 거다.      


이전까지는 나 스스로 ‘나는 이런 문장을 즐겨 쓴다고’라고 스타일을 가뒀다. 그런데 저자와 주고받는 생각 속에 그 한계를 뛰어넘어 보는 훈련을 한 셈이다. 절대 쓸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문장을 써 보기도 하고, 머리만 쓰는 대신 이 단어, 저 단어로 막 부딪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는거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가 표현될 때가 있다. 스스로도 깜짝 놀란다. ‘이만큼 썼으면 됐다’하고 안주하는 게 아니라 ‘아직 뭔가 더 있을거야’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니까 문장을 쓰는 연습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지금도 읽어보는 책들의 저자들에게 배운 걸 적용해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내 스타일에 묶이지 않고 벗어나보려 계속 손을 뻗어본다. ‘대충 이 정도로 끝내자’라는 생각은 눈치빠른 독자에게 읽힌다. 글에 대한 심, 내가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독자들도 그 과정에서 글의 가치를 자기만의 언어로 재정의 할거라 추측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눈에 띄는 책들에게 고맙다. 글을 계속 쓰다보면 고민 없이 관성대로 연결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운데 다행히 그때마다 좋은 문장들을 만나서 열정을 되찾는다. 오늘도 뭐 없나 눈에 불을 고 찾는다. 지루함 사이에 있는 행간의 짜릿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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