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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Dec 26. 2022

트렌드에 민감한 그녀는 예뻤다

익숙함에 길들여질 때 비극이 된다



눈을 떠올려보자. 하얀 눈을 보기 전에는 땅을 덮은 차갑고 하얀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실제 눈은 그것과 다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밖으로 나가 온몸으로 마주하면, 내 마음은 고요하고 섬세하고 신비로 가득차지 않은가. 머릿속에 막연히 동경하는 이미지로 있던 그녀가 이제 내 삶 곳곳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이 잦아졌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2017년 여름이었고, 5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이름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녀의 책을 두어 권 사서 밑줄 치며 보기도 했고, 그녀가 전해주는 육아팁을 몸소 행동으로 옮겨본 것도 여러 번이다.


나는 그녀에게 마음이 갔다.

그 마음은 그녀가 까이유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영상을 찾아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의 관계는 여러 가지로 닮고 싶은 면이 많았다. 그녀와 같은 삶을 마음속 깊이 부러워하면서 나도 이렇게 따라 하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뛰고 설레었다.



하지만 왠지 다가갈 수 없을 법한 아우라가 느껴져 저만치 떨어져 그녀에게 마음을 계속 기울이고 있을 무렵이었다. 지인과 술 한잔 하며 나누는 라방에서는 더 이상 우월함의 꼭대기에만 있는 막연한 여성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더는 가 닿을 수 없는 여성이 아니라 그저 새벽달, 아줌마기도 했다.



그전에도 블로그에서 그녀의 글은 여러 번 봤지만, 최근 유명한 유튜브 교육 채널에서 게스트로 나와 EBS 영어 선생님과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놀랐다. 그녀 특유의 짧은 머리칼이 자연스럽게 우아했으며, 낮고 정확하며 호소감 짙은 억양을 가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영상 속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그녀 내면에 너무도 분명하게 존재하는 인생철학에 동조하며 그녀에 대한 부러움 때문에 마음이 동요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내가 추측했던 것보다 내용이 깊었다.


그녀가 미디어에 더 노출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해 보임에도 아직 활발한 활동이 비교적 적은 이유는 나에게 수수께끼로 남지만, 육아와 영어에 대해서 남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그녀의 선의에서 비롯한 소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녀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나에게 귀감이 된다.


한참 세네 살 꼬마를 키우는 힘든 내게 이렇게 한 번 해. 그럼 육아도  만해 하는 팁을 주면서

내 육아 현장을 윤택하게 하는 코드가 좋아서 동경했던 그녀. 그런 그녀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날로 다채로워지는 콘텐츠.


그녀는 트렌디하다.

시대의 변화를 흡수하고

그에 발맞추어 이슈를 일으킨다.


최근에는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푸쉬업 하는 영상이 나를 또 자극한다.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트렌디한 그녀를 보며 아직 익숙한 게 더 좋은, 안전지대에 길들여진 나를 본.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서

새로움을 받아들이기보다

익숙함으로 길들여지면 가라앉는다.


속에서 자유롭고 안전하다면

하루 이틀은 희극이지만,

생애 전부가 그렇다면 비극이다.

단조로움은 안정을 넘어 절대 무의미를 안겨준다.


다채롭고 의미 있는 일상을 위해

나도 시대에 감각 있는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 되려

오늘도 기웃기웃 바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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