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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Dec 30. 2022

앞으로도 잘 모를 예정입니다

줌 ZOOM 의 기억



2020년 3월을 기억한다.

매일 배움의 연속이었고 그건 끝이 없었다.


직장에서 Zoom 이란 걸 알아야 했다. 코로나로 비대면 회의가 긴급했기 때문이다. 그당시 매일 새롭게 알게되는 IT 신기술들에 이미 포화상태였다. 그만 들어와, 이제 알고 싶지 않아. Covid 바이러스도 처음 알게 된 시절,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퍼져 온몸으로 두려움에 떨던 초창기였다. 내 몸, 우리 가족을 지킬 방어벽도 깨질까 노심초사하던 시기에, 내 머릿속 방어벽이 쉴 새 없이 무너졌다.


Zoom 을 깔고 호스트가 되어 방 ID를 복사해두고 암호를 설정해서 들어올 사람에게 카톡으로 전송하여 알린다. 회의 시간에 맞춰 대기중인 사람들을 수락하고, 적당한 배경 음악을 깔아서 입장을 알리고, 오디오 켜서 연결하기, 비디오가 켜진 건지 꺼진 건지, 이렇게 하면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화면에 비춰지는 건지도 잘 모르던 때.


한참 코로나로 민감하던 시절이라, 화면 속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여러 사람과 회의를 하다보면 뒷배경에 특수 사진을 넣은 사람을 보면서, 아 저건 또 어떻게 하는 거지. 또 배울 게 있네. 여기까지 하고도 끝이 아니다. 자료 공유가 되는 신세계를 맛본다. 더 나아가 자료를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내 얼굴을 띄우는 신기술까지.


이렇게 좋은 비대면 세계가 있었는데, 게다가 이런 기술을 우리가 많이 쓰지 않아 몰랐을 뿐, 이미 세상에 나와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세상은 이미 여기까지 준비가 되어 있었구나. 코로나가 이렇게 묻힐 기술을 빨리 들춰낸 것 같아 아주 잠깐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초반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마치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어려워도 하다보손에 익는 것처럼.



문제는 그 초반의 어려움이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관습이란 걸 버리고,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듯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안 배우려하면 나만 도태되는 것 같고, 내가 적극적으로 배우려던 영역도 아니라 울며 겨자먹기로 억지로 하는 기분이지만  상황에서 도망칠 수가 없다는 사실이 배우게 만들었다.


배우기 전의 스트레스는 말도 못한다. 기능바로 이해가 잘 안돼서 두뇌를 풀가동하여 집중하지만 순간순간 막막해서 물어봐야 하고, 다시 해봐야 하고, 느긋하게 마음이 안 먹어져서 화가 다.



배우면 깔끔하게 끝.

이라면 좋은데 하나를 알고 파고 들수록 더 빠져나올 수 없었다. 정보를 찾다보면 고구마처럼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세 개가 줄줄이 엮여 나왔다. '이런 것도 있는데 요런 것 몰랐지' 하며 약올린다. 하나씩 깨우쳐 갈수록 나만 이런 걸 모르고 살았었나 싶어 뒤통수를 맞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껏 열심히 산다고 했는데 바뀐 세상 앞에서 모든  새롭게 계속 배워가야 한다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다.


새로운 IT기술이나 트렌드 등은 계속 업그레이드 된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모르고 계속 모르다 보니 앞으로도 모를 것 투성일 것 같아 막막하고 신경질이 다. 젊은 사람을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에 좌절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직업이 학생이 되라' 하는 시대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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