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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Dec 28. 2022

달라지는 스타일이 낯설다

요즘 글쓰는 방식




점점 이런 식으로 바뀌고 있다.

글쓰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내 글은 아주 작은 모티프에서 시작한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 지는 그때그때 내가 쥐고 읽는 것에 따라 전개가 달라진다. 읽어내는 모든 문장들이 부드럽게 흡수될 때가 있고 어떤 한 페이지가 유난히 거슬리는 날이 있다.


몸이 가볍고 컨디션이 좋아 집중이 잘 될 때는 글들의 목록을 쭉 살피며 두툼한 다이어리에 포스트잇으로 아이디어를 추가한다. 이 노트를 펼쳐두티비를 보면서도 소파 팔걸이에 놓인 노트에 계속 메모를 한다. 광고 속 위트 있는 표현들이나 토크쇼에서 웃긴 에피소드의 대화들, 누군가를 인터뷰 하면말하는 얘기나 본 것들을.


그게 실제로 쓰는 글에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는 나도 모르지만, 이런 과정을 즐긴다. 매순간 둥둥 흘러가는 에피소드를 낚아채는 일이 재미있다. 한번 글에 넣어보고 잘 맞으면 넣는 거고, 아니면 다시 빼버린다. 쓰는 스타일이 그렇게 때문에 그날 내가 겪고 생각한 내용이 바로 글에 녹아들어간다. 커피숍에 있으면 커피숍이라는 장소가 글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지금 경험하는 것들이 계속 들어가서 이야기와 엮인다. 정말 묘한 일은 좋다고 생각해서 받아 적은 문장이 막상 내 글에 넣으려고 하면 흐름과 안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른 오전에 글을 써두는 편이다. 전날 메모해 둔 종이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오늘은 진짜 쓰기 싫은 마음만 120%여도 그냥 앉아 꾸역꾸역 타이핑을 한다. 한글 문서로 A4 반  정도다. 매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 정도 타이핑을 한다. 좋다고 생각한 문장을 타이핑 할 때가 많다. 축구선수공을 차기 전에 매일 비슷한 근육 운동을 하듯 타이핑도 연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대로 타이핑하다가도 내용이 조금씩 추가된다. 내가 적어두었던 메모들이 있으니까 그 내용을 녹여보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이 바뀐다. 그렇게 내 안으로 들어온 것들을 글에 넣어보는 거다. 흐름이 이어지도록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친절하게, 마치 노래 가사처럼 리듬감이 느껴지는 것을 목표로.


도움이 안 될거라 싶어 메모하거나 체크해두지 않고 읽었던 문장들이 갑자기 생각나 쓰는 글의 방향을 잡기도 한다. 그래서 내 글은 대부분 제목과 첫 모티프가 먼저 있고, 그 외의 것들은 계속 바뀐다. 글 쓰는 스타일이 지금은 그렇다.


이 책과 저 책을 넘나들면서 이질적인 것끼리 붙여보면서 그 의미가 새로워지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 된다. 갑자기 도움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글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글의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꽤 있다.  


처음에는 글을 기획하고 구성하고 어떤 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할 지 개괄적인 구성을 어설프게라도 해서 써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쓰는 스타일이 점점 이렇게 바뀐다.


내가 ‘그려내는’ 이야기보다 ‘그려지는’ 이야기가 훨씬 더 좋고 그게 쓰는 사람에게도 좋은 것 같다. 쓰는 사람은 자기 생각만 갖고 있으면 안되고 주변에 귀를 열고 있어야 다는데, 그걸 계속 연습하는 중이다.


내가 이야기의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하려는 욕심을 내려뒀다. 실제 우리 현실도 내가 통제한 일보다 손쓸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때가 많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야기를 할 때, 타인 앞에서는 내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기보다 어느정도 접어두는 게 옳다는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김용택 <마음을 따르면 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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